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윈터러 파아티

파티를 개최합니다. 계절은 반드시 무지 추운 겨울이어야만 하고 밤이어야 함

장소는 비교적 개방된 편이고,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벽 재질이어야만 해요. 추천하는 소재는 빠알간 벽돌에 새하이얀 콘크리트를 발라 쌓은 벽이지만 등을 기대고 있기엔 부적절함으로 조금 더 부드러운 소재의 아무것이나면 괜찮을 것 같음. 색은 하얀색.

벽 한쪽 가운데에는 화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화로가 있는 벽은 전부 밖이 환히 비쳐 보이는 베란다 형식의 창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닫을 수 있으며 고급스럽지 않은 느낌의 블라인드가 걸려 있조. 참여 인원은 많으면 좋지만 10명 이하.

반대편 벽에는 각 키에 맞게 만들어진 십 수 벌의 워머가 걸려 있는데 입을 사람은 입어도 됩니다. 방 안에는 여러 가지 침구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습니다. 요상한 모양의, 탄성이 커서 앉으면 몸이 쑥 잠기는 빨간색 소파와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적당히 태닝된 3인용 가죽 소파, 두꺼운 매트리스 두어 개, 새 것의 느낌이 가시지 않은 흔들의자 두 개, 솜과 극세사 이불 몇 점. 그리고 화로에 넣을 나무 뭉텅이 수십 개.

음식은 피자가 좋습니다. 고구마나 호박이 들어간 것은 피하고 페퍼로니나 그냥 치즈 피자 위주로. 피자는 많으니 편한 사람과 둘러 앉아 누워서 먹든 앉아서 먹든 자유고, 적당히 추운 느낌이 좋다면 화로 쪽에서 멀리 떨어져서 앉아있을 수도 있죠. 조명 따윈 달려있지 않음.

얘기를 나누든, 잠이 들든, 음악을 듣든 그것은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예컨대 포터블 스피커를 들고 와 클라식을 틀어 모두를 안정되게 할 수 있지만 잠에 드는 누군가가 소리가 거슬린다고 하면 꺼 주는 것이 예의이고, 기름기 묻은 손으로 옷이나 기기 등을 만지지 말고… 저는 그냥 화로의 바알간 불빛에 비춰진 사람들의 얼굴이나 옷가지, 신발을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Tame Impala의 Feels Like We Only Backwards나 Panda Bear의 Last Night At The Jetty를 들으며)

창 밖의 풍경은 드문 드문 사람이 사는 창의 불빛이 보이는 눈이 펑펑 내리는 한 밤중입니다. 창으론 보이지 않지만 그 옆쪽으로는 강과 바다가 있는 곳입니다. 바다에 맨 몸으로 빠져서 놀아볼까 하는 시덥쟎은 얘기를 하면서 아이스 박스에 쟁여둔 맥주나 콜라 따위를 몇 병씩 꺼내 마시며 밤새 피자를 먹고, 아침이 되면 자신이 쓴 것들을 깨끗이 정리하고(중요함) 모두 기약없이 헤어지는 것이조. 인사는 굳이 할 필요 없어요.

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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