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인형뽑기방

어딜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인형뽑기방이지만 나에게는 마주칠 때 마다 전혀 모르는 낯선 곳에 온 것마냥 이질감이 든다. 특히 오래되고 낡은 상가 건물에 입점한 뽑기방을 보면 그 낯섦은 더해진다. 때묻지 않은 빛나는 색간판 아래, 어느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유리창 너머를 들여다 보면 포켓몬을 위시한 각종 인형이 들어 있는 뽑기 기계들이 '기계처럼' 늘어서 있다.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게 아니라, 예전에 유행했었던 것이 다시 유행한다는 것에 대한 신기함, 그런 것을 느낄 시간을 살아왔구나 하는 것에 대한 자기 관조(아디다스 슈퍼스타→나이키 포스로 이어지는 유행은 경악스러웠음), 그리고 인형 뽑기의 소비층이 정말 많다는 것에 대한 어이 없음 정도다. 투명한 유리방 안에서 각자의 기계를 구부정하게 노려보며 혈안이 된 모습들은 솔직히 꽤나 우스꽝스럽다. 동물원 우리 안을 들여다보는 기분. 그런 감정으로 내 자존감을 드높이려는 저열한 목적은 아니며, 다 알면서 '그게 재밌어?'라고 짐짓 이해 안 되는 척 묻고 싶지도 않다. 순수한 저열함에게 바치는 순수한 경멸의 감정, 딱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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