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에 연연하지 마라
리바이스, 리, 랭글러, 네이키드앤페이머스, 누디진, 텔라슨, 사무라이진, 에비수, 스튜디오 다치산, 데님바, 제로, 플랙진, 닥터데님, 칩먼데이, 에이프릴77, 삼식이, 디젤, 지스타, 세븐진, 아페쎄 ,빅존, 모모타로, 오니데님, 발망, 생로랑, 디퀘 등등 지금 그냥 머리 속에서 딱 생각난 청바지가 유명한 브랜드들이다.
국내브랜드도 있고 해외브랜드도 있고 막힘없이 써내려간 대충 생각해낸 청바지관련 브랜드만 해도 10군데가 넘는다.
그 외에 유니클로나 내가 20대 초반에 애정을 쏟았던 일본브랜드들까지 합치면 청바지를 구입하기 위해 둘러봐야할 브랜드가 내 기준에서는 최소 50군데에 육박한다.
꽤 많은 나이에 알바도 하고 용돈도 모으고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많은 브랜드를 접했고 많이 입어보고 팔고 사고 했었다.
지금에 와서 드는 결론은 브랜드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이게 무 슨 말인가 하면 어떤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감성값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선택할 가짓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옷질이란 것을 시작하면서 브랜드의 허울에 빠져서 그냥 비싼 것 희귀한 것만 찾는 경향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감성값도 물론 제품을 구입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가성비도 중요한데 유독 패션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전에도 한번 비슷한 글을 썼던 적이 있어서 다시 얘기하자면 요즘 유명한 골든구스의 경우 미국 평균판매가가 400~500불정도에서 형성되어있는데 모두 장인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기에 가격이 비싸다고 알려져있지 하지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이태리 브랜드인 세라피니의 경우도 100% 수제작으로 현지에서는 제법인기가 있는 브랜드인데 세일을 하지않아도 20만원대 정도에서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물론 세라피니의 경우 골구처럼 빈티지가공은 따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게 생산단가에서 얼마를 차지하기에 같이 이태리 핸드메이드를 주장하는 두브랜드 (심지어 세라피니가 역사는 더 오래되었음에도) 의 가격 차이가 두배이상 차이가 날까?
결국은 그 브랜드만의 디자인 로고에 대한 값을 소비자에게 지불하라는 이야기이다.
일례로 너희들이 좋아하는 세인트 제임스에서 하청으로 만들던 스트라이프 티가 꼼데가르송이다. 가격차이는 최소 두배. 그 외에 마코라는 수트 메이커는 루이비통 보테가 베네타 등의 수트를 하청 생산한다. 물론 브랜드 네임빨하나로 가격차이는 최소 세배이상 난다.
이렇듯 브랜드라 하는 것들이 너희 생각보다 어떤 철학과 깊이도 있지만 역시 기업의 생리에 의해 브랜드값에 필요이상의 가치를 지불하라고 소비자들을 종용하기도 한다.
위에서 말한 세인트 제임스와 꼼데가르송의 보더티의 가격대비 질의 차이가 얼마나 난다고 봐야할까?
둘 다 입어본 입장에서 전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지금은 모르겠다만 그 시기의 두 브랜드의 보더티는 그랬다). 또한 우리가 익히아는 토탈패션 브랜드에서는 이제는 과거와 같이 그 분야의 장인을 키워서 특정한 아이템을 만들게 하기보다는 특정 분야의 장인이 있는 공방이나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그러한 곳에 외주를 주고 브랜드만 자사브랜드를 쓰는 곳이 많다 (위의 마코와같이) 뭐 가격접근성이 낮은 저런 브랜드 얘기해서 뭐해 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를 얘기하자면 이 역시 비슷하다.
삼성계열 LG계열 그외 세정등등의 국내의 많은 브랜드중에 모회사가 같은 브랜드들의 경우 공장을 같이 쓰거나 원단을 돌려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브랜드에 따라서 가격만 달라지는 거지. 정말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내는 소수의 브랜드가 아니라면 질의 차이가 크게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다.
더 쉽게 말하면 특정 원단 브랜드의 원단으로 검색했을때 같은 브랜드의 원단을 쓴 수트도 브랜드의 따라 2배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하고(물론 수트는 패턴이 중요하긴 하다.) 그만큼 생각보다 거품이 많고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내가 가장 즐겨입는 브랜드의 바지는 국산브랜드의 바지인데 그 어떤 많은 바지들보다 내 몸에 딱 맞는다. 기장수선만 한다면 더 손볼 필요없게 정말 저스트하게 맞는다. 더 비싼 브랜드 혹은 저렴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중에서 내 몸에 더 잘맞는 옷이 있을 수도 있다.
까보면 비슷한 질의 제품을 가지고 고민하지말고 더 많이 입어보길 바래. 더 저렴하고 내 입맛에 맞는 브랜드는 분명히 있을거야.
2. 자기만족이라는 합리화를 하지 말자.
옷질을 하면서 가장 빠지기 쉬운 덫은 자기만족이라는 자기합리화라고 생각해.
자기 만족...겉으로는 참 좋은 말이야 내가 자신감있고 남들에게 멋있어지기 위해서 입는 옷인데 이러한 디자인 이러한 가격정도는 투자할 수 있잖아?라고...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흔히 삼포세대 88만원 세대라는 요즘의 20대 그리고 그들이 주가되는 커뮤니티인 이곳 그리고 여타의 패션커뮤니티에서는 참 이러한 부분에서 관대한 것 같아. 유독 이러한 부분에서 너그러워 지는 부분이 있거든
그리고 또한 깨끗히 입고 중고로 상태좋게 팔고 새로사면 되지 뭐 그게 합리적인거 아니야? 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중고거래는 정말 특정 대세제품을 싸게 구입해서 웃돈주고 팔거나 사는게 아니라면 결국엔 감가상각대비 손해인 장사일수 밖엔 없고 또한 애호가라고 볼 수도 없을거라고 생각해. 그러한 소비패턴이 그냥 유행을 소비하는 소비자이지 애호가적 소비패턴은 아니라고 생각해.
또 오디오질이나 악기,카메라처럼 트렌드가 변해도 입문자를 위한 특정아이템이 비슷한 가격대에서 거래되는 시장이 아니라 패션시장은 입문자를 위한 기본템이 꾸준한 수요로 존재한다기보단 트렌디한 아이템이 이끌어가는 시장이라 특히 중고거래에서 그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
잘만든 질 좋은 청바지 가죽 자켓 여러 아이템 살때는 10년 입어야지 자기만족인데 이정도 투자는 뭐.. 라고 하면서 당장 다음 겨울만되도 뭐 사야되나 기웃거리는 사람 정말 없어?
사람의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고 스타일이 정립되었다고 해도 같은 스타일의 조금 다른 디테일을 가진 '신상'에 끌리는 법이라고 생각해. 자기 만족이라는 허울로 부디 관대해지지 말기를 바래.
3. TPO 아니 TPOM에 맞게 옷을 입자.
위에 브랜드와 자기만족에 관한 얘기에서 분명히 내가 이 옷을 입으면서 가지는 만족도가 있는데 왜 니가 남의 일에 오지랖이야 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말했듯이 우리는 삼포세대 88만원세대라고 불리우는 시대를 살고 있고 소수의 금수저가 아니라면 다들 금전적인 고민은 하고 살거야. 비단 옷질뿐이겠어? 치킨도 먹어야되고 데이트도 해야되고 가끔 술도 먹어야하는데...
보통 옷을 잘입으려면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 에 따라 옷을 입으라고 하지 뭐 상가집에 검은 옷을 입고가라는 게 그 얘기지 뭐. 근데 이것만으로는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하나 더 추가해서 예산(money)에도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거지.
나의 경우 정말 너무사고 싶은 옷들이 있다면 내가 미리 정해놓은 예산 이내라면 정가로 구입하고 아무리 맘에들어도 예산 이상이라면 구입하지 않아. 그러다 아울렛까지 흘러들어가 우연히 마주하면 그때 예산에 맞게 구입을 하거나 하지. 생각보다 가지지 못해서 미칠 것같은 건 옷이던 뭐던 별로 없더라.
나는 자기만족이라는 이름으로 고급브랜드를 입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람나고 옷나왔지 옷나오고 사람나온건 분명 아니지만 그러한 브랜드에서는 분명히 그 옷을 만들고 값을 매기면서 이러한 사람들이 소비해줬으면 하는 소비타겟이 있기 마련이야. 그런데 예산과 나의 행동패턴과 맞지않게 고급브랜드의 옷을 자기만족 혹은 브랜드가 좋아서 즐긴다는건 나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 지도 말라는게 아니라 내 예산 상황 패턴 시간 장소에 맞춰서 적절하게 트렌드를 즐기자는거야.
다른 얘기를 해볼게. 고급수트는 좋은 옷일까? 물론 좋은 옷이야.
그럼 고급수트는 유용한 옷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영업직 사원처럼 외근이 많은 사람에게 캐시미어나 울로 지은 고급수트보다는 폴리가 섞였어도 튼튼하고 세탁이 편한게 더 좋은 옷일거야. 가끔 백갤같은 다소 연령대가 높은 클래식한 착장을 즐기는 커뮤니티에 가서 사회초년생 초급자가 구두추천을 받는 경우가 있어. 그 경우에 대부분 입문용으로 최소한 헤링슈정도의 중저가 구두를 추천하곤해 제법 만듦새 소재 입문용으로 적절하다는 거지.
하지만 그 질문자가 학자금대출도 있고 결혼자금도 모아야하는 외근이 많고 많이 걸어야하는 영업직 사원이라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과연 30~40만원대의 홍창(가죽창)으로 만든 구두가 답일까? 비가오나 눈이오나 걸어다녀야 하지만 구두를 신어야하는 그 질문자에게는 고무창으로 만들어진 10만원대 컴포트화가 두켤래를 사는게 더 좋은 답일 수도 있어.
이처럼 TPO뿐만아니라 예산에 맞게 옷을 즐기자.
4. 옷푸어가 되지말고 옷취향을 비롯한 여러 취향을 기르자.
여러 취향이라는게 뭐 특별한건 아니야 나도 뭐 대단히 고급적인 것도 아니고 다만 옷질을 하면서 옷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들에 대해서도 어느정도는 이해를 했으면 해.
옷이 뭐라고 옷때문에 그렇게까지 해? 라고 할수도 있지만 그러한 경험들이 옷뿐만 아니라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 같아.
옷푸어의 정의를 쉽게 내리긴 힘들다만 하우스 푸어가 무리하게 집을 샀다 그로인해 빈곤해진 중산층을 뜻하듯 그 뜻 그대로 적용한다면 무리하게 옷을 구입하느라 생활이 빈곤해지는 사람들을 말할거야.
물론 자기 생활 패턴을 벗어나지않으면서 옷질을 하는 사람도 많을거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내 주변 그리고 커뮤니티를 보면 옷을 위해 알바를 하고 저금을 하고 무리하게 아껴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나같은 경우는 저금은 하지만 그게 옷을 위해서는 아니야 그저 언제가 될지 모르게 쓰게 될 일을 위해서 모으는거지 그게 옷일 수도 부모님 생신선물을 위해서이거나 기념일에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서거나 이지 옷을 위해서만은 절대 아니야
근데 옷만을 위해서 저금을 하거나 돈을 버는 친구들도 많더라고 ..그게 틀렸냐 라고 물으면 틀리진 않았지만 좋지는 않다고 생각해.
20대는 여러가지 취향을 편견없이 쌓기에 가장 좋은 나이라고 생각해. 단순히 옷푸어가 되느라 돈이없지 말고 취향을 쌓기위해 푸어가 되었으면해. 그게 여행이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던 전시회나 공연을 보는 것이던 옷이 다가 아니라 내 옷질과 삶을 더 윤택하게 해줄만한 그런 취향들을 쌓았으면해.
나는 클래식한 착장을 좋아하니까 그런 옷을 입고 가야하는 파인다이닝레스토랑도 가보고 너는 사진을 좋아하는데 칼라거펠트가 사진전을 여니까 거길가보고 옷에서 아방가르드하다는게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이번에 미술관에서 아방가르드와 관련된 미술전시를 한다는데 아방가르드하다는게 정확히 어떤 뜻일까 싶어서 가보고 아메리칸 캐쥬얼을 좋아하니까 직접 노가다판에서 일하는건 아니어도 진짜 미국 시골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여행을 가보고 그리고 그러한 취향들이 쌓여서 옷질에도 인생에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 너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20대 초반부터 여러 알바를 하면서 20개국 이상 여행을 다녔고 다양한 것들을 즐겨보려고 했어.
그래서 재미있게도 옛 사진을 보다보면 어느 시절의 나는 한국에서도 섬나라 원주민들처럼 입고다니기도 했고 어느 시기의 나는 내 나이에 맞지않는 지나치게 포멀한 착장을 입고다니기도 하고 또 어느시절의 나는 크래커나 일본 스냅에 나오는 것처럼 다소 혐오감이 드는 옷을 입고다니기도 했더라 그 시기의 내 관심사가 영향을 준거겠지.
지금 20대후반의 나는 고급지고 누가봐도 멋진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식당엘 가도 최소한 이 식재료는 이맛으로 먹는거지 정도의 깊은 지식은 없어도 그 식재료를 먹어본 적은 있거나 어떤 것에 대해서 전혀 다른 취향의 사람과도 30분이상은 대화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저런 잡지식을 겪어보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쌓여 흔히 말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고삼때까지도 엄마가 사주는 옷만 입고 애니메이션좋아하던 소위 오타쿠였어.
그러다 고백했던 첫사랑에게 너랑 다니기 창피해서 싫다고 무참히 차였었어. (심지어 그여자애도 오타쿠였음에도)
내가 과거에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너무 가진게 없어서(168/70) 여자뿐만아니라 남자한테도 많이 무시당하고 살다가 옷을 잘입으면 얘가 날좋아하려나 하고 옷질을 시작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옷질을 한창하던 그때도 매력적이진 않았던 것같아.
하지만 여러가지 일을 겪고 취향을 기르면서 옷질만하던때보단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
그 시기가 언제냐고 콕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미친듯이 옷질을 하던 20대 초반에도 옷은 잘입는다 혹은 이쁘게 입었네 소리는 들었어도 그냥 인사치레지 남여에게 인기는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주변에 사람도 있고 어느순간부터는 연애도 쉬는 틈없이 꾸준히하고 있고... 나는 그게 여러가지 경험으로 쌓인 취향이 매력으로 드러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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