Screepy

어제, 사랑 외적인 이유로 그녀랑 헤어졌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이제 더 이상 안될것 같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해주고 헤어진지 벌써 하루가 지났네요....

고민게시판에서 여친이랑 깨진 주제로 올려주신 여러 글들을 보며 '와 난 저러면 안되겠다'식으로
생각했던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제가 정작 당사자가 되니....그냥 멍한 느낌밖에 안듭니다
세상에 그녀와 저만 있다면 아무 걱정 없었을텐데....그녀의 집안이 제게 주는 압박이 컸습니다....

제가 글솜씨가 별로 없어서....아니 글을 만들만한 정신상태가 안되네요...아무튼
제게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제가 좋아하던 그녀랑 약 1년반을 만났었는데, 그녀의 집안, 
특히 어머님이 제가 그녀랑 만나는걸 매우 싫어하십니다. 절 싫어하는 주된 이유는 제 낮은 학벌과 종교
(어머님은 기독교도셨고 전 종교는 없지만 가족이 불교입니다)라는 말을 어머님에게 직접 들었었구요, 
그 이후 그녀를 어머님 몰래 만났었는데, 올해 초, 한번 제대로 들켜서 호되게 야단맞은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제가 다니는 회사 쪽에 어찌 된 일인지 그 어머님의 입김이 불어닥쳤다는거죠...

기획안을 올리면 번번히 빠꾸를 맞고, 정상적인 결제건이 처리가 늦어져 그로인해 결재건과 관련한
제 거래사에게 불이익이 돌아가 결국 제 고과에 마이너스가 됩니다. 참다참다 부서 이사님께
왜 내가 이런 대우를 받냐고 물어보니 일단 술 한잔 하자고 해서 술집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너 A사에 무슨 죄지었냐"라고 물어보더라구요. 그순간 느낌이 왔습니다.
A사는 저희 회사의 가장 큰 거래처중 하나인데, 그녀의 어머님의 동생분이 현재 본부장급으로 
있는 회사라는 얘기를 예전에 그녀에게 들은 적이 있거든요.....

다음날 주위 사람을 통해 알아보니 역시나였습니다. 그 A사의 중역이 저와 관련된 본사 임원들에게
"사적인 부탁으로" 저에게 불이익을 주라는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그말을 듣는순간 황당하다기보다는
그냥 맥이 탁 풀리더군요. 이렇게 치졸하게 사람을 압박하는 방법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 후, 제 인사고과는 몇달연속 마이너스를 찍었고, 석달 전 결국 저는 그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그녀에게 모두 얘기했기에 그녀도 제가 회사를 그만둔 과정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는 제게 "내가 엄마를 어떻게든 설득할게"라고 말해주었지만, 역시 제가 회사를 그만둔걸 
모를 리 없는 그녀 어머님이 제가 그만둔지 얼마 후, 그녀의 외출까지 통제시키더군요. 
"내 딸이 백수 불한당이랑 만나고 다니는건 엄마로서 가만 못놔둔다"라네요...이젠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지 못한 지 3개월째인 어제, 대학원생이 그녀가 다니던 학교에 직접 찾아가
이글 맨위에 쓴대로 말해주고 왔습니다. 그녀도 계속 미안하다고 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인 것 같더군요
저 역시 같은 심정이었기에, 그녀의 그런 모습을 탓할수만도 없었습니다.....결국 그렇게 끝났습니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이정도에서 '그녀랑 헤어지고 편의점에 있는 사이다를 사먹었는데 사이다는 
역시 칠성사이다와 킨사이다 그리고 천연사이다...' 식의 유머게시판 유머로 끝내면 좋겠는데....
오유 명언중 하나인 "인생은 실전이야 존만아"가 제겐 현실입니다. 실전 맞네요....하하하

어제 이후,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떠나서 돌아올 생각을 안하고,
이 슬픔을 나누고 싶은 몇안되는 베프들은 공교롭게도 전부 해외를 나가 같이 술마실 상대도 없네요.
그래서 여기 고민게시판에 글을 남겨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creep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유년기 트라우마.  (0) 2012.09.12
힘듭니다..힘들어요...  (0) 2012.09.12
힘을 주세요.  (1) 2012.09.12
불쌍한 울 아부지...  (0) 2012.09.12
[주절주절]오늘, 혼자 밥먹었어  (0) 201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