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픽션] 병원에서 이상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서른살 넘은 아저씨 입니다. 사흘 전부터 몸이 좀 으슬으슬 추워서 내과에 갔어요.
제목이 좀 이상하긴 한데, 거기서 푸대접을 받거나 기분나쁜 서비스를 받은건 아니었구요.

저희 직장 점심시간이 12시 부터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전화를 해봤더니 다행히
거긴 1시부터 점심시간이더라구요. 그래서 12시 반에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갔어요.

회사에서 멀지도 않고 해서 지갑만 들고 갔는데 가보니 병원 분위기가 이상한거예요.
간호사 세분에 가운을 입고 계신 분도 계시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서인지 
환자는 저 하나 뿐이었는데, 접수를 하는 도중에도 접수처에 앉은 간호사 선생님도 
정신을 빼 놓고 계신것 같고, 다른 두분과 가운 입은 분은 구석에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점심시간 다 되서 와서 그런가보다. 이러고 생각 하고 
일단 접수하고 진료를 받았습니다. 뭐 몸살감기라고 하더라구요. 찬물 많이 마시고
밤에 가습기 틀고 자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술 마시지 말라 이런 이야기 듣고 
일단 심하니 이삼일 동안은 꾸준히 주사를 맞으라는 말을 듣고 나왔습니다.

다시 접수처에 가서 주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제 이름을 부르더라구요. 
그래서 주사실로 들어가서 궁디를 깠죠. 일단 거기서 주사를 맞았는데

갑자기 뒤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어머 어떻게 해! 어머]

이러고 놀라시더라구요. 저도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저랑 눈이 마주 치자 간호사가
잘 문지르라고 주사 놓은 부위에 솜만 주더라구요. 

일단 주사실에서 간호사 먼저 나가고, 그리고 제가 나가려는데 문 밖에서

[너 미쳤어? 야. 너 왜 그랬어]

[몰라, 정신이 없었어. 아 미치겠네. 어쩌지?]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밖에서 누가 싸우나 하고 나갔는데, 제가 나가니까 싸우던 소리가 
싹 사라진거예요. 그리고 자리를 피하더라구요. 일단 그래서 그날 처방전 받고 약먹었습니다.

감기가 심한건지 약을 먹어도 통 좋아지질 않더라구요. 일단 주사 맞으러 나오라고 해서 
갔죠. 점심시간 전이었는데 이번에는 대기 환자도 몇명 있더라구요. 접수를 했더니 
생글생글 웃던 간호사 얼굴이 싹 굳는거예요. 그리고 저를 뚫어지게 보더라구요. 

일단 진료는 받았습니다. 어제보다 더 심해진거 같다니까, 병이란게 주사 맞고 약 먹는다고 바로 낮는게
아니라고 의사가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주사 맞으려고 진료실을 나왔죠. 그런데 간호사들이 
제가 앉았던 의자랑 잡지를 뭔가로 닦고 있더라구요. 흰 거즈 같은 거였는데 기분이 확 나쁘기도 하고 
아, 여긴 2차 전염을 참 성실히 막는구나 싶기도 하고 어정쩡 하더라구요. 

그래서 눈치도 보이고 해서 어정쩡 하게 서 있더니 다시 주사 맞으러 들어오라더군요. 
어제 그 간호사가 주사를 맞는데, 맞고 나서도 나가지는 않고 이상한걸 묻는거예요. 

[혹시 열이 나거나 하지 않으세요?]

[몸이 간지럽거나 아프진 않으세요?]

감기 때문에 아파서 왔으니 당연히 그렇다고 했죠. 간지러운건 잘 모르겠지만 말이요. 

제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사흘째 아침이었습니다. 사실 아침은 아니고 해도 안뜬 새벽부터 
온 몸이 간지러운겁니다. 잠결에 한참을 긁다가 알람이 울린 후에야 깨어났죠. 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무슨 긴 터널 안에 들어간 것처럼 귀랑 코가 막혔는데 침을 삼켜도, 삼키는 소리가 내 몸이 아니라 
멀리서 나는 것처럼 멀게 들리고 아무튼 이상하더라구요. 

몸도 가려워서 열심히 긁으며 일어났습니다. 약 알러진가 싶었지만 그보다 그 간호사들 수상하게 행동헀던게
더 기억이 나더라구요. 뭔가 있구나! 계속 긁으면서 방안 커튼을 열었는데 이상한게 보이는 겁니다.

붉은 몽둥이 같은게요. 우둘투둘하게 요철난 몽둥이에 빼곡하게 모기 물린 것처럼 부어 오른데다 
진물 투성이인데 떡진 것처럼 짐승 털같은게 빼곡하더라구요. 

그게 제 팔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집안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습니다. 혼자 자취를 해서 망정이니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보셨으면
바로 기절하셨을 흉칙한 모습이었습니다. 놀란 마음에 팔을 만져보니 (양 팔이 다 그 모양이더라구요) 
찐득하게 진물이 만져 지더라구요. 

문제는 팔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누렇게 진물이 진 바지 사이로 드러난 발도 그렇고, 잠옷 대신 입은 티셔츠도 
진물이 배기고 울퉁불퉁한 것을 보니 온 몸이 그럴 것은 뻔했습니다. 저는 단박에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봤죠.

그리고 거기에는 잠옷을 입은 붉은 몽둥이가 하나 서있더라구요. 

얼굴이 퉁퉁 부어서 눈코입도 안보이더라구요. 머리카락은 떡이져서 이마에 달라 붙어있고 시뻘겋게 부었는데, 
이렇게 되는 동안 나는 왜 몰랐을까 , 너무 놀라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뭔가를 해야 겠다고 생각한건 
출근시간이 임박해서 였죠. 일단 회사에 전화를 해서 몸이 너무 안좋아 출근을 못하겠다고 말하고 바로 그 
이상한 간호사들이 있던 내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먹는 약이나 주사 부작용으로 사람이 고름덩어리가 될 수 있냐고 따지려구요.

그런데 전화를 안받더군요. 하긴 시간이 8시 였으니 아직 개문을 안했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일단 끊고 119를 불러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찰라 누가 전화를 받더라구요.

경찰이요.

경찰인지 검찰인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이름은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고는 병원에서 무슨 2차 
전염성 병균? 국가 지정 전염군 이런게 검출 되어서 진료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혹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냐고 물어보면서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일단 외출하지 말고 기다리다가 방제처리 담당자가 주소 확인후 
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당장 보내 달라고 했죠. 자고 일어났더니 피떡이 됐다구요.
그랬더니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기다리라는 겁니다. 그리고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지더니,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아주 희미한 소리로 

[야! 감염자 찾았어!]

라는 말이 들렸죠. 감염자라니. 그럼 내가 그 이상한 전염병에 걸린 거구나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화기 너머가 시끄러워졌죠. 그래서 경찰이라는 양반이 전화기를 손으로 막고 
듣지 못하게 말했던 거구나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막기까지 했던 그 말을 제가 어떻게 들은 걸까요. 

여하튼 경찰은 제게 주소를 말해달라고 했고 전 주소를 말했죠. 
전염병이고 뭐고 일단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은 생각이었으니까요. 

그게 인간 김창호의 마지막이라는 것은 모르고 말입니다.

여전히 온 몸은 간지럽고 욱신거렸습니다. 이상한건 거울로 봐도 눈이 안보일 정도로 온 몸이 퉁퉁 부었는데도
보이는건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사실 그때, 아픈것 보다 더 참기 어려운게 간지러움 참는 거라는걸 알았습니다.
몸을 박박 긁으면 긁은 자리가 부풀어 오르는데 누런 고름이 손톱 사이에서 줄줄 흐르고 털 같은 것도 엉켜 있으니
긁으면 긁을 수록 더 안좋아지는가 싶어서 참아봤죠. 그런데 몇 분도 못참겠는 겁니다. 죽을 맛이었죠.

경찰인지 누군지는 10분만에 제 집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어주자 마자 벌치는 아저씨들 처럼 온 몸을 다 흰 비닐 같은것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 오더니 제 방을 제초기 같은 걸로 뭘 분사 하더라구요. 투명한 거였는데 멍청하게 서 있다가 저도 맞았습니다.

어어 하고 놀라서 서 있으려니 누가 와서 제게 말을 걸더라구요.

[김창호씨 지금 댁에 다른 분은 안계십니까]

[저 혼자 사는데요]

대여섯 사람이 좁은 자취집에 들어와서 뭘 자꾸 뿌리는데 그것보다 더럭 겁이 나더군요.
야 이거 내가 죽을 병에 걸렸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러고는 저보고 뭐를 입으라고 하더라구요. 보아하니 소독하는 것 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옷이었습니다. 손가락이 소세지처럼 퉁퉁 부어서 제대로 옷을 입긴 어려웠지만
다른 사람들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챙겨 입었죠. 그러고 나니 소독하던 사람들은 그대로 방에
놔두고 저를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겁니다.

내려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4층 빌라 였는데 엘레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으로 내려가는 내내
제가 살던 빌라 아래층들마다 전부 문이 열려있고, 그 방역하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막무가내로 투명한 물을 뿌리더라구요.

[건물 전체를 소독하는 건가요?]

저와 함께 내려가는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대로 저는 아래로 내려가
두터운 철문이 매달린 트럭에 올라 탔습니다. 당연히 병원으로 갈 거라고 생각 했지만 제가 도착한 곳은
병원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트럭처럼 생긴 것도 안에 창문 하나 달려 있지 않아서 제가 어딜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죠.
그저 저와 함께 트럭에 올라탄 사람들과 한참을 앉아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제가 무슨 병에 걸린건지. 왜 걸린건지. 나 말고 감염된 사람은 있는지 그리고

이게 나을 수 있는 병인지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도착한 병원에서 정밀 검진 후에 알려주겠다는 대답 뿐이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났을 까요. 점차 간지러운 것도 심해지고 온 몸이 욱신거리는 것도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지 갔기에 도착하고 트럭에서 내릴 즈음에는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몽롱해졌습니다.

제가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저를 부축해서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흰 복도에서
눈부신 형광등이 줄지어 있는 것 까지는 기억이 났습니다만, 그 이후에는 아마도 의식을 잃은 것 같습니다.

다시 눈을 뜬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방 안에서 였죠.

천장이며 벽 까지 전부 흰 곳이었습니다. 어느새 제가 입고 있던 방역복은 벗긴 건지 두툼한 털 옷 같은 것을
입혀 놓았더라구요. 아픈 환자에서 털 옷을 입힌 이유가 뭔지 몰랐지만 털옷 사이사이에 피고름 같은 것이
묻어 있긴 하지만 전보다는 그 양이 줄어들고 기절하기 전보다 덜 아픈 것을 보면 치료중인 것 같긴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데다 링거 같은 것도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영화 같은데 보면 병원 가면 다
링거 하나씩 꽂아 주잖아요. 이런 털투성이 옷이 무슨 치료가 되나 하고 신기하게 바라보는데
이게 감촉이 있었습니다.

손바닥은 털이 없었는데, 검은 살덩어리 같은게 붙어 있었습니다. 그게 육구 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만
그것보다 손으로 만져보니 이게 피부처럼 감각이 있는 겁니다. 꼬집어서 당겨보니 아프기도 하구요.

온 몸에 털이 나는 병에 걸린 거라고 생각한 저는 혼란한 마음에 주변을 미친듯이 두리번 거리며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발음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겁니다. 마치 어금니에 휴지를 물고 있는 것처럼 두루뭉실한 발음에 혀가 꼬였죠.
무슨 약이라고 맞은 걸까 고민하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겁니다.

저는 당장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평소라면 생각도 못할 기민한 반응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죠. 그 희미한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잖습...... 추가 투여 하려면]

[살포, 피부에 투여 할,...... 구강이나 근육 주사를 통해 마취]

[의사는 언제 오는 거요]

목소리는 조금씩 확실하게 들렸습니다. 살포고 마취고 잘 모르겠고, 일단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생각에 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기요! 저 깼는데요. 여기 의사 안계십니까?]

제 상황을 일단 알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부른 거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참 후에나 있었습니다. 그 작은 대화들이 뚝 끊겼고,
불안에 휩싸여 울기 직전이 되어서야 천장에서 누군가 저를 부르더군요.

[김창호씨. 제 이야기 들리십니까?]

[예! 그런데 저 죽는 병 걸린 겁니까? 계속 이러고 여기 있어야 합니까? 치료 안해줘요?]

가장 대답을 듣고 싶은 질문을 했습니다. 잠시 말이 끊기는듯 하더니, 중년 아저씨 목소리가 다시 천장에서 들렸습니다.

[지금 김창호씨는 전염성이 굉장히 강한 치사성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있는 상황이예요. 격리를 하게 된 것을 이해 하셔야 합니다.]

아, 죽는 병에 걸린 거구나. 다리 힘이 빠져서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습니다. 눈물은 안나더군요. 대신 얼굴을 감싸 쥐었는데
손에 닿는 얼굴의 촉감이 이상했습니다. 털이 얼굴까지 자란 거죠.

[다행히, 김창호씨는 저희에게 빨리 신고를 해주셔서 대처가 빨랐습니다. 확신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이 경우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습니다.
다만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다른 균에 비해 치료가 더디고 재발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김창호씨가 저희 치료에 협조적으로 움직여 주셔야 합니다.]

협조고 뭐고 다 해줄 수 있었습니다. 죽지 않는다는데 그것만한게 또 있을리가 없었으니까요.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대답을 하자 굳게 닫혀
문인지도 몰랐던 흰 문에서 방역복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와 제 팔에서 주사를 놓더군요. 그걸 맞고 나자 또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하루가 계속 반복이 되었습니다. 몇날 며칠이 지난지도 모르고 저는 계속 흰 방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하루에 두번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제게 주사를 하거나 피를 뽑아가곤 했습니다. 주사를 맞을 때마다
잠이 쏟아졌기에 그것을 이야기 했더니 이 병에 유일한 치료제인데 부작용이 잠이 오는 거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치료에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였습니다. 몸은 바이러스 때문에 부푸는 건지 점점 방을 보는 제
시야가 높아 지더군요. 다행히 몸이 아픈 것은 줄었습니다만, 입과 코 쪽에 문제가 생긴 듯 얼굴이 근질근질 했습니다.
손톱은 시꺼멓고 단단하게 굳었더군요. 일단 며칠이나 빠진 회사도 회사지만 연락이 끊겨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에
부탁을 했더니 다행히 회사 쪽에서는 병가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께도 연락을 드리겠다는 말에 안심을 했습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저 뿐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병원 보균자가 내과에 내원을 했고 간호사가 진료 도중 내원한
보균자의 혈액 샘플을 깨트리는 바람에 균이 퍼진거라고 하더군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엔, 맞은 주사의 앰플 윗부분에 혈액이 묻어
그대로 앰플과 함께 주사가 되었다는 겁니다. 결국 간호사의 부주의라는 생각에 화가 났습니다.

[의사분을 포함해 도합 5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김창호 씨는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화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누그러트려야 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제 상태를 알게 된 것은 며칠 뒤의 일이었습니다. 그날 밤 몸서리쳐지게 고통스러운 근육통이 시작 되었고
저는 울면서 웅크리고 의사를 불렀죠. 그제서야 단 한번도 제대로 의사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상한 주사! 그 주사가 제 이지를 헝클어트려놨고 저는 멍청하게 주는 대로 주사만 맞고 있었던 거죠.

밤이라고 했지만 사실 낮인지 밤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온 몸을 득득 긁으며 몸부림 쳤습니다. 아파서
죽을것 같았습니다. 꼬리뼈 쪽이 갈라질 것처럼 욱신거리고 온 몸을 개미가 파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어째서인지 머리 속이 맑아지고 있었습니다. 방역복을 입고 오는 사람들도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제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저를 잘 대해주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그들을 믿을 이유가 없었죠.

다시 온 몸의 피부가 갈라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며칠간 씻지 않아 고름이 말라붙은 털이 우수수 떨어지고
피부가죽이 뭉텅뭉텅 벗겨졌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정수리 까지도 털이 자라났습니다. 몸은 더할나위 없이 커졌고
꼬리뼈가 찢어지는 것같았습니다.

그러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치 썰물이 빠져나가듯 차츰차츰 고통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바닥에 떨어진 인두겁. 인간의
껍질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척추를 따라 자라난 짐승의 꼬리에 기묘할정도로 냉정하게 이해했죠.

그 바이러스가 무엇이든지 간에, 저를 인간이 아닌 것으로 탈바꿈 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누군가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야도 조금 더 넓게 보였습니다. 시야각이 넓어진데다가 후각도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 입은 입이라기 보다는 주둥이라고 불러야 어울릴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제 모습을, (말하자면 변신한 ) 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 한 건지 아무렇지 않게
벽 너머에서 나누는 누군가의 대화가 그러했죠.

거기서 저는 저를 칭하는 언어를 들었습니다.

[......라이컨슬롭 병에......]

그러니까. 저는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그 늑대 인간이 된 모양이었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 병에 완치가 될 리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완치가 된다 하더라도
저들이 저를 놔둘리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탈출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이 모습으로? 앞으로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할지, 혹은 정말 이게 치사성 바이러스라면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막무가내로 행동 하기에는 제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늑대인간. 영화나 책으로 봤던 내용이 지금
내 상황에 적합한지도 모를 일이죠. 모든 것이 불확실 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그 잠이 오는 주사를
내용이 어떤 건지도 모른체 맞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흰 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엉덩이 사이로 꼬리가 깔려 놀랐다가 일어나긴 했습니다만)
잠자코 벽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이 보름 밤이고 제가 예상 수치보다 빠르게 변신을 했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폭력성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대화에 화가 났습니다만 참을 수 밖에 없었죠. 그들이 저를 '얌전한 늑돌이'로 부른다는 사실은 쓸모가 없었지만 그
후, 그들의 대화를 통해

내 몸에 일어난 일이 우발이라는 것과 감염된 사람이 나 말고도 여럿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라면 저말고 다른 감염자는 다 죽은 모양이더군요. 이후 대화는 끊겼습니다.
누군가가 들어올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잠자코 앉아있는 제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 눈에는 도무지 카메라 같은건 보이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이 들어왔습니다.스틸 접시 같은 곳에 거즈와 주사기가 놓여있습니다.

주사를 놓기 전에 저는 일어났습니다. 생각보다 커진 제 체구에 놀란 듯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저를 올려다 봤습니다. 저는 침착하게 방역복을 입은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주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방역복을 입은 사람은 제 질문을 예상하지 못한 듯 어물쩡, 치료가 더뎌지죠. 라고
말했습니다.

[의사를 뵙고 싶은데요. 여기 와서 한번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게 치료예요]

다행히 영화에서처럼 분노가 폭발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하소연을 했습니다.
일단 의사를 보게 해달라구요. 강경한 제 태도를 본 방역복은 주사를 놓지 않고 나갔고
잠시 후에 또 다른 방역복을 입은 대여섯 사람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달래듯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제가 늘 스피커를 통해 들었던
그 목소리였습니다. 그가 문제의 의사였죠. 의사의 주변에는 마치 저를 견제하듯 다른
사람들이 서있었습니다. 실제로 의사가 아니더라도 그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저는 의사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협조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병만 치료 해주신다면 말이죠]

의사의 뒤에 서있던 사람의 시선이 제 발치쪽에 향했습니다. 거기에는 짐승의 꼬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약에 취해 있다 하더라도 꼬리에서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마세요. 치료중이고 곧 나을 수 있을 겁니다]

의사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들이 절대 저를 놔주지 않을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사를 맞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대로 된 사실을 듣고 싶은 마음에
저는 의사에게 다가갔습니다.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보다 머리 두세개는 더 큰
제가 다가가니 놀라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만, 문제는 의사 주변의 방역복들이
품에서 꺼내서 제게 겨눈 것이 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총이라니...

그냥 항의만 할 생각이었는데, 총을 본 순간 이성이 날아갔습니다. 이자식들이
나를 죽일 수도 있겠구나 싶자, 절로 손이 나갔습니다. 마치 팔 하나는 더 붙어 있는 것처럼
제가 생각 하기에도 놀랄만치 빠르게 의사의 멱살을 잡아 당겼습니다.

사람 몸이 덤불처럼 쉽게 딸려 오더라구요. 힘이 세진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제 힘이 감당이 안되어서
딸려온 의사랑 부딪힐 정도였습니다.

[놔라!]

[공격하면 쏘겠다!]

상황이 이상해졌습니다. 저는 화를 내고 싶었던 거였는데 방역복들은 저를 괴물취급 하더군요.
의사를 놔준다면 총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저는 의사의 멱살을 쥔 체 뒤로 물러섰습니다.

순간 여러 생각이 머리 속에 몰아쳤습니다. 이대로 의사를 인질로 잡고 도망칠까.
도망 칠 수나 있을까. 도망쳐봤자 어디로 가나. 만약 진짜 병이라면 이대로 죽는 건가.

생각할 수록 절망적인 것들만 떠올라서 저는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의사를 놓아주었습니다

의사를 놔주자 방역복들은 제게 총을 겨눈체 의사를 뒤로 물렸습니다. 저는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순간 당황한 듯 의사는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크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의사에게 말했죠.

[협조 하겠습니다. 대신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지
제대로 설명해주십시오]

의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눠야 된다는 말을 하고
흰 방을 나갔습니다. 그날 이후 더이상 주사는 없었습니다만 그것은 더이상
치료한다는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정확하기 하루 후에 의사는 스피커를 통해 제게 보고했습니다. 제 추측이 맞았습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저는 늑대 인간이 된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이 병이 소설에서 보던 그
늑대 인간과 같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혈액이나 침이 직접 접촉을 통해 옮게 되고
감염자는 사흘, 혹은 나흘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이 되는데 태반이 사망하게 된다는 것

드물게 보균자. 즉 늑대 인간으로 살아남는 사람이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 이성을 잃고
괴물처럼 변해버린다는 겁니다.

이 병에 치료약은 없었습니다.. 실망하기에 앞서 나는 내가 아직도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했습니다. 보름달이 떠도 이성을 가졌다는 것을 들은 소위 관계자 라는 양반들이
제게 상황을 설명해도 된다고 허락한 모양이었습니다. 제게 총알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안 것도
(소설처럼 은 총알은 통한다고 하더군요. 안맞아봤지만) 그 때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세번의 보름을 지냈습니다. 이족보행 늑대의 모습이 된 이후로는 더 이상
변하지 않았습니다. 식사 양은 늘었고 평소보다 단백질 섭취량도 늘었습니다만
사람을 공격하고 싶다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더이상의 치료는 없었습니다만 일주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혈액 샘플을 체취하거나
의료기계에 들어가 몸을 스캔 당하는 등의 여러 의학적 검사들은 이어졌습니다.
말은 처음에는 어눌하게 했지만 갈수록 길어진 구강구조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의사의 도움으로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영화와는 달리 저는 평소에도
늑대의 모습이었으니까요. 대신 저는 치료가 1년 지난 후에 의사의 추천으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검사를 통해 제가 이성을 잃은 일반적인 늑대 인간들과
비슷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걸 써먹기로 한겁니다.

물론 제 주변에는 아직도 은으로 된 실탄을 가지고 저를 감시하고 있는 방역복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갈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인적이 드문 새벽대의 시간
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 시간대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을 자고

대부분의 늑대인간들은 먹이를 사냥하죠.

저는 이제 늑대인간을 사냥하는 늑대인간입니다. 물론 죽이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이미 늑대인간이기에 싸우거나 물려도 감염되진 않습니다.
제압된 늑대 인간들은 대부분 감호소에 수감이 되고 다양화된 늑대 인간의
혈액은 치료제를 만드는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 것을 믿습니다.

다만, 한 해가 지난 오늘에 와서는 보름마다 점차 거칠어지는 제 성질을
인간들에게 숨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보름이 올 때마다 저는 점차 제 안에 털 많고 이빨 날카로운 괴물이 자라는 것을
느낍니다. 어쩌면 저는 특이하게 이성을 가진게 아니라 다른 늑대인간들보다
이성을 잃는 시간이 더 늦은 걸지도 모르죠.

물론 저는 이것을 제가 이성을 잃는 그날 까지 숨길 겁니다. 어느날 저는 반쯤
긴장을 푼 의사와 방제복들을 물어 뜯을 겁니다.

그 전까지 치료제가 만들어지길 기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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