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피망해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리지은 사람 몇이 날 보고 키득대며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안경을 안 쓰고 나가서 정확히 나를 보고 웃으며 뭐라 했는진 모르지만 그들이 나와 스쳐 지나갈 때의 타이밍이었기에 기분이 나빴다. 지하철을 타서 앉아 가는데, 한 커플이 탑승하여 나와 사선인 위치의 앞에 나란히 서서 가게 되었다. 그 중 여성이 계속 흘끔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그러던 중 내 오른쪽 자리가 비어 여성이 내 옆에 앉게 되었는데 앞에 서 있는 애인과 재잘대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메모에 뭐라고 적으면서 애인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엔 딱히 내 쪽에서 못 보게 가리면서 쓰지도 않고 그냥 말로 못 할 재밌는 얘기 하나보다 했는데 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날 보고 키득댄 것 같은 무리와 연관지어지며 별별 상상이 다 드는 것이다. 아 내 얼굴에 잉크 같은 것 묻었나… 비듬 같은 게 코트에 묻어있나 아니면 옷에 뭐 묻었거나 아니면 내가 뭐 잘못했나??? 기분 나빠서 집 오자마자 옷 벗어서 이리저리 보고 거울 보고 확인하고 했는데 별 다른 점은 없어서 다행이었으나 그럼 그 사람들은 뭘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뭘까' 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사소함부터 매일 신경쓰이고 그래서 한 번이라도 밖엘 나가게 되면 너무 피곤해진다. 다만 오늘은 밥을 제대롱 안 먹었음에도 신기할 정도로 배도 안 고프고 인내심도 잘 발휘한 날이었다. 그닥 피곤하지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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