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정신질환자를 존중하자

"정신질환자를 존중하자"는 말은 좋은데. 성격장애라고 이름붙은 것들의 리스트를 쭉 보라고. 옛날 같으면 "성격 드러운 동네 진상"이었을 애들을 편의상 분류해둔 것임. 심지어 이게 병인지조차 애매모호함. 병이나 장애라면 그게 없는 상태를 전제하는 건데 말 그대로 개인의 성격임... 그렇다고 약을 주면 낫나?(밝혀진 생리학적 기제가 있나?) 아님. 다른 병들이랑 쫌 다름. 그야말로 편의적인 분류이고 실용적인 도움은 한없이 제로로 수렴함...

관심있는 분들은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이 책 한 번 보세요. 흔히들 이 분야 "교양서"들이 취하는 머릿속 꽃밭이랑 좀 접근법이 다름. 이 바닥에서 오래 구른 나이든 초전문가의 막말임. ㅋㅋ

(Taming the Beast Within: Shredding the stereotypes of personality disorder)


성격장애는 "성격" 자체랑 구별하는 게 쉽지 않고, 치료 동기화도 어렵고, 심지어 치료도 잘 안됨 -> 나아져도 그게 치료의 효과인지도 확실하지 않음. 이렇다보니 실제 "의료전문가"들은 여기에 별 관심이 없어요. 의사들은 치료 안되는 병에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음. 그러다 보니 경계선을 비롯한 성격장애에 관심을 가지고 열광하는 건 심리학자들이나 아마추어들, 매체 관련 창작자들이 더 많구. 낭만화되고. 이런 것임. 거기에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풍의 정신병 PC까지 결합되서 답이 안 나오는 트위터 세상되는 것임.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게 이런 것임. 성격이 드러운 건 드러운 거고. 어느 지점이 너의 "책임"이고 아닌지는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 그냥 받아들이고 스스로 문제를 파악해라. 너의 문제는 니가 만든 것도 많다. ㅋㅋㅋ 당연히 리뷰를 봐도 "당사자"들이 분노함. 책 별루 안 길고 영어도 쉬우니까. 본인이 정병러이신 분들도 한 번쯤 읽어보세요. 물론 우울증/조현병 이런 거랑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리뷰 보면 "성격장애의 낙인효과를 강화할 뿐이다!" 뭐 이딴 소리는데, 처음부터 저자는 그런 걸 도와줄 생각이 별루 없음. 오히려 그게 정말 필요한 카테고리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면 모를까. "딱히 병은 아니고 치료법도 없지만 병원에서 나를 장애라고 불러줬으니 이것은 내 책임이 아니고 너는 나를 계속 사랑해줘야 돼" -> 인생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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