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20.04.03 알폰스 무하전 관람

이름은 몰라도 다들 그림은 한 번쯤 봤을 화가. 나는 이름까지는 알고 있었고 예전에 몇 번 열렸던 전시회를 할 때 가볼까도 싶었지만 '가볼까'였기에 가지는 않았음. 그러다 가게 되었다.


전시회를 오랫동안 가지 않다가 가던 거라 '전시회의 고통'에 대해서 잊고 있었는데… 조명 때문에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사진 찍는데 다른 사람 눈치를 124135번 봐야 한다거나, 전시회를 보는 사람들의 흐름에 맞춰서 봐야 하는 등의 괴로움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그림의 실물을 본다는 것 자체의 기본적인 의의도 있고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찬찬히 바라보며 생각하는 재미도 있고 하여튼 전시회라는 것 자체가 그 그림(들)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니까 그림을 주제로 한 여러가지 상상도 몰입해서 할 수 있었고 등등 해서 재밌긷도 했다. 관람시간을 1시간 반 정도 잡고 있었는데 2시간 반 정도 봤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음


아 갔다왔을 때 바로 적었어야 했는데 커찮아서 늑장 부렸더니 그 때의 감상을 다 까먹었다…. 아무튼 알폰스 무하에 대해 남는 기억들은 '유려한 선과 화려한 색채, 시대를 앞서나간 사람, 애국자, 상업예술에 대한 시선' 정도인데 음…

일단 예술 하면 생각나는 그런 어려운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그림들임. 캔버스 전체를 거의 빈 틈 없이 선이나 색으로 채우고, 여성이 많이 등장하며 곡선을 많이 활용한다는 느낌. 그래서 화려하고 부드럽고 유하고 아름답다. 뭐라고 하지 아무튼 그림체도 일반적인 예술 그림(?)보다는 만화같다는 느김을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더 어렵지 않은 예술을 관람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 점이 알폰스 무하가 활동했던 상업예술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던 점 아닐까 싶었다. 친숙하니까.

알폰스 무하는 상업미술로 유명하다. 흔히 상업예술에 대해 짐짓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있긴 해도 '어렵지 않은, 친숙한 예술로 대중에게 접근'한다는 시도 자체가 나쁘지는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내 편견을 환기하고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관람이었기도 했고.

가령 이 사람의 그림들 중에 자전거 광고 그림이 있는데 그림에 자전거가 손잡이밖에 안 나옴… 이런 식의 상업예술이라면?(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 작가의 파워를 갖추는 게 먼저 필요하긴 하겠지만) 괜찮네 좋다 이런 생각도 했고 흠

후 그리고 보면서 작가의 어떤 의도가 자꾸 나를 피식 피식 웃게 했는데 사진 다시 봐도 그게 뭔지 기억이 안남

뭐 아무튼 그렇다. 더 쓸 얘기 있으면 나중에 추가하던가 함




이런 식으로 클로즈업해서 찍은 건 그 부분을 한참 유심히 쳐다봤단 뜻임

저 보라색의 옷의 오묘한 색감들은 어떻게 냈을까, 머리의 밀짚이랑 교차하는 머리칼들은 어떻게 그렸을까, 저런 곡선들은 뭘 대고 그렸나? 진자 어떻게 이렇게 그렸을가… 하는 상상의 나래를 폄면서 속으로 12452662번 감탄하면서 보고 지나갔다


이런 걸 보고 누가 광고 그림이라고 생각하겠음?

'알폰스 무하가 그린' 광고 그림이라고 생각 들게 하는 점이 너무 좋았다


오지는 디테일


인상적인 머리카락 표현


하 옷주름 표현….


난 이 그림이 제일 좋았어


1월부터 12월까지를 이미지화해서 그린 것. 안 보이겠지만 그림마다 글씨가 있는데 각 달을 프랑스어로 써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게 아마 사계를 이미지화한 그림이었을 것. 계절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그려낸 건 특히 겨울 부분에서 진부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림 자체가 너무 아름다웠다는 감상이 더 컸다


이 그림도 왠지 모르게 좋았음


이것도 한참이나 쳐다봤던 그림이었는데… 불확실한 점묘와 선의 경계, 그리고 그것들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섞어놓은 게 너무 좋았고 멋졌음


표정 너무 좋고 저 뱀 팔찌 모양으로 문신해도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함


엄청나게 화려한 패턴. 이런 그림 보면 탱화 느낌도 나고


사계나 행성 등의 모티프를 가져온 그림들이 많았다


이건 뭐 무슨 무하의 어떤 화보집(?) 같은 데에 실려있는 그림들 중 하나인데 이런 패턴을 좋아해서 재밌게 봤다. 잘 보면 그냥 복붙이 아니라 다 일일이 그린 것


<북 보헤미아 국가 연합 복권>

관람 당시 '복권 홍보 포스터인데 왜 이렇게 어두운가?' 했는데 복권 판매를 통해 해당 국가의 부흥이나 복지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라 그 심상을 표현한 것이라 함

그런 뒷이야기랑은 별개로 유별나게 만화같이 표현된 그림이라 더 눈길이 갔던 작품. 절묘한 그라데이션의 안개도 그렇고 인물들의 구도나 표정 등도 강렬했고.



나가세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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