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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틱 아쿠아스카프 블루 길트 Baltic Aquascaphe Blue Gilt

 

에티엔 말렉(Etienne Malec)은 사진 작가이자 시계 수집가였던 아버지에게 시계 콜렉션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일기에 시계의 이름은 물론이고 가격, 누구로부터 무엇과 교환했는지에 대한 이력까지도 15년간 상세히 기록했다. 그의 유산을 기반으로 말렉은 발틱(Baltic Watches)이란 시계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다. 여느 마이크로 브랜드가 그렇듯 2017년 킥스타터를 통해 HMS 001BICOMPAX 001이라는 두 제품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현재는 다이버, 크로노그래프, 드레스 워치 등의 장르에서 라인업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발틱이라는 이름은 발트해 연안의 북폴란드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에 대한 경의의 의미로써 지어진 것이다. 브랜드의 기원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해주는 네이밍이다. 이름뿐만 아니라 실제 라인업 역시, 아버지의 빈티지 시계 콜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레트로한 느낌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발틱의 매력적인 점들 중 하나는 시계의 부품별 생산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스와 무브먼트는 홍콩, 스트랩은 프랑스, 다른 액세서리들은 이탈리아에서 제조된다. 이 부품들은 프랑스에 있는 발틱의 작업실로 보내져 조립된다.

부품들의 원산지는 달라도 완제품이 되는 곳은 프랑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구매 시 FTA 협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간단한 요청 한 번으로 제품 가격의 8%에 해당하는 관세를 면제받는다는 건 큰 메리트다. 면세를 위한 원산지 증명서가 시계와 동봉되어 배송될 경우 부가세만 계산된 납부 통지를 받지만, 메일로 받았을 경우 납부 고지를 받았을 때 제출하면 부가세만 계산된 가격으로 재처리를 받게 된다. 다만 이 경우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관부가세를 먼저 납부하고 이후 서류 제출을 통해 환급받을 수도 있다.

 

 

아쿠아스카프(Aquascaphe)는 발틱의 다이버 라인업이다. 기본 클래식을 필두로 티타늄, 듀얼 크라운, 브론즈, GMT 등의 배리에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내가 구매한 것은 클래식 라인 중 블루 길트 모델이며 속칭 쌀알 브슬이라 불리는 비즈 오브 라이스(Beads of rice)에 블랙 트로픽 러버 스트랩을 함께 구매했다. 시계 컬러에 맞게 블루를 구매할까 했지만 다른 시계에도 채워줄 걸 생각해서 그냥 까망이로 샀읍….

2023년 1월 기준 브슬을 포함한 시계는 660유로, 러버 스트랩은 30유로에  판매중이다.

 

 

구매 전 아쿠아스카프와 경쟁했던 다른 후보군들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크리스토퍼 워드(Christopher Ward)C60 Trident Pro 300 - Black, 나머지 하나는 NTHNäcken Modern Blue. 비슷한 가격대에서 매력적인 디자인, 얇은 케이스 두께, 괜찮은 성능 등을 기준으로 견줄 수 있는 시계들이다.

 

크리스토퍼 워드의 C60은 단연 100만원 초반 가격대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 탈 마브라고 불릴 정도의 검증된 마감, 300m 방수에 말도 안 되는 11mm 케이스와 디스플레이 백, 아낌 없이 바른 푸른색 야광, 괜찮은 디자인, 가격적 메리트 등. 호불호 강한 로고도 기계식 시계 위에 얹어진 픽셀 같은 느낌이 아이러니컬해서 내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스포티한 느낌이 크고, 직선적이며 강인한 시계의 이미지가 도저히 뇌이징이 안 돼서 패스. 차라리 비슷한 디자인에선 만(Maen)의 허드슨이 내 취향이다. 물론 만은 퀄러티나 배송 지연 이슈 등으로 말이 너무 많아서 살 생각은 없다.

 

NTH의 네켄 역시 얇은 두께에 오묘하면서 아름다운 컬러감, 볼드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나 튜더의 현행 제품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점이 구매를 망설이게 했다. 창의적인 디자인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지금 구할 수 없는 제품의 재구현 같은 핑계 정도는 찾을 수 있는 시계를 찼으면 했고, 그게 아쿠아스카프 구매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쿠아스카프는 기본적으로 미드센츄리 다이버에 대한 오마주이며 이름과 디자인으로 넌지시 블랑팡 바티스카프 ref. MC4가 구체적인 기원임을 말해준다. 영어식 발음은 아쿠아스케이프, 또는 아쿠아스캐프고, 프랑스식으로는 아쿠아스카프로 읽는다. 브랜드가 소재한 나라의 발음대로 읽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에서는 아쿠아스카프로 쓰도록 한다. 그리고 그게 뭔가 더 있어보임

 

아쿠아스카프의 원전이 되는 바티스카프는 본래 심해 잠수정의 명칭이며, Bathy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단어인 Aqua를 넣어 바티스카프에 대한 오마주임과 동시에 다이버 워치로써의 적절한 네이밍을 의도했다. 헤결 관람 이후 물과 관련된 키워드들에 다소 환장하게 된 경향이 있는데 이 시계는 컬러감이나 있어보이는 이름이 구매를 촉진시킨 감이 있었다.

비록 바티스카프 오마주이긴 하나, 이 글에서는 원본과의 비교보다는 시계 자체가 어떤 매력을 갖는지에 대한 내용 위주로 서술하려 한다.

 

 

 

발틱 아쿠아스카프 블루 길트

 

스펙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케이스 사이즈 39.5mm(공홈 기재 39mm) / 럭 투 럭 포함 47mm

두께 12.6mm(글라스 포함) 12mm(공홈 기재)

러그 너비 20mm

내부 무반사 코팅된 더블 돔 사파이어 글라스

선레이 다이얼

3, 6, 9시 인덱스 샌드위치 다이얼

120클릭 역방향 회전 사파이어 베젤

스크루 다운 크라운 및 케이스백

미요타 9039 무브먼트

 

200m 방수

슈퍼 루미노바 C1 등급 사용

 

 

케이스와 두께를 반내림한 공홈 기재 스펙에 큰 불만이 있다. 몇 mm 차이로 미감이 크게 달라지는 시계에서 소수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스펙으로 따져도 여전히 다이버 워치로써 크거나 두껍지는 않으나 미리 알고 있었다면 구매를 고민했을 요소다. 23.1.17 기준 리뉴얼된 홈페이지에서도 여전히 사기 기재는 그대로이니 구매 전 이 글을 읽었다면 저에게 감사하십시오

 

시계의 전반적인 인상을 보면 ‘우아함’과 '고상함'이란 키워드가 떠오른. 뚜렷한 곡률의 사파이어 베젤 아래로, 광량에 따라 채도가 달라지는 선레이 다이얼 컬러와 입체감을 부여하는 3/ 6/ 9시 샌드위치 다이얼 인덱스, 핸즈와 인덱스 및 베젤 마커의 포티나 페인트는 어느 하나 튀거나 어색한 부분 없이 상호작용하며 아쿠아스카프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현대에서 사파이어 크리스탈 소재는 스틸이나 세라믹, 알루미늄에 비해 베젤에 잘 쓰이지는 않는다. 각자의 소재가 매력이 있지만 사파이어 베젤이 다른 소재에 비해 갖는 장점 위주의 특징은 1. 마커가 사파이어 아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마모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점 2. 흠집에 강하다는 점 3. 입체감과 깊이감 부여 정도일 것인데 아쿠아스카프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소재 채용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미드센츄리 다이버에서 흔히 쓰이던 플라스틱 소재인 베이클라이트 베젤과 비슷한 느낌을 내주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시시각각 변하는 다이얼의 컬러, 돔 글라스 때문에 이지러지는 외곽 인덱스의 변덕스러운 특성을 베젤에까지 연장하며 이어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12시와 6시를 구분짓는 역삼각형 마커는 다이버의 기본 소양이고, 숫자 마커를 15분 단위로만 표기한 것은 아주 좋다. 다이얼이 이미 충분히 꽉 찬 느낌이기 때문에 베젤에서 뭔가를 더 하려 했다면 번잡스러워지기만 했을 것이다. 세 숫자는 다이얼의 12시 숫자 인덱스와 아름다운 비대칭을 형성한다.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왜곡되는 베젤 마커가 아주 매력적이다. 베젤은 실내에서는 짙은 톤의 파란색이며, 실외에서는 밝은 파란색처럼 보임과 동시에 유광의 베젤 특성을 부각시킨다.

 

역방향으로만 회전하고 각 클릭이 모두 명확하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개인적으로는 금고 다이얼처럼 부드럽게 돌아가는 걸 선호하고 그 쪽이 시계와도 잘 어울리는 방식이라 생각해서 아쉽다. 나와 반대 취향이라면 아주 만족할 것이다. 백플레이는 없고, 케이스보다 베젤의 너비가 커서 돌리는 게 아주 수월하다. 너비가 크다고 흔들거리는 현상은 없다. 가장자리는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코인 엣지 모양이다.

 

 

베젤 위로 2mm 높이를 차지하는 돔 글라스는 베젤이 시작한 입체감을 곧장 이어받는다. 각지지 않고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더블 돔에 내부 무반사 코팅까지 되어 시인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갖췄다.

 

 

 

다이얼은 베젤과 비슷하게 실내에선 낮은 채도의 파란색을 중심으로 은은한 선레이가 흐르며 실외에선 보다 밝은 느낌을 준다. 보다 선명하게 부각되는 직삼각형 인덱스 덕분에 보는 즐거움이 있다. 블랙 다이얼에 비해 당연히 화려한 느낌이 있지만 선레이가 과하지 않고 인덱스도 차분한 톤이라 어느 차림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레일처럼 둘러진 외곽 인덱스는 5분 단위를 기준으로 연장되는데 기능적인 의미는 거의 없고 디테일을 더할 뿐이다. 사실상 5분 단위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는 선을 잇는 동그라미 및 직삼각형 인덱스다. 자칫 둥글둥글해서 귀엽게만 보일 수 있었던 인상을 12시 숫자와 직삼각형의 샌드위치 인덱스로 포인트를 줌과 동시에 정돈해준다.

 

 

동그라미 인덱스는 짙은 크림 페인트를 바탕으로 두고 그 위에 더 옅은 크림색을 덧발라서 직삼각형 인덱스와 입체감 면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야광은 실용적으로 필요한 모든 부분에 들어가 있다. 심미적으로도 아름답다. 전체적인 밝기나 색감, 선명도가 균일하다. 짱짱한 수준은 아니지만 금세 희미해지는 정도는 아니다.

 

 

 

펜슬 타입 시분침과 롤리팝 타입 초침은 개별로 봐도, 모아 봐도 잘 어울리며 무난한 조합이다. 롤리팝 초침이 있는 다이버 워치가 이미 있어서 다른 초침이면 더 좋았겠다, 하는 개인적인 바람만 있을 뿐이다. 맞은편에 작게 동그라미가 또 하나 달려있는 게 아주 귀엽다.

시분침은 3/ 6/ 9시 인덱스, 보다 긴 초침은 동그란 인덱스와 비슷한 형태로써 조응하며 다이얼 위를 흐른다. 케이스에 각인된 숫자가 적음에도 핸즈들의 길이가 달라 시인성은 나쁘지 않다.

 

 

 

다이얼 프린팅은 시계의 균형미와 심플함을 돋보이게 할 정도로, 필요한 만큼만 되어 있다. 다이얼 브랜딩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폰트 형태나 크기, 색감이 너무 잘 어울려서 오히려 없었으면 허전한 모양새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2시 발틱 로고는 자세히 보면 C의 끝부분이 살짝 휘어져 있는데 오우너만이 알 수 있는 이런 디테일을 참 좋아한다. 6시에는 제품명과 방수성능만이 반듯하게 프린팅되어 있다. 미드센츄리 다이버를 오마주하는 제품들이 기울임체나 필기체,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폰트를 다이얼에 얹어 레트로한 분위기를 내려는 경향이 있는데, 아쿠아스카프의 방향성이 빈티지를 최대한 똑같이 구현하는 게 아니라 현대적인 변주를 통한 재해석, 그리고 정적인 우아함을 구현하려는 콘셉트를 생각한다면 정갈한 느낌의 폰트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폰트나 포티나 페인트를 채용하는 것이 헤리티지 없는 브랜드가 미드센츄리 다이버 콘셉트를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도 빠른 방법인 것은 알고 있다. 그게 누렁이 페인트를 사용한 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아함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데다 오히려 조화에 일조하고 있기도 해서 적절한 선택이라고는 생각한다. 전반적인 디자인을 살펴보면 빈티지라기보단 고풍스럽다는 느낌이 더 크다.

 

데이트창이 없어서 고급스러움은 물론 다이얼의 대칭과 균형미가 더 돋보여진다. 데이트창은 위치나 기능 채용 자체가 개취의 영역이긴 하나 이 시계에선 없는 게 더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다만 그래서 더 아쉬워지는 부분이 크라운과 케이스백이다. 사실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크라운 및 케이스백에 있어선 이상하게 대칭미를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는 부분이라 이게 발틱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다. 또한 제 위치가 정해져 있는 다이얼과는 달리 크라운이나 케이스백의 '올바른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기는 하지만, 심미적으로 더 아름다워 보이는 위치와 거슬리는 위치는 분명히 있다. 특히나 얼굴천재인 아쿠아스카프이기에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디자인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

 

크라운의 지름이 7mm로 크고, 코인 엣지 처리가 되어 있으며, 크라운가드가 없지만  케이스보다 큰 베젤 때문에 케이스와 베젤 너비가 같은 시계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조작감이 살짝 거슬리는 감이 있다.

발틱의 앞글자를 딴 B가 전면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고 주변엔 자글한 질감의 디테일이 있다. 이 질감은 다른 컬러의 다이얼에 사용되기도 했다.

 

 

 

잠수부가 새겨진 케이스백은 스크루 방식으로, 가장자리에 프랑스에서 조립되었음, 발틱, 스테인리스 스틸, 20기압, 사파이어 크리스탈, 그리고 제품명인 아쿠아스카프 문구가 둘러져 있다. 꼭 필요한 것들만을 상징적으로 간단히 새겨놓은 점이 마음에 든다.

 

 

 

러그의 디자인은 별다른 기교 없이 평이하다. 모든 면이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브러슁되어 있으며 일자에 가까운 곡선으로 뻗어나가다 끝부분에서 급격하게 직각으로 꺾인다. 때문에 러그가 굉장히 날카롭다는 인상을 주며 납작하기 때문에 손목 위에 두었을 때 쿠션 케이스 같은 느낌도 있다. 편리한 줄질을 위해 드릴드 러그 처리가 되어 있다.

 

 

 

시계에 사용된 미요타 9039는 3.9mm로 굉장히 얇은 두께를 가진 노데이트 무브먼트다. -10~+30초의 정확성, 쓰리 핸즈, 초당 8회 진동, 해킹과 핸드 와인딩 기능을 지원하며 파워 리저브는 42시간이다. 저렴한 범용 무브먼트지만 두께에 이점이 있어서 에 과한 돔 글라스를 채용하고도 12.6mm의 두께를 가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로터가 한 쪽 방향으로만 회전하는데, 각종 리뷰를 보면 이 단방향 로터의 소음이 거슬릴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단방향 로터 무브먼트에 비슷한 식의 사족을 붙였는데 실사용시 이게 체감될 일은 아예 없다고 봐도 좋다. 단점이나 그에 준하는 특성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시계 박스에 여분 브레이슬릿, 워런티 카드와 더불어 오차 측정표를 종이로 같이 첨부해주는데 내 시계는 일오차 +10초였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대체로 기재 스펙보다는 괜찮은 성능을 보여주는 무브먼트이니 오차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정확성을 생각할거면 오토매틱을 살 이유가 없다.

 

 

 

러그가 다소 평이하지만 그와 이어지는 비즈 오브 라이스 브레이슬릿은 자칫 심심할 수 있었던 시계의 나머지 부분을 충분히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두께가 가늘고 비즈간의 여백은 미관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느슨하다. 물론 체결은 단단하게 되어 있다. 각 마디가 굉장히 유연하게 움직이고 무너져서 파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특성 상 착용감은 굉장히 좋다.

 

가장자리는 브러슁, 중앙 쌀알들은 폴리슁되어 있어 다이얼에서 위아래로 화려한 분위기가 끝까지 연장되는 느낌이다. 너비는 러그에 맞게 20mm로 시작해 18mm로 서서히 좁아진다. 클래스프는 초기에는 없었던 더블 푸쉬 버튼이 추가되어 쉽게 풀릴 걱정이 없고 퀄리티도 좋은 편이다. 줄과 다르게 바깥쪽이 폴리슁된 클래스프 중앙에는 발틱 로고가 새겨져 있다.

 

 

러그와 엔드링크간의 유격은 거의 없다. 하지만 둘의 높낮이는 살짝 다르다.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단품 기준 110유로인 가격값은 한다고 느꼈다.

 

퀄리티뿐만 아니라 사용자 편의에도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쓴 게 느껴진다는 게 또 브슬의 매력이다. 퀵 릴리즈, 푸쉬핀 방식인데다 미세 조정칸이 7개나 있어 웬만한 남성의 손목은 따로 줄을 분리하지 않고도 곧바로 시계 착용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당연히 줄였다.

 

시계를 구매할 때 옵션으로 브슬과 러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브슬이 80유로 추가되는데 요즘에 브슬에 관심이 생기기도 해서 브슬을 기본 옵션으로 하고 러버를 추가 구매했다. 트로픽 러버는 기존에 쓰던 게 있긴 했지만 워낙 발틱 러버 스트랩의 평이 좋아 시계를 사는 김에 함께 샀음.

다른 리뷰들을 보니 예전 버전은 퀵 릴리즈가 아니었지만 현재 판매하는 러버 스트랩은 브슬과 마찬가지로 퀵 릴리즈 방식이며, 20mm로 시작해 버클까지 16mm로 급격하게 좁아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두께도 길이에 맞게 2.9mm에서 1.9mm로 얇아진다. 사이즈는 두 가지로, 120/70mm인 M과 125/80mm인 L로 나뉘어져 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러버 스트랩과 달리 길이가 적당해서 지나치게 튀어나오지 않고 키퍼가 하나에 길이도 적당해서 착용시 굉장히 안정적이다. 품질은 굉장히 좋다.

 

 

 

2023년 현재 시점에서 아쿠아스카프의 대체재가 없지는 않다. 미드센츄리 다이버 오마주의 물결은 한참 전에 시작됐고 특히 바티스카프 오마주는 다양한 가격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대를 조금 높인다면 라도의 캡틴 쿡이나 스쿠알의 SUB-39 시리즈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고, 조금 더 낮은 가격대에서 구매하고 싶다면 어바웃 빈티지의 1926 AT'SEA도 있다.

 

 

Rado Captain Cook / Squale SUB-39

 

About Vintage 1926 At'sea / Steeldive SD1952

특히 1926은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선레이 다이얼, 핸즈 등에서 유사점이 많고 관리 편한 쿼츠라 적당히 타협해서 구매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굉장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바웃 빈티지도 베젤 정렬 등 퀄러티 이슈가 종종 보이는 편이니 충분히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눈을 더 낮춘다면 중국 마이크로 브랜드인 스틸다이브에서도 SD1952란 이름으로 바티스카프 오마주를 20만원 중반대의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특히 스틸다이브는 야광이 정말 짱짱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내가 아쿠아스카프를 구매한 이유는 이런 제품들이 아쿠아스카프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각 브랜드의 제품들이 교집합으로 이어져 있을 뿐 각자의 매력이 있고 그런 매력들을 비교했을 때 아쿠아스카프가 보여주는 문법이 내겐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느낌 이상으로, 고아한 디자인을 위해 발틱이 제시한 요소들, 그리고 그 조합의 결과물은 미드센츄리 다이버 오마주가 어떤 방향성을 갖춰야 하는지를 제시했다고도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쿠아스카프가 연출하는 중성적인 이미지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보통 다이버는 용도에 맞게 스포티하거나 소위 데스크 다이버들을 위해 차분한 디자인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쿠아스카프는 더 나아가 드레시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다이버 장르에서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드레스 워치가 다소 심심하다면 아쿠아스카프를 대용으로 고려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시계의 장르적 측면에서든, 나 개인의 측면에서든 아쿠아스카프는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진보한 시계라고 말할 수 있겠다. 18년 첫 선을 보인 후 약 5년이 지난 현재에도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고, 또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수요가 충분히 이해되며 구매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싶다.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