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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크로프트 카포티 Ashcroft Capote

홀든 콜필드, 앨런 op, 헨리 치나스키 등 예전부터 애쉬크로프트 제품들을 애용해왔다. 개별 제품의 완성도가 미흡해서 불만족스러웠던 적은 있었지만(헨리 치나스키 다리 끝부분이 빠지고 덜컥거렸음. 제품 자체는 만족해서 하나 부숴먹었을 때 하나 더 샀었음) 대부분은 만족했고 오래 써왔음. 아마 나처럼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합리적인 가격,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한 디자인 채용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등으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브랜드이기 때문일 것. 물론 이제는 애쉬콤팩트, 커먼웰스 같은 서브 브랜드를 전개하고, 다소 가격대를 올림과 동시에 라인업을 정리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시도하며 과거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긴 하다. 몇몇 안경들은 가격대가 좀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더라. 그게 작년에 애쉬크로프트 대신 애쉬콤팩트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럴싸한 스토리텔링도 더 이상 나한테 차밍포인트는 아니지만 애쉬크로프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브랜드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열정을 잃지 않고 같은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혁신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는 멋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리스펙의 의미만으로 카포티를 구매한 것은 아니다. 홀든 콜필드 이후 괜찮은 하금테를 찾고 있었는데 카포티 이전의 애쉬크로프트 하금테들은 디자인이 너무 구리거나 평이했고, 디자인이 괜찮으면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금테를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기도 해서 비싼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고 그래서 애쉬콤팩트의 컴파운드 블랙&실버 모델을 선택했었음. 꽤나 만족했고, 주변에서도 괜찮고 잘 어울린다는 평을 많이 들어서 데일리로 잘 쓰고 다녔다. 하금테를 처음 살 때 고민했던 게 비교적 캐주얼한 차림에는 잘 안 어울리지 않나 하는 게 가장 컸는데 엄청 후리하게 입고 다니지 않는 이상 어느 차림에나 잘 어울리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 안경도 무족권 하금테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잘 쓰고 있던 컴파운드를 포기하게 한 이유는 당연히 카포티의 디자인 때문이다. 크고 아름다우면서 날 선 리벳과 과감한 템플 디자인, 네이밍('인 콜드 블러드'). 그리고 상당히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로 제품을 전개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라인으로 나오는 제품들은 완성도가 결코 나쁠 수가 없다. 컴파운드의 세로 리벳이 초라해보이게 만드는 카포티의 디자인은 내 충동구매 욕구를 멈출 수가 없었고… 속된 말로 너무 꼴려서 참을 수가 없었고 시간 될 때 바로 문래동 블루랩으로 갔다.

 

매장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타를 타면 압박스러운 경고문이 먼저 반겨준다

무신사에서 쿠폰 등으로 몇만원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매장으로 간 이유는 다양한 사이즈, 컬러, 디자인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컴파운드와 사이즈가 거의 동일한 47사이즈가 맞을 걸 머릿속으론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작은 45가 어떨지를 알아보고 싶었음… 뭐 아니란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그래 그거면 된거야….

친절한 직원분께서 45와 47 둘 다 나한테는 맞지만 45사이즈는 내 머가리 크기 때문에 다리가 점점 벌어질 것이란 걸 쿠션어로 잘 설명해주셔서 빠르게 납득하고 47 사이즈를 선택하였읍니다.

 

공홈에선 없는 것들도 아마?도? 진열되어 있는 것 같음

매장 인테리어도 꽤 괜찮고 특히 당시에는 안 팔던 인사이드 템플도 체험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서비스도 굉장히 친절함. 토요일 4시쯤 방문했는데 방문객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 많은 거 싫어하고 애초에 맘찍해둔 모델이 있어서 빠르게 결제까지 마무리하고 나왔는데 추상적으로 '카포티'를 고민하고 있다면 여러 라인들을 시간 들여 직접 체험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음. 생각보다 골드 모델이 덜 부담스러워서 괜찮았다. 다만 조명이 중구난방이라 제품의 실제 색감을 체험하기엔 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건 나였으므로 다시 집 가서 몇만원 저렴하게 사서 렌즈 맞추는 것보단 현장결제를 하는 쪾을 선택했다. 컴파운드랑 동일한 도수 맞출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검사를 다시 받아봤는데, 결과적으로 시간을 들여 검사를 받길 잘했다. 왼쪽 렌즈를 실제 눈나쁨에 비해 더 높은 도수로 쓰고 있었다고 하길래 그거 조정하고 처음으로 변색 렌즈도 도오전하엿읍니다. 인터넷에는 변색 렌즈가 정확히 어떤 컬러들이 있는지 나오는 게 없어서 직접 여쭤보니 렌즈 브랜드마다 컬러가 한정되어 있다 하심. 칼자이스는 선택지는 좀 더 있었으나 너무 비쌌고… 케미의 경우 회색과 갈색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이것도 뭐가 나을지 여쭤보니 갈색은 보통 피부 하얀 여성분들이 선택한다고 해서 바로 회색으로. 피부가 어두운 편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검정 하금테에 갈색이 그렇게 잘 매치될 것 같지도 않았고 옷으로 접근해서 생각했을 때도 나한테 브라운이 데일리로 할 느낌은 아닌 것 같아서…

 

안경 맞추러 간 날과 찾으러 간 날의 사진. 주변 건물인데 몬가 느낌있어서 찎고 옴

일주일 덜 돼서 완성됐다는 연락 받았고 금요오일에 바로 수령하러 갔다. 피팅 받을 것도 생각하고 간건데 그냥 코받침만 조정하고 끝이라서 좀 당황… 내 양쪽 귀 높이도 다르고 해서 그런 거에 맞춰서 이것저것 맞춰주실 줄 알았는데 이럴 거였으면 그냥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지, 좀 아숩…. 그래도 내가 주문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다시 차근히 해주시고 세이프티 카드랑 향수까지 조심스럽게 포장해서 챙겨주신 건 좋았다! 이 충성심 최소 1년은 더 연장될 것 같읍니다 ^^7

 

애쉬크로프트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 블랙&실버 아웃템플(앞), 애쉬콤팩트 컴파운드 블랙&실버(뒤)

전면부 140mm, 렌즈 가로 47mm 세로 40.8mm, 브릿지 22mm, 다리 길이 147mm, 베타티타늄/아세테이트
전면부 137.2mm, 렌즈 가로 47mm 세로 39.2mm, 브릿지 22mm, 다리 길이 147mm, 티타늄/아세테이트

 

베타티타늄이 뭔가 하고 찾아보니 그냥 합금티타늄에 그럴싸한 네이밍을 붙인 거더라. 복원력 탄성 내구성 등등이 더 좋은 티타늄이라고 함. 컴파운드에 비해 썼을 때 묘하게 다른 느낌들이 좀 있어서 재밌었는데 사이즈가 컴파운드보다 크지만 차갑고 날카로운 디자인들, 그리고 하금테 장르 자체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큰 안경에서 오는 귀엽운 이미지는 없어서 그게 제일 만족스러웠다.

 

사이즈가 다소 커지고 템플에 뭐가 들어갔음에도 티타늄이라 무거워졌다는 느낌은 없다. 찾아보니 데모렌즈 포함 32g이라는데 확실히 잘 쓰면 무게감이 전혀 없음. 템플 디자인은 언제 봐도 감탄박에 안 나오고… 인사이드 템플은 개인적으로 저런 템플을 안 보여줄 거면 왜 쓰냐는 생각이긴 한데 접었을 때의 앞모습이 진짜 미쳤음. 근데 안경은 쓰라고 있는 거잔아요 썼을 때 예뻐야 하지 않을가??? 안 보여줄 거면 카포티를 사는 의미가 없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네요

뭐 과감한 템플이 부담스러워 보이긴 하고 사실 나도 그랬는데 귀나 머리카락 등에 가려지는 부분이 있어서 실제로 찼을 때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썼을 때 직접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생각보다 신경이 덜 쓰임 ㅋㅋ… 아웃템플은 위에서 봤을 때도 비쳐 보이지만 안 쪽에서 봤을 때는 안 보인다(블랙 기준).

아 리벳도 그렇게 크다는 느낌은 없음. 전체적으로 바란스 있게 잘 제작되었다.

 

리벳이랑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템플이 진짜 미쳤다는 소리밖에 안 나옴. 리벳으로 쿡 찔러놓고 소재감 통일된 템플로 유려하게 이어지는 듯 하다가 끝에서 다시 날카롭게 찌르는 이미지로 마무리되는 걸 보면 모랄가 진짜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부분.

 

코받침의 만년필촉과 다리 끝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넣은 듯한 디테일은 특히 나한테는 만족스럽다. 여름에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데 꽤나 실용적으로 도움이 됨. 여러 모로 과한 디테일들이 듬뿍인데, 보이는 부분은 부분대로 신경 쓰고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니까 아예 과감하게 가 버리는 것도 좋다. 만년필촉은 음각으로 되어있는데 자국이 코에 남는다거나 하진 않는다.

 

상단부 in cold blood 마킹이 러프한 느낌으로 되어 있는데 다리의 마킹을 보면 브랜드나 시리즈명은 단정하게 잘 되어 있는 것 봐서 역시 의도된 느낌 같다. 처음에 마감문제인가 생각하긴 했지만 확실히 저 마킹들까지 차분하게 갔으면 안 어울렸을 것 같긴 함

 

변색렌즈는 모 옷유튜버 보다가 상당히 매력적이란 걸 알게 되어서 시도해봤는데 좋다! 노출된 시간만큼의 농도로 변색되고, 리뷰로 본 것과는 달리 변색도, 복귀도 빨라서 덜 부담스러운데 다만 변색렌즈라는 것 자체가 다소 생소하다보니 나도 한 번 써보자~ 이런 말 들을까봐 좀 겁나기는 함 😂 그거 말고는 다 만족쿠하는 부분이며 변색되었을 때의 선글라스 이미지도 카포티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것도 있는 듯 해서 아주 좋읍

앞으로 스타일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하금테에서 벗어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과연 애쉬크로프트에서 이 이상의 멋진 하금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잘 쓰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