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남친 취미가 이상해요


"라이브로 보면 더 짜릿하고 재밌어."

어째서 이 간단명료함을 이해하지 못할까?

나는 저 여자를 탓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탓하고 싶지 않다. 나 또한 저러니까.


우리는 개개인의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면 의문을 가지고 배척감을 무의식에서 조성한다.

서양의 세계관의 인간과는 다른 피부색을 지닌 흑인이 배척됐던 과거가 대표적이다.

저 여자에겐 새벽에 일어나 축구를 보는 게 자신의 세계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거임.

만약 저게 "여성향 로맨스 소설을 하루종일 읽는 사람"이거나 "다양한 립스틱이나 향수를 써보고 평가하는 사람"이였으면 저런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클래식을 듣는 사람, 이른 아침에 산책을 나가거나 등산을 가는 사람, 체육관에 가 양껏 땀을 흘리는 사람, 여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 세계의 다양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


다 적지는 못했지만 난 상술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클래식에 무지하고 관심도 없지만 저 사람들이 클래식을 들으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해소할지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축척해온 세계관을 통해 이해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마지막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나는 술과 담배를 하기 때문에 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거다.

내 세계관이 금연과 금주의 상태였다면 저 사람들도 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이상한"사람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저 여자도 혹시 몰라. 야구장에 가서 신나게 소리지르며 직관하는 사람일 수도 있음.

근데 왜 이해를 못하냐? 남자가 "새벽에" 일어나서 해외축구를 보기 때문임.

자신이 생각하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라이브의 짜릿함"같은 이득보단 "잠을 포기하는"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여 왜 저걸 굳이 하냐라고 생각하는 거지.


사실 나도 지금까지 버스나 철도같은 걸 찍기 위해 사진 포인트를 세심하게 찾고, 값비싼 장비를 사서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휴게소의 음식을 먹는 것을 취미로 삼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업으로 삼는 것도 아니고 왜?라는 의구심만 자라났음..


근데 그냥 의문심을 갖지 말고 "저 사람은 저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물흐르듯이 넘기면 편하다. 굳이 타인의 모든 걸 이해하지 않으려고 들어도 좋다.


그렇기에 저 사람을 너무 욕하진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