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맞지않고 자란 어른은 힘들때 어떻게 생각할까.

 다여섯살. 일곱살. 초등학교.


 엄마는 나를 매일 때렸다

옷걸이. 국자. 효자손. 잡히는대로. 온힘다해. 엄마는 때릴때 흡. 흡. 숨을참고 때렸다.

난 울며 잘못했다고 두손 싹싹빌다, 아픈곳을 문지르고. 맞은곳 또맞을까봐 가리고. 손이 바빴다.

방 거실 화장실 도망다니며 이동하며 맞았다. 그러다 벽구석에 바짝 몰려서 한참이고 맞다가 끝났다.

맞던순간은 시간이 멈춘거 같았지만, 한시간같이 기억하지만, 실제론.. 몇분이었을까


짧게 맞는날도 길게 맞는날도, 오전 오후, 시간은 매일 달랐다.

시작하면 그저 이순간이 빨리 끝나길 간절했다


안맞은날도 있었는데 잠들때 너무 행복하고 기뻐서 하나님,하고 기도를 했다.내일도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고.

그런 내일은 없었다. 어제 안맞았기 때문에 오늘 더맞는건가 싶었다.

기도는 효과가 없는걸 깨달았으면서 왜그렇게 열심히 또 했는지. 할수있는게 그거뿐이니까.


어떤날은 맞고있는데 너무아픈데. 맞다가 죽었으면 싶었다.

죽으면 엄마가 미안해 할것 같았다.날 때린걸 후회했으면 싶었다.


양말을 빨리빨리 못신는다며. 맞은기억이 나는집은 내가 5살때 살던집이었다.


7살때 살던집은 화장실문이 뻑뻑해서 온몸으로 매달리고 오른쪽왼쪽 돌려도 안열리곤 했는데

어느날 오줌이 급해 엄마 제발 열어달라 쫄랐는데 엄만 뒤에서 가만히 날 노려보기만 했다.

끙끙거리며 문을잡고 열으려 애쓰다 바지가 따뜻하게 젖기 시작하며 흐느끼며 울자 엄마가 아무거나 잡히는걸로 때리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땐 집에서 엄마가 신발만드는 부업을 할때 옆에서 귀찮게 군다며

잡고있던 갈고리모양 송곳으로 내 무릎을 찔렀다. 내몸안에 있던 흰끈이 갈고리에 같이 딸려나왔다. 힘줄인가..


날 집에 혼자두고 외출했다가 오셨을때 티비를 보고있던게 들키면 또 한참 맞았다.

엄만 모르겠지. 나중엔 티비에 달린 전원에 손가락 올린채로 봤다는걸. 지나가는 발자국소리마다 티비를 꺼야했다


난 저런 엄마가 너무 좋았다. 칭찬받고싶고 엄마가 제일 소중했다. 내 전부였다.

엄마가 가출한날엔 세상이 무너진느낌. 버려진느낌. 숨막히고 살수가 없는느낌. 

엄마가 들어온뒤엔 또 집을 나갈까봐 매일 불안했다. 

엄마가 집에있는건 행복한거야 행복을 느끼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의지할곳이 엄마뿐이어서 그런다는건 어려서 몰랐다.


내가 잘못해서 맞는건줄 알았으니까. 늘 엄마 눈치를 봤다.

엄마가 화날땐 갑자기, 예상못하게, 신경질적이었다.

엄마도 기분이 좋으면 잘해줬다. 챙겨주고 예뻐해주고. 좋으면서도 언제 화를 낼지몰라 조마조마했다.

기억엔 엄마도 나를 좋아했다.


아빠가 집에 오면 엄마는 나를 못때렸지만 아빨 반가워 한적은 없다.

저녁만 되면 불안했다.

아빠가 오면 엄마를 때리니깐. 

다리에 매달려 말리다가 내 방에들어가 그순간이 또 빨리 끝나길 기도했다.





지금은 맞지도 않는데 이제와서 무슨소린가 싶지만

하루도 안빼고 매일 저 기억이 난다.

매일맞듯이. 매일 생각이 난다.

어릴적 기도가 이뤄진건데. 왜 행복하지 못한지.


살다가 일이 잘 안풀리면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아니라 그냥 무기력해진다.

태어난거부터 잘못된팔자. 살아있는게 불행한 기분.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느낌.. 더는 못버티겠단 생각..



어릴땐 죽을 용기가 부족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죽는방법은 무서웠다. 살아있는건 용기내지 않아도 살아졌다..

뭐든지 좋은건 더 어렵구나.생각했다


죽지못해 살며 자랐다.


이번 생은 엄마 딸일수 밖에 없으니. 행복할 방법이 없는것 같다.



저런 엄마는 지금도 내게 소리친다. 

내가 너한테 못한게 도대체 뭐가있냐며. 다해줬다며.


남들 자식은 혼자 대학가고 혼자 등록금내고 몇천씩 혼자벌어서 혼수 다해가는데

넌 왜못하냐며.



난 궁금하다. 남들 자식으로 살면 어땠을까.

맞지않는 유년시절은 어떤기분일까.

맞지않고 자란 어른은 힘들때 어떻게 생각할까.

'Screep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사(introjection)  (0) 2017.02.04
딱 남들처럼만  (0) 2017.02.04
Radiohead - Creep 해석  (0) 2017.01.25
누나 옷상표 이거 어디꺼에요?  (0) 2017.01.25
폼생폼사 6인방, 진건찐, 사당동쌍둥이, 91팸, 은평연합  (18) 2017.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