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chbox/Electronica

Sherwood & Pinch / Man Vs. Sofa (2017)


01. Roll Call

02. Itchy Face

03. Midnight Mindset

04. Lies

05. Unlearn

06. Man Vs. Sofa

07. Charger

08. Merry Christmas Mr Lawrence

09. Juggling Act

10. Retribution

11. Gun Law


덥의 선구자이자 인더스트리얼&트립합 뮤지션인 1958년생 Adrian Sherwood와 브리스톨 출신의 80년생 덥스텝 뮤지션 Pinch. 2015년 <Late Night Endless> 앨범 이후 두 번째 프로젝트다.

"함께 일하며 둘의 케미스트리는 견고해졌고,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음악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혼자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Pinch는 자신있게 말했고 실제로도 노련함이 많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무엇보다 일단 앨범 타이틀과 커버부터가 마음에 든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강박적으로 빠른 하이햇과 스네어를 바탕으로 음침한 베이스를 전개하는 식이다. 거기에 부드러운 현악기와 피아노 멜로디라인을 함께 곁들여 청자로 하여금 모순되고 이중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게끔 의도하고 있는데, 개별 곡뿐만이 아니라 앨범 전체에 그런 이미지가 부여되어 있다.

가령 첫 트랙 [Roll Call]부터 3번 트랙 [Midnight Mindset]까지는 급박하게 달리기만 하다가 뜬금없이 Lee "Scratch" Perry가 참여한 덥 레게 풍의 [Lies]로 완만하게 내려오고, 뒤이어 '잠깐 쉬었으니 다시 달리자'는 식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하다 어느새 앨범의 절정 부분이 나오게 된다. 가장 뜬금없으며 이전까지 앨범을 감상하며 느낀 아이러니함이 극대화되는 트랙이기도 한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바로 그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곡한 동명의 곡을 그대로 진행시키며 거기에 각종 드럼, 일렉트릭 기타 및 노이즈같은 걸 끼얹고 있는데, 후반부에 가서 자신들의 음악과 원곡을 산개하듯 어지럽히는 등의 기교를 부리긴 하나 결국 '이건 뭐지' 싶은 생각만 들었고 결과적으로 몰입을 확 깨버린 트랙이었다. 샘플링 등 일체의 조작 없이 원곡을 진행시켜 놓고 자신들의 소스를 가미한 것은 특이하긴 하나 절대 신선하지는 않았고, 더욱이 그렇게 가미한답시고 얹어 둔 소스들이 곡과 함께 진행된다기보다 원곡의 아래에 깔려 정말로 잡음이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Adrian Sherwood가 스스로 가장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는 [Retribution], 그리고 Taz가 참여한 [Gun Law]라는 최고의 트랙이 뒤이어 배치되어 있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모순되고 대치되며 충돌하는 느낌들을 극한으로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같은 생각으로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으로만 남을 수 있는 생각이기에 그저 아쉽고 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