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패션충 이야기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신발부터 옷까지, 상해사는 유학생이랑 어떻게 컨택이 잘 맞아서 여러가지 수입하고 팔았다. 물론 판매처는 무신사 등 패션커뮤니티에 팔았고 의류는 스투시 위주로 팜, 여러 뒷물량 나온거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나름 짭짤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패션충에 있다, 나이 26살. 군 시절까지 포함해서 8년동안 패션에 푹 빠져살았고 22살에는 혼자 한 장사가 대박도 터지고 전역하고 MD도 해보고, 지금은 시장이 워낙 노답이라 다른일 하고 있지만, 여튼간에.


오랫동안 이바닥 저바닥에 발 담그면서 참 못볼 꼴 많이 바왔다. 썰을 풀자면 한국 도메스틱 시장 망가질 정도로 브랜드 만든 양아치 새끼들 이야기부터, 지금은 엄청나게 커진 쇼핑몰 사장이 지인들에게 통수 제대로 맞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것 부터, 유명한 브랜드가 뭘 보고 카피하는지 등, 나도 워낙 옷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이쪽에서 일하겠지만 이 더러운 바닥에 뒹굴 생각을 하니 앞으로가 더 착잡하다.


여튼 서론이 좀 길었고, 패션커뮤니티를 이전엔 계속 하다 군 입대부터 지금까지 쭉 안하다가 여기가 괜찮은 거 같아서 가입하게 됨.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스타일, 뭐 이런거에 고민하는 모습을 계속 바왔고 패션관련 질문도 받아주고 진로상담도 해주고 하다보니 느끼는건데, 특히 예전에 비해 양질의 토론이 여타 커뮤니티에 전혀 올라오질 않으니 많이들 방황하길래 나름 이야기를 하고자 함.


내가 옷 인생 살면서 몇천만원 옷에 바르면서 느낀거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이란게 하루이틀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나도 '아 이게 내 스타일이구나' 한게 바로 작년이였고 돈 정말 많이 깨졌다. 만약 스타일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크게 고민하지 말고, 본인이 봤을때 가장 잘 어울리는게 본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함. 내가 오래 걸린건 어울림 뿐만이 아니라 옷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내 옷입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 그리고 내가 간단히 설명하여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정도로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튼 본인만의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난 이제와선 글쎄? 옷이 너를 얼마나 대변하는지, 그리고 니 인생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한번 생각해보면, 사실 옷이라는게 대부분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머리 쓸 필요 없다, 그냥 본인이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거 입으면 된다고 봄


의류관련 진로를 생각하고 있거나 비중이 높다면, 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것이 바로 시야를 넓히라는 것. 좋아하는 브랜드 뿐만이 아니라 생각도 안하고 살 일도 없는 브랜드도 보고, 컬렉션도 보고, 백화점에 나가서 옷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보고, 본인이 살 옷이 아니더라도 그냥 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심미안을 넓히라는것이 아니라 하나의 옷을 다각도로 접근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함.



또 하나, 유행이나 의류들은 절대적으로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음악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도 많고, 음악을 파생으로 만들어진 문화를 주제로 뽑는 브랜드는 더더욱 많음. 최소한 70년대 록(특히 펑크)문화와 의류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어느정도 알고있는게 좋고.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면 중세까진 아니더라도 근대 패션부터 공부하는게 좋다, DIY문화가 1930년대에 왜 정착되었는지, DIY가 끼친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군복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만 봐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봄.


근데 '옷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할 거 아니면 저런거 안봐도 되고, 솔직히 니 옷에 신경쓰는 사람은 (애인이 있다면)애인과 몇몇 지인들 뿐, 지나치는 남들은 남들의 옷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겨우 옷 따위, 스타일 따위'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본인 원하는데로 입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함. 우린 살면서 가뜩이나 스트레스 많이 받는데 하나를 더 추가하는게 이는 삶의 여유가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함, 이는 옷을 어떻게 입는지만 봐도 충분히 보임



사실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내가 무슨 존나 쩌는 새끼도 아니고 그냥, 쭉 보면서 하고싶었던, 그리고 많이들 물어보-지만 명쾌하게 대답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그냥 한이나 풀어봤다. 그리고 내가 한 이야기는 절대적인 진리도 아니기에 '아 이새끼 개소리 쩌네'라고 말해도 무관하다, 솔직히 체계적으로 글을 쓰고도 싶었지만 막상 쓰려니 정리도 안되고 정리해서 쓰는것도 왠지 뽐새도 웃겨서 그냥 주절거리기만 할 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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