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계절학기 재무관리 그리고 서중남미

1학기 때 어떤 가벼운 친분관계라도 기대하며 조별과제가 많은 수업을 신청했고 크게 후회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너무 버거웠기 때문이고(물론 적응하니까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건 단순한 적응의 문제 이상이다. 나니까 내가 앎) 혼자 하는 것이 역시 내 성격,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21학점과는 별개로 중간 발표를 해야 하는 수업이 많았는데 처음 몇 개인가의 발표를 할 땐 3시간의 수업에서, 내 이름이 불리기까지의 최소 1시간동안 몸을 심하게 떨고 심장도 빨리 뛰었던 기억이 있다…. 일부러 맨 앞자리만 골라 앉았는데, 몸이 떨리는 게 너무 심해서 뒤에 앉은 학생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그 와중에 걱정하며 애써 진정하려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내가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자리로 돌아와 앉으면 그래도 좀 나아지기는 했다.


조별과제가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공산주의를 꼽는 유모어가 있다. 재밌기도 하고 실제로 틀리지만은 않은 이야기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블랙(유)모어다. 4개의 조별 과제 중에 단 한 명, 나름 통찰력이나 의지도 있고 나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준 학생 말고는 두 부류로 갈렸다. 할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거나. 하지만 둘 중 하나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닌 게 함정이었다.


조장을 맡은 조도 있고 아닌 조도 있었지만, 어차피 다른 학생들의 의견이나 주도는 바라지도 않았을 뿐더러 주도적으로 나서길 원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더더욱 성미에 맞지 않았다. 조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존중하면서, 거기에서 1차적 책임감을 부여하고 명확한 기일과 업무 분담으로 그것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게 내가 한 일의 전부였다. 재밌는 건 조장을 맡지 않은 조도 내가 이것들을 전부 했다는 것인데 애초에 조장을 맡은 학생에게 기대를 하는 건 아니었으므로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대부분 수업은 프레젠테이션 발표로 진행했다. 프레젠테이션 제작, 그러니까 조별 과제에서 가장 많이 보여지는 부분과 그것을 마무리하는 부분은 내가 애초에 나서겠다고 자진했다. 굳이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조원들을 대강 가늠해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의지와 능력에서 나, 겨스님, 다른 학생들이 감복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진 않았고 프레젠테이션 콘셉트에 대한 대강의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그걸 실현해보고 싶었던 게 컸다. 뭐 결과론적으로 나쁘진 않았다. 호평을 받은 발표도 있었고.

내가 굳이 사서 고생한 점은 분명 있지만, 어쨌든 조별과제는 공산주의의 번영과 몰락을 인생 게임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여름 계절학기 수업도 조별과제 수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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