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천재와 싸이코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면 꼭 첫날 밤(음..)엔 장기자랑시간이 있다. 대개 노래로 무난하게 때우지만 가끔 용감한 친구들도 있다. 여학생에게 인기좀 끌어보고자 감전된 것처럼 각기;;를 추어대거나 풍차돌리기;;내지는 토끼춤;;를 추어대는 우리의 친구들을 보았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감동-o-을 느끼는가.
'보고있는 내가 더 쪽팔려..'

..그렇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설쳐대는 자들을 볼때의 민망함.'나도 초등학교때 학예회에서 저렇게 춤춘적이 있었지..'와 같이 자기 자신의 추한 모습을 상대방에게서 발견하게 될 때의 낯뜨거움. 내가 자칭 사이코나 자칭 천재라고 하는 빙~시~들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자칭 천재는 그나마 좀 귀엽다. 강백호 짝퉁이라고 꼬집어 말할 것도 없이 본인 스스로가 천재가 아닌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도 '우리들은 물론 쟤 스스로도 천재가 아닌 걸 알고 있지만 그냥 재미삼아 주의를 끌어볼려고 저러는 거야..서로 다 알고 있는 걸 피곤하게시리 반장처럼 나서서 계몽-_-시켜줄려고 판깨지 말고 그냥 인정해주는 척 하고 재밋게 지내자' 하는 기나긴 암묵속에 일종의 연극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칭 사이코는 상당히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들은 싸이코라는 자부심에 가득차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단순히 자신의 무용담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대개 자칭 사이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단순하다. 엉뚱한 짓거리를 해서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재미있다->엉뚱한 짓의 반복->아이들이 별난녀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준다->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점점 더 강도를 높여서 말썽을 피운다->주위에서 슬슬 싸이코라고 불러주기 시작한다->역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단순한 장난 정도를 벗어난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도 시작한다-> 꺼려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러나 일부는 한결같이 지지해준다 '더 해봐 더! 너는 싸이코야'->자기 스스로를 싸이코라고 믿는다->자신의 행동을 욕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싸이코성을 이해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버린다.(즉 지가 한수 높다 이거지..)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라고는 죽어도 생각하지 않는다->자신의 싸이코성을 꾸준히 입증해 보여야 하기에 남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은 용납되어야 하며 한편 자신의 의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싸이코성'을 싸가지 없음의 면죄부쯤으로 활용한다 '마음껏 욕해라 어차피 범인들은 나를 이해 못하니까->...

뭐 대충 이런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을 몸소 격고나서 해탈한-_-;;; 본인은 자칭 싸이코들을 상대할 때 그네들이 갈구하는 만큼 그들을 특이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칭 싸이코들이 하는 짓이란 어쩌면 그렇게도 천편일률적이던지!!!
요컨대 자칭 싸이코들의 심리란 이런 것이다.

'유사천재'로 보이고 싶다

자칭 천재운운하긴 유치하고, 진짜 천재라고 불릴 만큼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주목은 받고 싶고..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천재들의 특징을 흉내내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천재들의 업적은 섣불리 흉내낼 수 없는 것, 따라서 가장 흉내내기 쉬운 '기행'을 흉내낸다. 즉, 일부 천재가 싸이코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거꾸로 해서 싸이코적인 행동을 해서 천재처럼 보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서시가 콧날 찡그리는 걸 흉내낸다고 추녀가 미녀되냐? 이런 녀석들을 볼때 나는 다음과 같이 되뇌이는 것이다.
'보고있는 내가 더 쪽팔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설쳐대는 자들을 볼때의 민망함. 자기 자신의 추한 모습을 상대방에게서 발견하게 될 때의 낯뜨거움.

자칭 싸이코들에게 제안하고싶다.
기왕 천재들의 기행을 흉내내려면 술이나 마약이나 섹스나 정신분열이나 폭력이나 뭐 이런 평범한것들을 흉내내지 말고 대범하게
'자살'이나 흉내내보라고.
넌 할 수 있어. 전설로 남을거야.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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