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고시 실패하고 취업한 팁 푼다

 행시 실패했던 인간으로서 옛생각도 나고해서 




혹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나 다른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글을 남긴다. 


글에서 꼰대 냄새가 나더라도 이해해, 꼰대 맞으니까




나는 고시 실패 후 나름 큰 게임회사에 취업했어


운 빨도 있었지만 취업에 이직까지 가능했는지, 내 경험을 통해 얻은 몇 가지 팁을 풀께




기존에 공부했던 이력을 활용해서 공기업 시험을 보던가 7~9급으로 낮춰 지원할 친구들은 안봐도 돼


특히 지방 공기업들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인력이 아직도 충원 안되는 곳 들이 있으니 잘 노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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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력서 난사하지 말고, 스펙 쌓을 생각 하지마라




고시에 실패했다면 잘쳐줘야 20대 후반, 늦었으면 30대 초중반일거야.시간이 없어, 


그리고 대부분 돈도 없을거야




기관총 처럼 이력서를 난사하는 건 총알이 많은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거야.


낙방한 고시생들은 저격수가 되야해. 




이젠 알잖아? 과락 답안지 100장 쓸 시간에 합격 답안지 1장쓰는게 더 중요한 거




그렇다면 어떤 분야의 스펙을 쌓아서 뭔가를 노리겠다?


난 고시 접었을 때 든 스펙이라곤 대학교 졸업장이랑 토익 딸랑 한 개야. 


아, 군대 만기전역 한거도 스펙이라면 스펙이지


필수적인 자격증이나 토익이면 모를까 1년 깔짝해서 얻을 수 있는 스펙은 제2외국어 외에는 취업에 도움 안돼




스펙이 진짜 무의미한게 , 난 게임회사 취업 했지만


코딩은 지금도 할 줄 모르고, 문과 출신에 복수전공도 아니고, 게임관련 학원도 다닌적 없어


심지어 이직할 땐 토익 점수도 안 적었지, 근데 큰 게임 회사들 잘만 합격했어




나만 그랬냐? 나랑 비슷한 때 고시 때려친 형들도 별 스펙 없이 좋은 기업들 잘 갔어


스펙은 진짜 서류 간신히 통과할 만큼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해






2. 취업 할 분야를 고르는 법




취업이 고시보다 쉬운 것 딱 한개 만 고르라면, 고시는 내 답안지를 채점할 사람을 고를 수 없지만


취업시장에서는 채점자를 내가 고를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 내 무기가 잘 먹힐 분야만 잘 선택해도 절반은 먹고 가는거지




1)  업계 1티어 말고 2티어를 노려라




사실 제일 좋은 타겟은 1티어 였다가 최근 뭔가의 이슈로 흔들리고 있는 회사야




왜냐면, 보통 1티어 회사들은 규모가 커서 사람도 많이 뽑고


흔들릴 때는 사람들이 런 하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서 채용기준을 공고한 것보다 완화해서 적용 시켜주기도 하거든




이직률이 높은 회사를 역으로 노려보는 것도 꼼수야


물론 그런데는 가면 대체로  뭣 같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 임?




하지만 그런 이슈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2티어 회사들을 노려봐. 




2티어 회사들은 에이스들을 1티어에 다 빼앗기다 보니, 


당장의 스펙보다는 지원자의 포텐 + 이 새끼가 좀 있다 딴데로 이직할 확률이 낮은지 중심으로 봐


대표적인 사례가 경력 꼬인 중고 신인들이나 저평가된 고학력자 들이지




그래, 고시생인 너 말야. 




자소서나 면접만 잘 준비한다면 싱겁게 통과할 수도 있어






2)  내가 소비자의 위치에서 정말 많이 접해본 분야. 아님 알바라도 뛰어 본 분야




스펙 없고 나이먹은 취준생이 되버린 고시생의 무기는 


'난 다른 놈들보다 존나 절실해'  이거 하나 뿐인거 같더라. 




그럼 이걸  자소서에 존나게 녹여야지. 


'난 니 네 업계, 회사에 대해 이 정도로 절실하게 공부했어' 이렇게 말이야 




근데 그 공부를 이제 시작해봐야 나 고시할 동안 취업 준비한 


다른 경쟁자들만큼 퀄리티를 높일 수 없어




하지만 니가 소비자 입장에서 오랬동안 깊이 있게 접한 분야라면 이야기가 달라


아니면 최소한 몇 달 간이라도 알바를 뛰어본 분야 라던지 




난 그게 게임이었고




게임이 아니더라도 구단 홍보팀이든, 편의점이든 어떤 분야든, 


고객 관점 혹은 고객과 직접 부딪히는 최전선에서의 관점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는 부서, 직무가 있기 마련이야. 




그 부서가 어디고 직무가 뭐고 그정도만 잘 검색해 보자고, 구글신은 모든걸 알고 있으니






예를 들어 니가 면접관이라고 쳐 봐, 지원자가 스펙은 조또 없는데


우리 회사 게임 만렙에 랭커래. 아니면 우리 프랜차이즈 점주 밑에서 일하면서 들은 썰이 많대


면접 한번 보고 뭐라도 물어보고 싶지 않냐?




심지어 나는 만렙도 랭커도 아니었지만 


자소서에 ' 돈이 없어서 게임기를 못 샀다. 그래서 공략집을 외워서 친구한테 공략 알려주는 대신 게임기를 빌려서 했다'


토익점수 미달이었는데 이 문장 하나보고 서류 통과 시켰대




면접에서는 어땠냐




니네 회사 게임이 어떤 목적으로 최근 업데이트/이벤트를 했는지


어떤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면 어떤 지표(동접자나 매출 등등)를 올릴 수 있을지


비전문가인 내 눈에도 보이는 이 문제를 니들이 왜 못하고, 그 대안은 뭘 지


이거 가지고 한 두시간 떠들어서 붙었었어 




그들은 신입에게 솔루션을 원하지 않아. 취준생이 현업 보다 알면 뭘 더 알겠어




하지만 롤을 봐, 브론즈도 프로리그 보면서 훈수 둘 수 있거든


우리가 축구 잘해서 저 감독이 전략이 어쩌니 저쩌니 할수 있는거 아니잖아




하도 많이 접하고 소비하다보니, 그걸 만들어 내는 사람 입장에 내가 있었다면


하고 과몰입 할 정도로 덕력이 쌓인거 뿐이잖아. 이게 포인트라고




틀려도 돼 . 그냥 나의 태도, 앞 뒤가 맞는 말을 하는지, 같이 일할 만한 인간인지만 보는거야






3) 그래도 모르겠으면 그냥 한 분야 정하고 그 분야 현업자 만나라




딱히 좋아하는 거도 없고, 그냥 존나 막연하다면


그냥 아무 분야 정하거나, 주변에 취업한 사람 만나서 거기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냐 물어보는거도 답이야




어떻게 만나냐면


1) 학교 고시반에 있었다면 시험 떨어지고 취업한 선배


2) 전공 교수님께 도움 요청


3) 페이스북, 네이버 까페 등 현업자들 모여있는 커뮤니티 공략


4) 설문지 100장, 사탕 한봉지 들고가서, 그 회사 건물 근처에서 설문 돌리면서 헌팅


   예) ' 아 혹시 A사 직원이세요? 직원분 만나면 여쭙고 싶은 게 있었는데..'


    시간 없을 테니 거기서 붙잡고 물어보지 말고 이메일을 따라.  번호 달라그럼 존나 정색한다




5) 그냥 대놓고 그 회사에 전화나 이메일 보내기


 


등등등...방법은 의외로 존나게 많아. 








결. 자신감을 가져라, 증명할 순 없지만 우린 훈련된 사람들이다




시험 떨어질때마다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게을렀고 무능한지 항상 반성하고 후회 했지


하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떨어졌어.




그래서 스스로가 병신처럼 느껴질거야.  나도 그랬고.


ㅅㅂ 거기에 나이도 처먹었지.




근데, 막상 실제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 그렇지만도 않아




PSAT는 국내 최고 난이도 시험중 하나야 


통과를 못했든 했든  이거 붙들고 몇년 동안 훈련한 사람들에게 


기업 인적성 시험? 그렇게 어렵지 않아. 근데 이거 못통과하는 애들이 수두룩 해




그리고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한두가지 전공정도 이수한 일반 학부생인데


경제-정치-행정-법 4가지 분야의 전공서적 모두를 


고시생만큼 베껴 써 본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자신감을 가지기 바래






추신. 




미생에서 그러더라


열심히 안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해서인걸로 생각했다고. 안 그러면 너무 아프니까




나도 아직도 그때 공부 열심히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놀았다고 그래.  그래서 떨어졌다고. 




지금 글쓰면서도 차마 공부했다고 못쓰고  베껴 써본 사람이라고 하잖아




근데 너들 그거 존나 열심히 한거야. 그래도 안된거야


인정해야 해 군대도 2년이야. 고등학교도 3년이고, 대학교도 시발 4년이라고




근데 시발 우린....시발....


그 결과가 고작 이거 뿐이긴 해도 시발 어떻하냐. 




근데 말야, 그렇게 열심히 살아본 사람 의외로 별로 없어


어딘가 남아있고 살다보면 의외로 도움 돼




술먹고 써서 길어졌다


힘내라 시발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