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어디냐고 물어보면 항상 마포대교

어제 밤 7시를 좀 넘은 시각에 지하철을 타고 마포대교로 갔다. 이전에 4번 출구에서 나가서 걸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1번 출구 쪽으로 걸어볼까 했는데 그냥 4번 출구로 나갔다.

사진은 안 찍었고 그냥 하염없이 천천히 걷다가 나와서 여의나루역 열차 타고 집으로 왔다. 한참을 걷다가 때로는 앉아서, 때로는 걸으면서 펑펑 울기도 하고 주륵주륵 눈물만 흘리기도 하고, 가만히 서서 강물이나 유람선, 비행기와 건물 불빛 같은 걸 바라보며 생각하기도 하고 슬픈 마음들을 그 곳에 내버려두고 올 수 있길 바라면서 돌아왔다. 사람이 지나가면 툭 하고 눈물이 터지고, 비상전화기 있는 거 보고 울고, 가만히 걷다가 울고. 보잘것 없고 스쳐지나가는 것들에 기대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비참했다.

아쉬운 건 생명의 다리 운영을 멈췄는지 빛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고 문구들도 다 떼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아예 뜯어 낸 흔적도 있었고.


예전에 보라매공원 갔다가 비추는 가로등 불빛 덕분에 일렁이는 물결을 보면서 흐느끼는 것 같다고 느낀 적 있었는데, 안 좋은 마음이 투영되어서 그런지 한강이 더 서글프게 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서 하나 더 느낀 게 있었다. 부분적으로 보면 물은 되게 일렁이고 혼란스럽게 움직이고 있는데, 조금 더 떨어져서 보면 어디로 흐르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내가, 그러니까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도 결국 삶을 이루는 일부고, 다 지나갈 것들이고,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걸 지난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어도 다시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은 없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아졌다. 전체적으로는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지겠지. 이런 뻔한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나 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나의 삶이 나의 죽음보다 가취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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