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꿍얼꿍얼

wish라는 제목으로 써놓은 글들을 시간이 지나 보게 됐는데 거기 있는 것들 중 대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처음엔 만족스러웠지만 오래 생각하게 되는 모든 것이 그러하듯 이내 서글퍼졌다. 바람이나 희망, 미래상이 거창하거나 원대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바라왔던 것들이 지금의 내가 봤을 때조차 사소하고, 쉽고, 보잘 것 없는데 남들은 오죽할까, 와 그런 작은 것들만 바랄 수 밖에 없게 나의 배경에 대한 잡념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배경, 환경 탓도 못 할 명백하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책임과 이유가 있는(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있겠으나) 것인데 '노력하긴 싫은데 욕심은 많은' 내 싫은 일부분을 포스팅으로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그걸 이제야 깨달았단 것이다. 쉽게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만을 바라고 살아왔단 걸 무슨 증명서 제출이라도 하듯.

능숙함과 익숙함의 차이는 있겠지만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자신의 원하는 부분만을 취사선택하여 보여주기 좋은 곳은 온라인일 수 밖에 없다. 씻고 머리를 만지고 단장하고 배색이나 조화를 생각하여 옷과 신발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 마주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성별, 나이 , 신분 등의 정보도 원치 않으면 안 밝히면 그만이다. 그런 곳에서... 어쨌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중요한 사람이든 아니든 스스로가 부끄러워하거나 싫거나 추악하거나 약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선뜻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랜 시간이 흘러 누군가 나를 떠올렸을 때 최소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살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 많이 커야 하는 완전치 못한 인간임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그냥 벗어나서 도망치고 싶단 생각만 드니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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