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내가 좋아하는 시들 3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가장 이상한 세 단어




버려야 할 물건이 많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 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한밤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밤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거리는 소리


강성은 - 기일(忌日)




내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

사람이여

이빨 속 휘파람이여

내가 너를

찢어지게 해줄 것이다.


너를 꺼내 들고

나는 오늘 부정한 천체가 되게 해다오.


내가 너를

흘러나오는 피처럼 곤란하게 해줄 것이다.


이수명 - 대위법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황인찬 - 무화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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