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강아지와 만나다
Screep
낮부터 뜻하지 않았던 간만의 만남으로 술을 하게 되었다.
점심과 함께 혼자서 소주 한병을 먹고
입가심으로 맥주 1000cc를 먹었다.
확실하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목구멍으로 꼴랑 꼴랑 넘어가는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대화의 대부분은 내가 결정해야 하는 길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 였는데
그것 때문인지 낮술때문인지 머리가 아파왔다
5시정도에 아픈 머리에 음악을 주입시키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반드시 찾아야하는 사진이 있어 사진관에 전화해보니
8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머리속에 안개가 끼고 눈은 풀썩풀썩 감겨 왔지만
코피가 멈추지 않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야만 했다.
(며칠전부터 왠일인지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

사진을 찾고나서 어제 약속했던 만남이 있어 다시 그리로
발걸음을 향했다.
여지없이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는데
마시고 듣고 가끔씩 몇단어를 내뱉다 보니 금새 소주 2~3병을 먹었다.
왠일인지 머리가 아프기만했지 취하질 않는 내가 내려다 보였다.

보통의 만남과 보통의 술자리와 보통의 헤어짐 뒤로
지하철에 몸을 실어 집으로 향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목적지를 망각한채 그루브를 타고 있다가
눈을 번쩍뜨니 내려야 할곳에서 문이열렸다.

언제나 처럼 당연하다는 듯 한치의 긴박함도 없이
마치 다 짜여진 시나리오 마냥 느릿느릿하게 정확히 내려서
집으로 걸었다.

가는도중 목이 말라 홍차의 꿈 실론티로 목을 적셔주고
다시 걸었다.
갑자기 외로운듯 느껴져서
travis의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반복으로 해놓고
그것을 벗삼아 골목을 헤쳐나가고있을때,

길 잃은 강아지가 보였다.
동정심이 먼저 생기기보다는 일단 반가움이 앞서
이리와 라고 말을 건냈더니 노루 연기를 하며 폴짝 껑충 뛰면서 
다른 골목으로 가버렸다.

다시한번 이리와 라고 더크게 말했지만 돌아올 기미가 안보여
걷던 길을 다시 걷고 있자 어느새 내 뒤에서 나와 같은 쪽으로
그림자를 드리워 쫓아오고 있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숙이더니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멈추어서며 다시 나를 한번보고
정신 없이 발발 거리는게 길 잃은 강아지 다웠다.
힐끔 힐끔 눈을 몇번더 마주치고 다시 걷는데 계속 뒤에서 따라오는게 느껴졌다.

겁이 많으것 같으면서도 부르면 따라오고 굉장히 굶주려 보여
시간을 확인하고 근처 구멍가게로 갔다. 12시가 넘은 시간이였는데도
다행히 열려 있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며 뒤적뒤적 하다가 보름달 빵을 집어들었다.
가게에서 빵을 사는것이 참 오랜만이다.

밖에 나가자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당황했지만 휘파람을 불면서 안보이는 강아지를 불렀다.
몇분정도 근처를 서성이면서 휘파람을 불자 저멀리서 신나게 달려왔다.
마치 주인에게 돌아오는 강아지 처럼 뛰어오는것이 참 반갑지만 씁쓸했다.

빵을 조금씩 떼어주자 허겁지겁 씹지도 않고 삼키는 것을 반복했다.
굉장히 오랜시간 굶주린듯했다. 짜식...
근처에 다행히 수돗가가 있어 빵봉지에 물을 담아 입쪽 가까이 대자
처음엔 머뭇머뭇하더니 나중엔 손까지 핥으면서 기특하게도 잘 받아 먹었다.

짧은 식사후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고 강아지도 다시 쫓아왔다.
호기심이 지나쳐서 오는 도중 이쪽 저쪽으로 뛰어가며 킁킁 냄새를 맡는게
정말 정신 없는 놈이였다.

몇번 쓰다듬어 주며 걷다가 좀더 대화를 하고싶어져 가까이로 부르니
나와 아는 사이였냐는듯 이내 휭 하고 가버렸다.
떼어내는 수고 없이 쿨하게 가버리자 조금은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것이 나처럼 보여서 외로운가 했는데 전혀 아니였나보다.
스산한 바람이 무척이나 지나치게 외로운 밤이였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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