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시절을 뚱뚱한 상태로 보냈어요. 자라면서 점점 살이 빠졌죠.
저학년 일때는 비만, 고학년 땐 과체중, 중 2가 넘어서야 정상체중....
별명은 돼지 혹은 곰. 어른들은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하지 못하고, 아 똑똑하게 생겼네 정도..
어느날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갔더니 같은 반 운동부 애가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구요.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키가 자라면서 서서히 살이빠지고, 좋아하는 애가 생기면서 꾸미는 방법도 알고.
고등학교 2학년때 저를 다시 본 초등학교때 남자애가 제 친구한테 뒤에서 그랬대요.
처음에 못 알아 봤다. 초등학교땐 정말 못생기고 뚱뚱했었다고.
그런데,
그렇게 많이 바뀌었는데도 인터넷에서 자주보던 반전은 없었어요.
한번도 번호를 따여본적도 없고. 고등학교3년 동안 절 좋아한 사람도 한 명 없었어요.
오히려 어린시절 생긴 외모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주변의 아는 남자마다 싸우고, 주변의 인기많은 예쁜 친구들을 질투하고.
겉모습이 바뀌었지만, 오히려 속은 시기와 분노로 타들어가기만 했어요.
친절한 사람을 보면 아 쟤는 예쁜여자한테는 아주 설설기겠구나. 불친절한 사람을 보면 내가 예쁘지 않아서 그런거구나.
그런데, 고등학교 동안 딱 두 번 고백을 받은적이 있어요. 저를 좋아했다고.
근데 참 웃기는게, 그 친구 둘 다 초등학교때 내가 뚱뚱하던 시절만을 같이 보낸 친구라는 거예요.
그 이후론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수년전에 그랬다, 하고 이제와서 얘기해주더라고요.
제가 착해서 좋았대요. 자기한테 마음 써주고, 잘 챙겨줘서.
.....
지금의 나는 아직 열살짜리 뚱뚱한 꼬마애에 멈춰서 있는데.
그 시절의 내가 너무 아픈데,
그런 내가 좋았대요.
결국 살이 빠져도 자기연민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에 빠진 나보다, 그 때의 뚱뚱해도 당당하고 상냥하던 내가 더 사랑받았더라고요.
겉모습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이유가 자신에 대한 사랑 위에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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