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브라는 것은 말로 참 설명하기 힘든 현상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오해와 논쟁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루브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긴글을 써봅니다.
글은 "리듬악기의 작용"과 "악기간의 상호작용"(리듬,선율,보컬), "연주자와 청자 사이의 교감"등 단계별로 나누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리듬악기의 작용
리듬은 모든 움직임의 질서이다.
일련의 소리가 리듬이 되기 위해서는 음들에 어떤 정규적인 패턴이 있어야 한다.
음의 정규적 패턴이나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악센트는 리듬을 형성하게 되지만 그 일정한 리듬은 곧 심리적인 안정(적응)과 함께 긴장을 완하시키는 동조화 현상을 수반하게 된다.
그루브라는 것은 단면적으로 봤을때 마디안에서 아슬하게 줄을 타듯 떨어지는 타이밍등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긴장감이라 할수있다.
아찔하게 줄을 타듯 애가 타는 긴장감을 리듬안에서 얻어내려면 정규적인 패턴에서 나오는 평온함을 깨뜨릴 "어긋남"이 필요하다.
그루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어긋남(반대적성향)은 바로 백비트의 강조라고 할수있다.
4분의 4박자의 악곡을 설명할때 각 박자에 해당하는 음의 강약은 고전적인 리듬방식으로 보면 강약중강약이 되며 1,3박은 강하게, 그리고 2,4박자은 약박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여리게 연주가 되었다.
인간의 심장박동은 1,3박을 기준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클래식등에서 보여지는 1,3박의 강조는 인간의 심장박동과 일맥상통한 면을 가지고 있어 심적인 안정을 주는 템포였던 것이다.
클래식은 멜로디와 화성의 입체감만으로 극적인 스케일을 연출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비트의 역동성이라는것은 오히려 곡의 화려한 화성을 해치고 난잡하게 만드는 요소일뿐이였다.
그 이유로 고전 서양음악의 비트는 편안한 1,3박에, 템포를 세는 미미한 보조역활만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음악은 재즈를 비롯해 록, 힙합, 알앤비까지 모두 백비트를 기반에 둔다.
흔히들 얘기하는 투포리듬은 스윙이나 라틴등의 Jazz적인 요소를 가지고있는 장르에서 메트로놈 클릭을 2박과 4박. 예로 스윙리듬에서 투포에 하이헷을 밟으면서 라이딩을 하는것이나 정템포의 반으로 메트로놈을 맞추어 클릭을 2와 4박에 맞추어 연주하는것.
즉 4/4를 기준으로 하면 세던 템포에서 원하고 쓰리를 빼고 박자를 세는것을 뜻하며 이런 백비트의 강조현상은 강박자에 강하게 연주되는 일상적인 안정감(인간의 심장박동이 1,3박을 기준으로 뛰는 이유)을 어긋내면서 정서적으로 흥분상태를 만들어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역활을 하게 되는데 특히 음의 강조가 앞에서 뒤로 밀려나면서 일어나는 레이백현상(원래 싱코페이션처럼 리듬의 수시적 위치나 기술을 의미하는 말이 아님)은 심리적으로 애가 타는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활을 했다.
그루브는 복합적인 리듬형태에서 나오는 쾌감이라고 할수있는데 인간의 심장박동에 뒤집어버리는 백비트는 그루브를 그려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화지가 되는 것이라 할수있다.
백비트가 도화지라고 가정하면 그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내는가가 중요한데 흑인음악에서 그루브를 그려낼때 가장 중요한 스킬이 바로 싱코페이션이라 할수있다.
백비트가 강조의 엇갈림이라고 한다면 싱코페이션은 시간의 엇갈림이라 할수있는데 일정한 흐름에 변화를 주는 요소로서 엇박자, 당김음으로 표현되는 리듬현상이며 동일한 간격을 가진 반복형태 안에서 변칙적으로 다가오는 강조라고 보면 된다.
뒷음을 변칙적으로 앞음에 당겨 붙히면서 그 다음 뒷음과의 공백을 만들어내 순간적으로 박자가 절리듯 아슬하게 리듬을 전개시켜 버리는 이 리듬기술은 일정한 타이밍패턴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동화현상)을 불안감으로 전환시키는 역활을 하면서 곡의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일반적으로 그루브를 곧 싱코페이션이라고 이해할만큼 그루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루브를 싱코페이션의 동의어로 해석했다고 가정하면 그루브는 곧 심리적 불안함에서 오는 긴장감(쾌감)이라고 다시 한번 해석할수 있는것이다.
싱코페이션, 스포르찬도나 다이내믹등 음의 이동, 음색의 급격한 변화, 긴음표, 도약등. 리듬이라는 정규적인 형태는 "변화"라는 요소를 함께 포함하게되는데 주기적인 흐름안에서 "변화"를 갖기 때문에 리듬이라는 질서안에는 "긴장"이라는 중요한 힘이 작용하게 되는것이다.
그루브에 있어서 백비트가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한다면 싱코페이션은 스케치을 그려넣는것 개념인데 여기까지가 그루브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스케치된 그림위에 색을 칠하는 개념은 "음의 연출"과 동일하다고 할수있다.
리듬의 기술적인 요소를 논의 할때 항상 간과하고 지나쳐버리는 부분이지만 소리의 연출기법이라는것은 최종적으로 음악이 청자에게 전달하려는 감성이나 메세지의 지향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건조한 음에 살아있는 생동감을 불어넣는 작업이기 때문에 sound effect. 연출적인 부분은 곡의 그루브를 결정할 정도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수있다.
백비트나 싱코페이션등의 리듬구조, 그위에 연출되는 음의 뉘앙스까지 리듬악기의 작용은 그루브에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라고 할수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그루브의 대명사라고 할수있는 스티비원더의 명곡 "Superstition"를 한번 들어보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이곡은 오프닝에서부터 나오는 8비트 드럼의 리듬구조, 드럼을 Drop시킬때 그 미묘한 타이밍과 드럼악기의 질감. 특히 하이햇의 표현기법은 당대의 드러머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던져준 명연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프닝 4마디 이후 엇박자와 16박을 넘나드는 클라비넷 리프와 무그베이스 연주는 전자키보드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리듬해석에 있어서는 정말 경이적인 표현력을 보여주었다고 할수있다.
80~90년대 흑인음악의 대안이였던 힙합은 어떤 음악장르보다도 리듬의 구조나 음의 연출적인 부분이 강조가 되는 장르인데 이부분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 대표적 비트메이커가 바로 제이딜라라고 할수있으며 국내 뮤지션으로 솔스케이프나 버벌진트등이 리듬구조뿐만아니라 질감등 연출적인 부분까지 잘 활용하면서 남다른 그루브를 과시해 왔다.
이렇듯 그루브는 리듬의 수시적 위치는 물론이고 리듬분절단위의 경계를 아우르는 미묘한 타이밍, 그리고 음색과 질감등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 악기간의 상호작용
1. 리듬악기간의 상호작용
그루브의 밀도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악기간의 상호작용이 빠질수가 없다.
이건 어느글에서 설명되어 있던 연주자와 연주자사이의 어울림정도로 해석하면 될거같다.
첫번째 예로 베이스, 기타, 키보드, 트럼펫, 섹소폰, 백코러스까지 흑인풍의 감각과 선율, 리듬을 9인조 거대편성의 세밀한 구성을 통해 보여준 신중현과 뮤직파워 버젼의 "아름다운강산"을 들어보자.
행진곡풍의 선율과 4/4박자의 적당한 강도의 리듬이 잘 배합되어져 있는 이 곡은 대규모 편성에 걸맞는 연주 스케일을 보여주는데 최초 네마디 리듬기타의 인트로가 곡의 주된 테마로 설정되어 있는 걸 알수있다.
그위에 펼쳐지는 다양한 리듬이 이곡의 묘미라 할수있는데 여기서 중요한건 힙합음악처럼 드럼의 그루브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곡에서 느낄수있는 그루브의 실체는 악기간의 상호작용에서 나오고 있는데 특히 발군의 그루브를 발산하는 박태우의 베이스 변주를 시작으로 리듬에 대한 독립적 해석을 취한 각 악기간 파트끼리 서로 치고 빠지며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상호작용은 신중현이 최종적으로 어떠한 모습의 사운드를 목표에 두고 대규모그룹편성을 시도했는지 감히 짐작해 볼수있다.
드럼주자 한명의 독주보다는 베이스주자와의 콤비네이션이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듯이 악기간의 어울림이 그루브함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이곡 통해 쉽게 이해할수 있을것이다.
각 화음들의 성격에서 비롯되는 코드스케일의 다양한 사용과 어떠한 음의 층위건 혹은 상이한 악기건 간에 철저히 리듬으로 동화된 음조나 악구로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는 합주는 더욱 입체적이고 밀도감있는 그루브를 만들어 내게 되는것이다.
2. 선율악기와의 상호작용
그루브를 논의할때 리듬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멜로디가 조명받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멜로디가 리듬과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며 리듬악기와의 상관관계는 그루브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할수있다.
선율적 화성 또한 마찬가지로 그루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선율악기와 리듬악기의 조화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표뮤지션 MC스나이퍼의 "Gloomy Sunday"를 일단 들어보자.
'Andras Und Ilona'의 현악파트를 샘플링한 이곡은 사실 리듬파트가 아주 단순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리듬을 연출하고 있는 보잉(Bowing)의 스트링 멜로디파트를 보면 때로는 절제된 연주로..때로는 격정적인 연주를 보여줌으로서 그루브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는걸 알수있다.
웅장한 멜로디를 연주하다가도 하이라이트부분에서 현악멜로디 자체가 리듬파트로 편승되어 버리는 구조를 보여주는데 이곡은 그루브의 극적 연출을 멜로디가 어떻게 지휘할수 있는지를 표면적으로 가장 쉽게 보여준 예라고 할수있다.
바이올린같은 찰현악기에 스타카토나 스피카토등의 장쾌한 활주법은 타악이 약한 오케스트라에서 하나의 리듬을 잡아주는 의미정도로 받아들일수 있다.
스나이퍼는 이렇듯 리듬과 멜로디의 앙상블에서 단순한 1차적원인 결합으로 어찌보면 가장 단면적인 그루브를 보여준다고 할수 있지만 의외로 이런 음악이 꽤나 강한 설득력을 주기도 한다.
찰현악기보다는 일반적으로 흔히 접하던 재즈힙합의 관악 그루브가 힙합리스너들에겐 조금 더 익숙하겠지만 조금 더 쉬운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스나이퍼음악을 예로 들게 되었다.
3. 보컬멜로디와의 상호작용
일반적으로 랩은 타악화된 보컬로 가장 리듬에 충실한 보컬기술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알앤비 소울,훵크에서 보여줬던 복잡하고도 다양한 멜로디 전개방식은 꼭 타악화된 보컬이 아니더라도 리듬을 구성지게 이끌어갈수있다는걸 보여주었다.(랩의 대한 접근은 단독파트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할생각임)
밥딜런의 원곡 "Blowin` In The Wind"와 스티비원더가 리메이크해 크게 히트한 "Blowin` In The Wind"을 비교해보면 같은 멜로디를 부르고 있지만 싱코페이션적인 변화를 거쳐 복잡한 멜로딕리듬을 가지고 있는 스티비원더의 보컬이 더욱 리드미컬하게 들리는걸 확인할수있다.
리듬앤블루스와 가스펠을 결합시켜 소울 뮤직의 혁신을 꾀한 레이찰스의 명곡 "I Can't Stop Loving You" 역시 몸에 베여있는 흑인 특유의 블루스리듬감과 비트에서 잘표현되고 있는 레이백 감각이 잘 어우러져 더욱 끈적하고 그루브있게 멜로디가 표현되고 있는것을 느낄수있다.
특히 레이의 보컬이 가스펠 특유의 합창부분과 call and response pattern식으로 교차될때마다 일어나는 야릇함이나 소울음악의 특징중 하나인 화려한 코러스와의 조화는 더욱 그루브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소울,알앤비 영역에서 콜로라투라기법처럼 후렴을 백그라운드보컬이 대신하고 리드보컬은 애드립을 행하는 모습을 자주 볼수 있는데 때론 비화성음의 사용으로 악곡내의 긴장도를 높이고 더욱 더 풍부하고 강렬한 색채를 띄게 만들기도 한다.
국내에서 흔히 "태양의 보컬이 흑인필이다"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그 흑인필이라고 하는것의 실체가 바로 "그루브"의 유무인 것이다.
재미있는 예로 칸예웨스트의 "Gold Digger"를 들어보면 외형상 "I Got a Woman"의 보컬을 새롭게 레코딩한듯 하지만 사실 샘플음원 규격처럼 가공,변환시켜 전형적인 리듬파트로 소비하고 있는것에 가깝다는걸 알수있다.
멜로디가 그루브에 영향을 미치는건 사실 멜로디의 독자적인 성향보다는 리듬과 본질적으로 연계될수밖에 없는 어떤 특수성때문이라고 보는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결국 멜로디라는것은 리듬과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의 것이 아니라 멜로디 역시 리듬의 공간감을 채워주는 결정적인 역활을 수반하기에 그만큼 리듬파트와 멜로디파트간의 앙상블은 그 무엇보다 그루브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할수있다.
여태까지 그루브하면 리듬파트만을 중점적으로 다뤄졌지만 음의 긴장감은 결국 모든 소리들간의 총체적인 상호작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번째. 음악과 청자사이의 어울림
1. 연주자에게 필요한 어울림의 조건
그루브는 위에서도 설명했듯 음의 구성과 구조와 음색, 그리고 연주자들과의 호흡등 총체적인 상호작용에 따라 색깔이 결정된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기술적 요인보다 더욱 중요한 한가지가 남아있는데 그것은 바로 연주자의 숙련된 '여유로움'이라는 것이다.
연주하는 자에게 여유가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시도하더라도 결코 그루브는 도출되지않는다.
그루브라고 하는것은 연주시 혹은 음악감상시에 그야말로 신체(Body)와 영혼(Soul)으로 공감하게 되는것이기 때문이다.
청자의 공감을 얻어내려면 연주자가 먼저 음악과 하나가 되어야하며 항상 그런 평상심을 유지할수 있는 숙련된 감각을 지니고 있어야지만 청자들은 그 음악에 몸과 마음을 편안히 맡기고 '흥'을 즐기게 되는것이다.
연주자가 긴장을 하면 연주는 비트를 앞서나가게 되며 몸에 익지않으면 연주는 비트에 끌려갈수밖에 없다. 듣는이는 불편해질수 밖에 없고 결국 청자 또한 음악을 즐길 여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숙련된 감각이란것은 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위한 음악적 여유뿐 아니라 연주자만의 개성과 직결되기도 한다.
세명의 드럼연주자가 같은 악보를 연주함에도 연주자마다 그루브함의 색깔이 다르고 연주안에서 각자만의 다른 개성이 발현될수있는건 정확히 같은 시간에, 정확히 같은 위치에, 정확히 같은 힘을 주고 두드릴수 없기 때문이다.
그 미묘한 오차는 머리가 아닌 몸 그리고 감각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고, 그 미묘한 오차는 곧 자신만의 연주개성이 되는것이다.
랩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랩벌스를 여러 사람들이 카피랩하면 같은 랩구절임에도 부르는 사람마다 그루브가 달라지게 된다.
랩을 악보로 기보했을때 분명 같은 리듬코드에 같은 싱코페이션이 적용되어있는 동일한 악보라 하더라도 부르는 이마다 그루브가 달라지는건 한음절 한음절 몸이 기억하고 있는..혹은 감각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만의 타이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길이로 떡을 써는 생활의 달인, 혹은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하는 농구선수등 머리가 아닌 숙련된 몸의 기억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큰 도움이 되는것처럼 자신만의 감각이 그루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반복학습으로 고유의 타이밍(개성)을 몸에 기억시킨다는것은 곧 연주자의 개성을 나타내기도하며 이것은 숙련된 "여유로움"과 일맥상통한다고 할수있다.
구성진 리듬악보에 숙련된 감각에서 나오는 "여유"를 유지한다면 그루브를 도출함에 있어서 연주자가 준비해야할것은 모두 끝이 났다.
이제 남은것 것은 청자들의 공감뿐이다.
2. 청자에게 필요한 어울림의 조건
문제는 그루브에 대한 의혹이 조금씩 풀릴때 쯤 가장 큰 변수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앞서 장황하게 설명해놓은 타악의 기술과 화음의 입체감이 완전히 배제한 트럼펫 독주하나만으로도 그루브는 형성이 된다는 사실을 알수있다.
앞선 모든 이론들은 분명히 그루브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맞지만 단선율 음악으로 그루브를 느낄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루브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수밖에 없는것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단선율음악에 그루브를 느낄수 있다는 말은 그루브라는것은 결국 듣는이의 감각적 판단으로부터 비롯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멜로디 연주라는것 자체가 이미 리듬, 즉 박자를 밟아 나가면서 이루어 지는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음이 없다고 리듬자체가 없는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리듬이라는 것은 쿵딱거리는 1차적인 소리를 의미하는것이 아니라 시간적인 질서이기때문에 코드가 맞는 멜로디는 그자체로서 시간적인 질서, 즉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단선율 이면에 겉으로 드러나지않는 리듬을 어떻게 청자가 해석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그루브는 충분히 만들어낼수 있다는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루브를 느끼면서도 그루브에 대한 설명을 회피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똑같은 음악을 들려줘도 듣는이의 이해도나 해석에 따라 각자 그루브를 느끼는 체감도가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이였다.
그루브의 발생은 연주자의 "감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청자의 "이해"에서 부터 발생한다.
연주가는 하나의 소스를 던져줄뿐 그루브는 결국 청자 스스로가 그려내야 하는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루브라고 하는것은 연주시 혹은 음악감상시에 그야말로 신체(Body)와 영혼(Soul)으로 공감하게 되는것이기 때문이다.
※랩의 리듬작용
랩의 리듬작용은 그루브의 첫번째 단락 "리듬악기의 작용"에 그대로 적용을 할수가 있다. (또한 유엠씨리뷰참조)
비트는 비트만의 마디가 존재한다. 마디라는 기준이 있기때문에 싱코페이션같이 음을 밀고 당겨도 리듬이 흐트러지지않고 규칙성을 가질수 있는것이다.
랩은 비트마디위에 뛰어놀지만 절대적으로 봤을때 랩 역시 랩만의 자체적인 마디가 존재한다고 볼수있다.
사운드적으로 라임이 왜 중요하나?? 간단하다. 랩에서 마디를 결정하는 기준이 라임이라고 할수있기 때문이다.
시간적 규칙 없이는 리듬은 만들어지지않는다. 그런 규칙성은 사실 라임이 아니라도 음수률등으로 만들어 낼수는있다.
허나 음수율같은 리듬형태는 반복되는 단위(덩어리)를 기준으로 규칙성을 만들어 내기때문에 다양한 음의 변화를 주는데 한계가 생기게 된다. *** **** *** **** (*는 음절 빈칸은 마디, 결국 마디조절에 한계가 있음)
그에 반해 라임은 마디기준만 세워두고 그 마디안을 비워두는 형태이기 때문에 한계가 없는 변칙적 리듬을 만들수 있으며 음절 하나하나 모두 생명력을 불어넣을수 있는것이다. / / / / / (/는 라임 빈칸은 음절. 라임조차 자유로운 배치로 리듬변환가능)
첫번째 경우 똑같은 마디를 계속해서 반복하기때문에 그 마디안에서 음절을 다양하게 움직일수있는 싱코페이션의 한계가 생기며 결국 다양한 리듬패턴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오게된다.
여기서 라임의 최대 장점이 부각되는데 라임은 배치만으로 비트마디안에서 몇번이고 나누고 늘리면서 랩마디를 조절할수가 있다.
더욱 중요한것은 단순한 라임배치라도 라임은 스네어와 다르게 음절수나 단어의 변형으로 음의 패턴(음정)을 계속해서 변화시킬수 있기 때문에 라임배치가 단순하더라도 랩을 변화무쌍하게 이끌어갈수있는것이다.
예로 스나이퍼의 "내려놓음"의 랩을 들어보면 비트 마디에 일정한 라임의 음정이 동일한 위치에 단순하게 배치되고 있다는걸 알수있다.
이런 랩들은 라이밍 간격과 음정에 큰 변화가 없어 조금만 리듬운용을 잘못하면 뒤의 패턴이 바로 노출되고 그대로 지루해져버리고 만다.
하지만 단순한 라임배치로라고 꼭 지루해지란 법은 없다.
앞서 말했듯이 라임은 스네어와 다르게 음절수나 단어의 변형으로 음의 패턴(음정)을 계속해서 바꾸면서 랩패턴에 변화를 줄수있는데 일반적으로 mc들이 2마디와 4마디 단위로 다양하게 라임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이 그 이유이며 라임이 달라지면 뒤에 나오는 플로우패턴에 또 변화를 줄수가 있게 된다.
모든 음악들은 코드에서 일반적인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코드작곡은 정의되어 있는 음악코드를 이용해서 작곡을 하는것인데 첫코드가 결정되면 그 뒤로 이어질수 있는 진행가능 코드 도식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C코드로 시작했다면 일반적으로 G, Em, Am 혹은 F 정도의 코드 이동경로가 나오게 되고 그중 G로 이동했다면 그다음 코드는 C,F,Dm,Em 코드 이동경로가 주어진다.
이런식으로 계속 해서 이동경로가 이어진다면 결국 4마디 기준으로 첫코드가 C로 주워졌다는 가정을 했을때 64가지의 코드진행 경로가 나오게 되는것이다.
서양 12음계안에서 나올수 있는 멜로디의 숫자가 수학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신해철의 말은 이런 코드진행이나 멜로디 라인이 거의 다 드러났다는 말로 이해할수도 있다.
랩도 마찬가지로 어떤 음정을 가진 라임이 주어 진다면 그 뒤에 나올수있는 리듬패턴 범위가 어느정도는 결정되어진다.(앞선 유엠씨리뷰에서 "라임은 반복어구만 보는것이 아니고 총체적인 리듬을 보고 평가해야한다"라는 말을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위치에 라임이 박히는 단순한 마디패턴도 라임의 변화(음정)를 주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리듬패턴을 만들수 있는것이다.
이런 라임형식은 복잡한 라임배치로 그루브를 만들어 낼때보다 랩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1219 Epiphany에서 버벌진트의 랩처럼 잘 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이처럼 라임은 랩의 총체적인 리듬을 지휘하는 역활을 수행하고 있고 그루브를 연출하는 가장 기본적인 리듬스킬이 되기 때문에 랩에서 라임이란 "리듬악기의 작용"과 크게 틀리지않는 개념이라고 할수있는 것이다.
허나 라이밍도 역시 텍스트적인 부분일뿐 결국 사운드로 그루브를 연출하기 위해선 랩퍼 역시 숙련된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Life`s So Bitch 에서 스윙스의 랩, Do Or Die에서 마스타우의 랩을 들어보면 랩도 역시 리듬악기의 작용에서와 마찬가지로 리듬의 수시적 위치만으로 그루브가 이루어지는게 아니란걸 알수있다.
이처럼 단음절이 리듬에 떨어질때 랩분절의 미묘한 타이밍은 레이백같은 리듬현상을 동반하게 되며 톤, 음색, 발음, 호흡 역시 그루브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게된다.
(이부분은 위에서 한번 설명됐으니 패스)
그루브는 이탈적인 행위에서 이루어지는 긴장감이라고 설명했는데 요즘 랩은 싱코페이션등 리듬분절단위의 움직임에 의한 변칙뿐만 아니라 음장. 음의 길이를 조절해 예측할수없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피타입의 랩을 들어보면 비트박자안에서 랩의 마디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쪼개고 수시적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리듬을 이동시키는지 알수있다.
보통 타악과 현악을 선으로 표현하면 타악은 점선이 되고 현악은 실선이 된다.
타악의 진행은 앞음에서 뒷음으로 이동하기까지 점선처럼 중간음의 걸림이 없이 지정되어있는 어울리는 음으로 바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현악은 선이 이어져있기 때문에 음에서 다음 음으로까지 예비,걸림,완결의 단계로 불협화 상태의 걸림음을 지날수 밖에 없다.
피타입의 랩은 박자를 이탈하지않고 철저하게 타악으로서 정박자(점선)를 라이딩하는데 이경우 리듬학적으로 음절 하나하나가 임펙트를 갖게 되지만 반대로 딱딱하고 필요이상으로 정직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다.
요즘 랩 추세는 실선에서 나타나는 걸림단계의 상태를 굳이 배제하지않고 변칙적인 음을 실선처럼 끌고가면서 타이트한 느낌의 랩을 만들어내는게 대세이다.
대표적인 예로 릴웨인같이 음이 끊어져야 하는 공간에 음을 그대로 끌고가면서 숨막히게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것이고 버벌진트 역시 아밀리 랩 이후로 이런 느낌을 많이주고 있다.
예전에 피타입은 버벌진트가 자신과 같은 방법론에 출발했지만 버벌진트는 랩자체가 현악의 특징을 보이면서 자신의 방법론과 노선을 달리하게되었다는 말을 한적이 있는데 분명한것은 현재 랩의 추세는 피타입이 거부감을 표시했던 현악스타일(버벌진트스타일)에 가깝다는 것이다.
여튼 랩이든 악기든 그루브에 대한 원천은 결국 다르지 않다는게 나의 생각이고 특히 사람의 목소리는 어떤 타악기보다도 표현할수있는 음의 뉘앙스나 음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잘 가공한다면 랩이라는 성악은 그 어떤 악기보다 뛰어난 그루브를 표현할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목소리로 낼수있는 그루브. 현재 그 진화의 절정을 보여준 형태가 바로 랩이라고 할수있는 것이다.
※현대음악에서 그루브란..
그루브를 이해하기 위해선 재즈를 듣는것도 사실 많은 도움이 된다.
이유는 백비트와 싱코페이션이 현대음악에 적용되기 시작한 모태가 바로 재즈음악이였기 때문이다.
재즈의 스윙필이 바운스화된 감각이라고 한다면 그루브는 보다 스트레이트한 감각이라고 할수있다.
재즈의 그루브는 2,4,8등 짝수단위로 분할된 스트레이트한 음표를 3,6 등 3의 배수단위로 분할된 바운스화된 음표로 전환시키면서 리듬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역동성을 갖는 형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쉽게 말하면 균등한 음길이를 갖는 음표들이 셔플리듬 계열로 바꾸면서 스윙감을 얻게되는 것인데 싱코페이션이 가미된 리듬악보를 다시한번 셋잇단음표로 전환시켜 악보상 더욱 바운스화된 리듬형태로 만들어버린다는 말이다
하나의 악보를 머리속에서 가설해보기로 하자.
템포 180에 한마디안에 백비트가 2,4박째 나타나고 바운스(셋잇단음표)화된 각 음표들은 싱코페이션이 강조되어 있으며 정박에 음표들이 사용된것보다 약박에 위치한 것이 많은 전형적인 스윙 악보가 있다.
헌데 이 악보에서 백비트의 위치를 바꾸어보면 리듬파트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먼저 한마디안에 백비트 하나가 들어 있는 IN 2 형식의 악보로 변경해보면 실제 악보상의 음표의 빠르기, BPM(한박자가 다음박자로 이동하기까지를 한단위로 1분동안 이동값을 계산하는것)과 음향의 차이는 없지만 템포감은 현저하게 느려진듯이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실제 음표의 빠르기는 전혀 변한것이 없기 때문에 스윙감각은 BPM의 영향을 전혀 받지않고 그대로 유지가 된다.
이번에는 IN 2에서 백비트 두개를 집어넣는 IN 4 형태로 바꾸어 보자.
이번에도 역시 실제 연주되는 음향의 차이는 전혀 없다.
하지만 백비트의 변화로 템포가 90인 곡으로 변하는 동시에 바운스화된 음표가 스트레이트한 16분음표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이런 16분음표는 사실 스트레이트한 음표가 아니며 그 안에는 이미 스윙화된 음표들이 연주되고 있는 스윙 음악인 것이다.
이 악보가 바로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알앤비, 힙합등의 전형적인 악보 형태이다.
결론은 오늘날의 힙합,알앤비는 스윙재즈와 별개가 아니라 백비트의 자리를 인투로 바꾸고 표기를 16분음표로 바꾼것에 지나지 않는것이다.
이렇게 "변형된 스윙필"이 바로 힙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그루브"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현재 불리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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