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맹인견

주인으로서 어쩌다가 한번 맹인견을 수고한다고 쓰다듬어 주어서도 안된다.
맹인견은 마음대로 짖을 수도 없고, 실컷 먹을 수도, 달릴 수도 없다.
그렇게 주인의 곁을 지키는것이 맹인견이다.
 
"얼마전에 텔리비전을 봤는데, 훗카이도에 맹인 안내견 양로원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는 나이가 너무 들어 맹인 안내견 역할을 제대로 할수 없는 개가 여생을 보내는 장소래.
나, 그런 콘셉트의 장소가 있다는것만으로도 굉장히 감동했거든.
그래서 화면으로 기어들어갈 것처럼 열심히 봤는데,

10년이나 같이 생활한 어떤 할머니하고 개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거야.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와 골든 리트리버 숫놈이었는데,
할머니하고 개는 한시간쯤 꼭 껴안은채 움직이지 않았어.
간신히 담당직원이 떼어놓아 작별을 하기는 했는데 차를 타고 양로원을 떠나는 할머니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잘있어 안녕' 하고 개의 이름을 외치는데
개는 꼼짝않고 앉은 채 멀어져가는 차 쪽을 쳐다만 보고 있는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맹인 안내견은 그렇게 하도록 훈련을 받았으니까.

마음의 동요를 겉으로 표현해서는 안되고, 짖어서도 안되니까.

차가 양로원 문을 나서서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데도 개는 헤어진 장소에서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할머니가 사라진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거야
몇 시간 동안이나.
10년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이 곁에서 없어진 거잖아.
충격이 너무 커서 움직이지도 못했을거야 아마..

할머니하곤 한낮에 헤어졌는데 해가 기울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무지하게 세찬 비가.
그런데 꼼짝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던 개가 고개를 들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웡! 하고 짖기 시작하는 거야
웡 웡 하고 몇번이나말이야.

그런데도 그 모습이 조금도 비참하거나 볼품없이 보이지 않는거야.
개는 등과 가슴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을 꼿꼿하게 펴고 마치 완벽한 조각상 같았어.
나 그만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울어버렸지
개가 짖는 소리에 맞추어 엉엉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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