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집에 씨발 돌아오는 길

4층에서 엘레베이터를 눌렀다

엘레베이터는 7층에 서 있었는데 숫자가 6으로 바뀌더군

그담에 5로 바꼈는데 5에서 좀 길게 숫자가 멈추더라. 누가 타나보지. 5층은 대딸방. 

이제 내가 기다리는 4층까지 내려와서 엘레베이터 정지. 문이 열리고 어떤 평범한 대학생처럼 입은 여자애가 서있어. 5층에서 탄건 걔인거같아 걔가 탈만한 층은 5층밖에 없어.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손으로 뭘 어쩌고 여자애들이 잠깐동안 거울보며 하는짓을 하고 있더군

아..머리감고 머리 덜말린 여자가 부랴부랴 출근할때 나는 그 축축한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난다

일끝나고 집에가는거겠지. 하나도 티 안난다. 어릴때 영화같은거 보면 유흥업 종사녀들은 존나 퇴폐적으로 묘사됐었지 그리고 정말로 그런 여자들은 뭔가좀 징그러운 티가 났었어 어딘가 싸보이기도 하고 하여튼 티가 많이 났었던거 같애 마치 주홍글씨처럼. 

근데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고보니, 어릴때의 내가 순진한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던건지 아니면 어째 사람들이 자기자신을 감추는 기술들이 예전 내가 어렷을때보다 더 교활들 해진건지 

요즘에 몸으로 돈버는 기집애들보면 별로 티가 안나는 애들 참 많은거 같어. 얼굴 생긴것도, 옷차림도.

지금 엘레베이터에 같이 탄 애도 뭐 딱보면 아침에 지하철에서 볼수있는 그냥그런 여자애 정도인데

쟤가 아까까지 남자손님한테 손으로 아니면 입으로 해주거나, 아니면 찌질한 로맨틱 남자손님의 경우 '그냥 얘기나 하자' 이러면서도 애 몸 쪼물딱쪼물딱 할거는 다하면서 '너는 왜 여기서 일하는데?' 이렇게 시답잖은 거 물어보면 거기다 대충 '네 등록금 보태려구요' '그냥 용돈좀 필요해서요' 라는둥 어쩌고 대답해주면서 1시간에 5~6만원 받고 그러는 가게에서 일하던 애라고 아는사람이나 알지 누가 눈치나 까겠어

이러고선 학교 다니면서 수업도 듣고 동아리활동도 하고 선배오빠한테 밥사주세요~도 해보고 교보문고 어떤 코너에 서서 책도 고르고있고 소게링에도 나가서 유객주 같은데서 부대찌게랑 참이슬썸머 시켜놓고 술마시면서 조신한척 예쁘게 웃으며 남자가 썰렁한 개그 하면 재밋다고 웃어도주고 같이 노래방 가서 좆잡던 손으로 마이크잡고 노래도부르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데서 내 옆자리에 아이팟을 낀채 평범한 여자애로서 앉아있기도 할거고 참... 쩝

둘이 서로 엘레베이터 안에서 한마디도 안하고 서있는데 그 잠깐동안 내몸에서 보이지않는 촉수같은게 수십개가 뻗어나와 그여자애를 판독하듯이 찌죄죄젝 훑고 나는 평소에 그렇게 이쁜여자 섹시한여자가 좋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막상 이런상황이 닥치면 이쁜여자 섹시한 여자라는것에 대한 혐오감이 물밀듯 밀려오면서 

도대체 이쁘고 섹시한 년들의 얼굴값에 관해 내가 감당할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일까, 이정도면 이쁜여자라는것에 대한 나의 이 가치관이라는것도 한번쯤 밥상 엎듯이 뒤 엎어줘야 될 때가 가까워진거 아닌가 라는 생각마져 들면서 

어차피 이시간이 지나면 난 다시 다리가 존나 이쁘고 뭐 하여튼 그런여자만 보면 숨이또 슥- 막힐꺼지만 이 순간만큼은 왠지 존나 센치해진다? 참 같잖게도.

그리고 집에오는데 내옆으로 쓰레기수거 차량이 구에에엥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고 그뒤에 체력검사를 통과했을 청소부 두명이 매달려있다가 뛰어내리더니 길가에 있는 빠방한 쓰레기봉투를 두개 집어서 아가리 쫙벌리고있는 그 차 꽁무니에 집어넣자 안에서 구와앙~ 하면서 그 봉투를 더 안쪽으로 집어삼켜. 근데 안에 라이타가 들은건지 뭐가 들은건지 뻥- 뻥- 하고 가볍게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그 속에서 들려오지만 차체는 강철판이라 눈도 깜짝안하고 쌩까고 그냥 다삼켜

쓰레기차와 그뒤에 쫒아가는 두명은 그동작을 반복하면서 멀어져가 

잠깐 그 청소부 두명중 한명의 얼굴을 봤는데 얼굴 인상 존나 쓰면서 처절하게 일하는거 같더라. 왜 아니겠어 쓰레기봉투 잘못만지면 오만 썩은냄새 나는 국물 손에 옷에 튀고 씨발 여름인데 생각만해도 쩌는거지 근데 자꾸 그걸 하다보면 마음이 무심해 지는거지. 하지만 더러운건 더러운거니까 퇴근하고 집에가서 샤워할 생각 존나 하면서 또 월급날 생각 존나하면서 내가씨발진짜 태어날때는 청소부 아니었는데 뭐 어떻게 지금은 이런거 하고있지만 당연히 이지랄 평생 할꺼 아니고 나중에는 어디 다른데서 한자리 차지한다, 지금 고생하는게 다 나중에 나 잘살게 만들어줄 밑거름이다, 세상 배우는거다 이렇게 자위 하면서 버티는거겠지 실제로 나중에 뭐가될지 성공은할지 자기도 잘 모르면서. 

그담에 걸어가는데 길가에 세워놓은 아이보리색 소나탄지 sm인지에 두 남녀가 타고있더군. 시동은 꺼놓고 운전석엔 아줌마, 조수석엔 남자. 둘다 중년 회사원처럼 생겼는데 심난한 표정으로 둘다 앉아서 그냥 세상 돌아가는 얘기 하는건지 자기 둘의 트러블에 대해 대화하는건지, 회사 다니면서 내일은 누굴 속일까 누구 뒤통수를 까고 누구 눈치를 볼까 이 벌레같은 뻔한 회사원생활 조롱도 해보고 같은 사무실에 누구랑 누구가 그랬데 어쨌데 얘기를 나누는 걸수도 있고 아니면 둘이 같은 사무실 직원인데 다른직원들 몰래 지금 데이트 나온 걸수도 있고 뭐 아무튼 여러가지 상황일수 있으며,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샐러리맨다운 뻔한 얘기들을 지들은 지들나름대로 되게 심각하다는 듯이 얘기하고 있겠지 

차에 타고있는 그들만큼이나 뻔하게 생긴 그 아이보리색 뻔한 승용차를 뒤로하고 좀더 걷는데

이제 길을 건너야 되는데 무단횡단 하기로 했어. 차도 없고. 새벽이고.

그래서 건너는데 저쪽에서 하얀색 다이너스틴지 외제찬지 하여튼 최고로 좋은 차는 아니지만 뭔가 어떤 일정수준의 생활수준을 상징하는것 같은 느낌의 여유로운 사장님같은 각이 진 흰색 대형차가 마치 지면에 가까이 낮게 날으는 커다란 독수리처럼 푸르스름한 불빛을 차체 어딘가에서 내면서 스으으으윽 지나가더군

이순간 아까 엘레베이터에서 본 그 비린내나는 여자애와 그다음에 본 청소부 두명 달고가는 청소차와 

그다음에 본, 갓길에 주차해있던 뻔한 승용차와 이런게 다 떠오르면서

지금 지나가는 저 대형세단은 마치 목마를때 마시는 상큼한 칵테일 처럼 와닿는거야. 안에 탄 놈이 정체가 뭐고 뭐하는놈이고 저차는 뭔차인지 이런속사정 다 씨발 모르고 그냥 그 이미지가 그렇게 확 다가와 그순간에. 마치 오티가서 뻔하게 생긴 동급생들 꽈선배들 우우 한방에 모여 술마시고 있는데 그중에 어떤 괜찮게생긴 여자애가 걔 하나가 내눈에 순간적으로 쏙 들어올때의 그런 느낌처럼.

그다음에 그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또 이러고있는 나를 자조하는거지. 이 무슨 조세희같은 짓이야 이게 하하 난쟁이처럼 작은 공이라도 쏘아 보려고? 이 새벽에? 누가 너한테 자조 하랬어? 이러고 살랬어? 씨발 인물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