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지하방에서 살면서 겪은 썰들

1. 학창시절 주소가 무슨빌라 지층 혹은 B땡 호로 되있으면 학기초에 선생들이 지하에 사는 애들 불러서 급식지원시켜줌 


차례차례 선생한테 이름불리때마다 이름 불린 애들끼리는 아 재도 우리집 처럼 못사는구나 알게됨


2. 어린시절에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을 집에 데려왓는데 다음날 학교가니우리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지들끼리 비웃음 그후 절대로 집에 아무도 들이지 않음


3.여태 사귄 여자친구들 모두 내 몸이나 옷에서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함 아무래도 반지하 곰팡이 냄새난다는 걸 돌려 말하거나 곰팡이 냄새를 아예 몰라서 그런같음 그 냄새가 좋다는 애도 잇엇음 ㅋㅋ


4.친구들이랑 통화할때 

집에서 받으면 지하라 잘안터지는데 매번 전화가 끊겨서  친구들이 무전기쓰냐고 함 


5. 성인이 되고나서도 지하방은 낙인처럼 따라다님 특히 민증 주소때문임 B0호 혹은 지층으로 되잇는 주소가 민증에 적혀잇으니  어디가서 민증 보여주는게 힘듬


6. 회사에 취직했을때 주소가 지하방이니 상사들이 자취하냐고 물어봄 그래서 그냥 자취한다고 해서 회사에선 날 자취생으로 앎


7. 기생충 영화를 엄마랑 같이 보러갔는데 지하방 이야기 나오니가 너무 불편했음.. 마치 우리집 이야기같았음 .영화 잘만든듯



암튼 지하방에 살면서 겪은 스토리 너무 많은데 생각난거만 주저리 적어봄 혹시라도 집값이 싸다고해도 지하는 피하는게 좋음 건강에도 안좋고 이상하게 주눅들게 됨















한창 서울시 빗물 범람하고 그랬을때

내가 중학교때 엄마랑 나랑 반지하 살았을때

우리집 변기에서 물이 역류를 했다.


그때는 누군가의폭력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집에서 나오게 됐고

그런만큼 우리집은 많이 가난했었고

어쩔 수 없이 빌라. 그것도 반지하에 살게 됐어

이름이 동방빌라였나... 그랬던걸로 기억하는데


지하집 살 때 웃긴게 화장실이 마치 상전이라도 되는거처럼

집에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했으며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만 했었는데

비가 많이 오니깐 하수도에 물이 차는지

물이 조금씩 올라오더라


밖에서도 콸콸 내렸는데

안에서도 비가 내리더라


내 나이가 중학생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가족들은 그 광경에 혼비백산 해서 걸레니 뭐니

바가지니 다같이 열심히 퍼서 밖으로 던졌지만

역부족이였고 결국 온 집안이 물범벅이 됐어

그것도 빗물도 아니고 되게 더러운 물이였지


내 성격은 생각보다 무덤덤한 편이고

어머니 또한 그래도 나에게는 많이 해주시려고 노력한 편 이기에

크게 가난이라는걸 괘념치 않고 살아갔는데 그때 일은 아직도 잊지 못하는게 꽤나 충격이고 상처가 됐었던 모양임


그 때 느낀 감정은 진짜 터무니없는 무력감을 느꼈었어

변기에서 물이 나오는데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여럿이 분주하게 움직여도

그거를 막을수가 없더라고

그 상전같이 높은데 위치한 변기가 우리집을 물바다로 만들어도 아무것도 못하는거야

결국에는 이웃집에서 빌려온 모터 비슷한걸로 물을 다 빼내긴 했었지만...


그런 경험을 했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작년에 기생충을 봤고

그 영화를 보고 그 때 생각이 너무 많이 나더라

영화에서도 나오잖아 압도적인 무력감

박소담이 변기 위에 올라서서 이러지도 못하고 담배를 피면서

내뱉던 깊은 한숨 있잖아 그런 감정?


계급제 사회에서 발버둥쳐봤자 빗물에 쓸려내려가는 수많은 사람들

누군가는 기생충을 보고 그저 남의나라 얘기라고만 생각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자기의 얘기일수도 있는거지


뭐 지금은 어머니도 아파트 사시고 나도 그냥저냥 살지만

아직도 그때 느낀 무력감만큼은 잊지를 못하겠고 평생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너도 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