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언니는 다른 사람들과 달라요

말도 더듬고 생각하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과 달라요.. 그래서인지 왕따를 당한적도 있었어요.
사설이 길어지기 전에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오늘 언니랑 시내 근처로 같이 놀러갔었어요. 맛집을 찾고 있었는데 보이지를 않더라구요..
그 사이 언니가 길거리에 있는 음식점의 아저씨에게 그 맛집이 어디 있냐고 물어봤어요.
(노점상 비슷한 구조에요.. 직접 앞에서 음식을 만들고 바로 파는)
 
위에서도 썼다시피 언니는 말을 더듬으면서 물어봤죠
예를들면.. 'ㅉ..짜 짜장면집이 어어딨어요?' 이런식으로..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ㅉ..짜 짜장면집이요? ㅈ저저저기 가시면 ㅇ이있어요' 라면서 언니가 말 더듬는걸 따라하는 거에요.
 
 

처음에는 충격을 먹어서.. 아무 말도 안 나오고 어이없어서 헛웃음만 나왔어요..
그 아저씨에게 뭐라고 대꾸할 생각도 못 하고 우리는 그냥 그 아저씨가 가르쳐 준 곳으로 갔죠.
근데 그 맛집이 없더라구요? 검색해보니까 정 반대방향 이었더군요..
 
 

어이없는 상태로 언니와 저는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저녁 먹으면서 곱씹을수록 화가 나는 거에요..
남에게 있는 장애로 그렇게 장난을 칠 수가 있는지.. 그것도 초면인데..
밥을 먹으면서 언니에게 물어봤어요. 그때 기분이 어땠냐고 그랬더니
언니가 기분나빴다고 하더라고요.. 자존심 상했다고. 근데 언니는 당사자인데도 감정을 그 자리에서 표현하지도 못하고..
 
 
밥을 먹고 다시 그곳에 갔어요.. 아저씨가 누구랑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오는걸 보자 전화를 끊고 손님 뭐드릴까요? 라고 하셨어요.
저는 아저씨가 언니에게 했던 행동 그대로를 따라했어요. 'ㅉ..짜 짜장면집이요? ㅈ저저저기 가시면 ㅇ이있어요' 라고 했죠..
 
그 다음에 아저씨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남이 말 더듬는거 그 사람 앞에서 따라하는거 아니에요. 언니랑 저 엄청 기분나빴었거든요? 사과부탁드려요.' 라고 했어요.
아저씨 표정이 굳어지더니 '나도 어이가 없네요.. 지금 통화하고 있었는데 손님때문에 끊었잖아요. 어떻게 할 거에요?
그리고 한 두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이제와서 불쑥 말하면 저도 기분이 나쁘죠.' 라고 하는거에요.
 

그 기분나쁜게 저랑 언니가 받았던 것보다 더 클까요...? 일단 저는 아저씨에게 전화를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했죠.
아저씨는 물류업체 사장님께 전화하고 있었다고 덧붙이면서
'손님때문에 끊은 전화니까 손님이 물류업체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전하세요.' 라고 하면서 폰에 손을 대시는 거에요.
저는 '알았어요. 아저씨가 저희 언니 말을 더듬은 상황까지 대고, 그것때문에 전화가 끊긴거라고. 죄송하다고 전해드릴게요.'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본인이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하는 거에요.. 언제는 나보고 사과하라더니만..
 

아저씨는 자기가 장난으로 그런건데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냐고 하셨죠. 저는 '장난도 사람을 봐 가면서 쳐야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했어요.
좀 더 말싸움하다 '그 때 내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은 거였다' 이런식으로 말을 바꿔서 변명을 하시는 거에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정황을 봤을 때 아저씨는 확실히 언니가 말 더듬는걸 따라한 것이 맞고
또 싸우는 중간에 손님들이 올 때는 '몇 개 드시는데요?' '잔돈 거기서 가져가심 돼요'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더니..
이제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아저씨 원래 말 더듬으세요?'라고 했어요.
 

이 때 아저씨의 빡침+벙찐 표정.. 사실 무서웠지만
언니가 사과를 꼭 받았으면 했어요. 제가 화가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언니가 제일 상처를 받았고, 언니 스스로는 그걸 표현을 못 하니까요.
언니에게 다른 사람이 당신을 무시하고 그것이 당신에게 상처를 줬다면 싫다는 표현을 하라는 걸 알려주고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가족이 이렇게 면전에서 무시를 당했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저는 아저씨에게 재차 언니에게 사과하라고 부탁드렸고 언니도 용기를 내서 '자기가 상처받았으니 사과하라'고 말했어요.(그때도 말을 더듬었던..)
그 아저씨는 자기 영업 방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마지못해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했어요.
저도 아저씨 사업을 방해하기 싫어서 사과하자마자 자리를 떠났고요.. 아저씨는 '장사하는건데 이렇게 하지 맙시다' 라고 하더라고요..
..장사 하려면 손님에게 기본적인 매너부터 지켜야 하는거 아닌가요?
 
 
오는길에 너무 화나고 속상해서 엉엉 울었어요..
언니는 옆에서 연신 미안하다고.. 자기가 태어난게 죄라고..(은근히 맘이 여려서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울고..
 
 
 
뭐.. 이런 일이 있었네요.. 기억하기 싫어도 자꾸 생각날 것 같은 하루였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그렇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니 속상해 하실까봐 말도 못 드리고..
이렇게 오유에 하소연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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