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주로 쓰는 카드를 지갑 말고 주머니에 넣어두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잘 쓰던 카뱅 카드가 부러져서 재발급 받음. 원래 쓰던 건 분홍색이고 새로 받은 건 노란색인데 실물은 분홍색이 더 낫다. 그것도 그렇고 분홍카드의 유효기간이나 카드 일련번호가 더 마음에 들었었는데 지금 받은 건 숫자에 어떤 규칙성도 없고 아무 의미도 부여할 수 없어서 별로임.
2. 최근 읽은 만화들.
나가타 카비 / <현실도피하다 만신창이가 된 이야기>,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
후루야 미노루 / <두더지>
오시미 슈조 / <악의 꽃>
카라스야마 에이지 / <악의 교전>
이토 쇼타 / <친애하는 나에게 살의를 담아>
키토 모히로 / <우리들의>
갑자기 요즘 왜 만화들을 읽기 시작했냐면 어쩌다 귀뮤니더에서 우울/스릴러/철학이라는 주제를 필두로 한 만화 추천글들을 보고, 그리고 트위터에서도 추천하는 글들을 비슷한 타임라인에서 보고 흥미가 생겼기 때문. 원래 읽고 싶었거나, 글들을 보고 다시 읽고 싶어진 만화가 있기도 했고.
나는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프로파일러가 꿈이기도 했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심리학이나 범죄 관련 비/문학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내게 심리에 대한 그런 흥미가 극대화되는 지점은 '사람이 어디까지 극단적이 될 수 있는가', '혼자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개개인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정도의 전제로 출발하는 스토리인 것 같다. 오컬트도 그래서 좋아하는 거 같네. 그리고 위에 읽은 만화들 모두 그런 지점에 느슨히 걸쳐 있다. 그렇다고 모든 작품이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일단 나가타 카비의 두 작품들. 이건 상당히 좋게 읽었음. 두 이야기 모두 나가타 카비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각각 작가의 알콜 중독과 정신적 괴로움에 대해 다룬 책이다. 부끄러울 수 있는 개인 밑바닥의 이야기를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상처를 주면서도 결국 세간에 공개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를 상상하는 재미(?), 그리고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의 개인 심리를 세밀하게 풀어낸 점이 무척 좋았다. 특히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는 만화의 출발점이 참 좋았음.
<두더지>는 뭐 킹무위키에서 우울증 환자의 심리를 잘 풀어낸 책이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인물들의 개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냥 다 평이하다는 인상이 컸고 결말도 영 그저 그랬음.
<악의 꽃>. 재밌었다. 한 번 쯤 보려고 했는데 지나치게 딮한 소재같아서 평소 멘탈로는 볼 엄두가 잘 안 나서 미뤄두고 있었다. 아 생각해보니 내가 요즘 멘탈이 다시 또 약해지는 지점에 있어서 이런 걸 더 찾게 되는 것 같네…. 약한 멘탈일 때 혼돈파괴어둠망각에 더 끌린다는 건 몹시 중2병스러우면서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 말이 되는 지점이 있군
여튼 '학교와 반이라는 게 자신의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음'이라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생각에서 나오는 상황들이, 그게 극단으로 치달음에도 설득력을 갖는 것 이상으로 공감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점에 참 감탄했다. 그런 주인공의 극단에 주변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도 재밌었음. 생각해보면 이 만화도 일종의 코즈믹 호러 or 세카이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주인공의 세계는 타인은 물론 자신마저 파괴하고 잡아먹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악의 교전>. 별로…. 큰 감흥이 없었음.
<친애하는 나에게 살의를 담아>. 무척 재밌다. 67화까지 봤는데 반전의 반전의 반전… 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위화감이 없는 것도 재밌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맛이 가 있으며 어느 부분에선가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도 재밌다. 그림체도 상당히 매력적.
<우리들의>. 예전에 읽었다가 다시 읽음. 동 작가의 <나루타루>도 읽었었는데 이것도 한번 더 읽을 예정.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의 아이들'의 모습이 생략되어서 좀 별로인데? 하는 지점은 있지만 그것을 개개인의 이야기로 풀어내게 될 때에는 각각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특히 개인의 심리 이야기를 하고 전투씬 없이 한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부분이 가장 좋았음.
뭐 이거 외에 그 전까지 읽던 만화들도 있긴 하다. <체인소맨>, <비스타즈>, <아인>, <불멸의 그대에게>, <인싸 공명>, <살인자ㅇ난감>, <치즈 인 더 트랩>, <It's a Hard Life> /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귀멸의 칼날> 기타 등등. 슬래시 기준으로 앞의 만화들은 정말 정말 재밌는 만화들이고 뒤는 지루하거나 별로였던 것들. <귀멸의 칼날>은 거의 후반부까지 다 읽었을 정도로 매 화마다 재밌고 그만큼의 흡인력을 비교되는 다른 소년만화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갖추고 있고, 다대 일의 싸움에서 다수가 주인공의 편이라는 점에서 정석적인 소년만화와 차별되는 지점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른 게 별로고 전투-회상-주금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전개가 좀 막힐 즈음 새로운 능력의 도입'이라는 클리셰도 답습해버리는… 결국은 소년만화일 뿐이라 그냥 더 안 보기로. 선역의 죽음이나 리타이어도 처음에야 좀 충격이고 임팩트 있었지 그것도 계속 반복되니까 걍 뻔하고 지루함.
앞으로 읽어볼 만화들은
키토 모히로 <무언가잘 못되어 있나요> <능력 주인공 보정>
토미자와 히토시 <밀크 특공대>
우에시바 리이치 <가면속의 수수께끼> <꿈의 사도> <수수께끼 그녀 X>
신카이 마코토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날씨의 아이> (애니)
엔도 히로키 <EDEN>
미즈카미 사토시 <반지의 기사>(다시 읽기) 외 그의 작품들
산베 케이 <귀등의 섬> <꿈에서 본 그 아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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