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초딩때 왕따를 심하게 당한 적이 있었는데요

초딩때 제 모습은 좀 퉁퉁한 편에 안경쓰고
옷은 오빠옷 물려 입었는데 일주일 내내 똑같은 거 입고다녔어요

성격은 내성적이고 눈치 없는데다 친구도 없으니까
혼자 저만의 공상세계에 빠져살았어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하거나 교과서 읽으라고 시키면 멍때리고 있었으니까
어딘지몰라서 엉뚱한 대답하고 엉뚱한데 읽고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운동규칙 설명해줄 때도 멍때리고 있다가 운동경기 시작하면 어쩔지 몰라서 쩔쩔매고
 
맨날 이렇게 멍때리니까 공부도 잘할 리 없고 ㅋㅋㅋ

한마디로 외모나 성격이나 남들이 싫어하고 ,무시당하기 쉬운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었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냐면

1 자리를 바꾸는데, 아침에 먼저온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거였어요

근데 제가 그날 늦게가서 빈자리가 딱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급한대로 그 빈자리에 가방 올려놓고 아침조회하러 운동장 나갔어요

근데 조회 끝나고 교실 와보니까 제 가방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있고
그래서 다시 가방 주워서 제자리에 올려놓으니깐 내 짝꿍 남자애가
'야 꺼져!너 여기앉지말라고 씨발년아!!' 라고 욕하면서 제 책상이랑 의자를 발로 참


2 쉬는시간에 복도 지나가다 같은반 남자애랑 눈이 마주쳤어요

오래본것도 아니고 말그대로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뭘야리냐면서 실내화 주머니로 머리때림
얼마나 쎄게 때렸던지 쓰고있던 안경이 날아가서 바닥에 떨어짐
 
3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업시간이나 체육시간에 멍때리고 있어서 엉뚱한 대답하고
경기 규칙 혼자 못듣고 쩔쩔맸다고 했잖아요
 
엉뚱한 대답 할때마다 바로 뒷자리 앉은 여자애가
"아 존나 병신같아 ㅋㅋ" 라고 대놓고 말함..ㅋ
 

4 같은반에 그나마 저랑 다니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저만큼 심하진 않았지만 걔도 왕따였음

겨울에 졸업여행 끝나고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걔랑 저랑 같이 앉았거든요

선생님이랑 반애들 다 자고있고 저랑 걔만 깨어있었는데
걔가 저한테 말함
'나 실은 너 싫어하는데 불쌍해서 같이 놀아주는거야. 애들도 너 싫어해 그러니까 나한테 친한척하지마 재수없어'

그후로 얘는 남들앞에선 친한척하고 우리끼리 있을때만 저런식으로 절 괴롭혔는데

제가 예전에,졸업여행 버스에서 걔가 본심 드러내기 한참전에
얠 친구라고 믿고 서로 이메일주소 비밀번호도 교환한적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메일 만들고 반 애들끼리 이메일 주고받는게 유행이었음)
근데 이게 화근이었죠
졸업여행 끝나고 바로다음날 얘가 제 메일주소로
우리반 애들한테 욕메일 잔뜩보냄

애들이 와서 따지고 욕하고 제가 아무리 해명해도 안믿음
오히려 "진짜? 니네 엄마걸고 진짜 아니야?" 라면서...
그 애들중에 그나마 저한테 좀 잘해줬던 애가 있었는데 걔가 왜그랬냐고 진짜 실망이라고 그러더라구요 ㅋㅋ
 
 
5 쉬는시간에 제가 지나가는데 같은반 남자애들이 칠판에다가 이상한 그림 그려놓고 옆에 제이름 적고
"쟤 엉덩이랑 배좀봐 존나 튀어나왔어 ㅋㅋㅋㅋㅋㅋ" 이런식으로 낄낄거리고 있고
 
심지어 부모님 욕까지 하더라구요
저도 진짜 폭발해서 울면서 걔네들한테 칠판지우개 집어던지고 뭐라고 욕하고 소리질렀더니
그 중 한놈이 쌍욕하면서 제 배를 발로 쎄게 차버림

6 제가 보통 가방을 의자에 걸어놓는데
뒷자리 애들이 내 가방속에 침이나 껌뱉고 쓰레기버리는건 기본

그냥 이런식으로 절 벌레보듯이 했어요
 
 
초딩때 이런식으로 왕따당한게 트라우마가 남았는지, 중고딩때도 심하진 않았지만 자의적 왕따였어요
누가 저한테 인사하거나 말걸어도 놀리려고 그러는 거 같았고, 누가 저한테 인사해도 일부러 안받고 그냥 가기 일쑤였고
 
말도 거의 안하고 사니까 안그래도 여자치고 중저음이던 목소리가 더 낮아지고, 발음도 진짜 어눌해지더라구요
어눌한 발음 들키기 싫어서 더더욱 말도 안하고 다니고
 
한마디로 중고딩땐 그냥 어둠의 다크 그 자체였어요ㅋㅋㅋ
 
 
 
 
 
 
그러다가 성인 되고나서 무슨 계기로 '계속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변해야겠다'라고 마음먹고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초딩때의 찌질한 안경돼지 모습을 버리기 위해서 다이어트도 하고,
어설프지만 꾸며도 보고 화장 연습도 하고
 
 
멍청하고 바보같은 모습을 버리고 박학다식해지고 싶어서 장르 안가리고 닥치는대로 책도 읽고
 
 
사람 대할때 말없이 가만있는 모습 바꾸려고 얘깃거리나 화젯거리도 메모해가면서 준비도 하고 ㅋㅋ
 
 
어두운 모습 버리려고 거울보면서 웃는 연습도 하고,
어눌한 발음 고치려고 집에서 볼펜물고 소리내서 책도읽어보고
 
 
아 성인되고 나서 처음으로 알바 할 때 생각나네요 ㅋㅋ알바 첫출근 전날 집에서 거울보면서 계속 웃는연습
밝게 인사하는 연습했었어요 ㅋㅋ노력한 덕분인지 할머니,할아버지,아줌마 손님들이 저보고 너무 싹싹하다고 좋아하셨어요
 
 
 
 
 
전 지금 25살이구
아직 여러가지로 부족하지만, 초중고딩 때에 비하면 환골탈태한 편이에요
 
겉보기엔 많이 변한거 같고, 길가다 초딩때 저 괴롭혔던 애들 마주쳐도 아무렇지도 않을거 같고
위에 썼던 에피소드 회상해도 10년도 더 된 과거고, 초딩때 일이니까 별 생각 없이 무덤덤해요
 



근데 무서운게 뭔지 아세요?

저런식으로 왕따를 겪고나니까 
왕따를 겪음으로써 형성된 인격,성격이 십년도 훨씬 넘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
무의식중에 그대로 박혀있는거예요

그 인격,성격이 뭐냐면
사람을 대할 때 
교수님이든 과동기들이든 기타 처음보는 사람이든

'상대방이 날 싫어할지도 몰라 or 싫어하면 어쩌지'
이런 마음가짐이 무의식중에 기본베이스로 깔려버리게 됨

그래서 사람 대할때 저도 모르게 상대방 눈치보고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게 굉장히 조심스럽고 두려움

한마디로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없어져요

그리고 또래 사람중에 잘생기고 예쁘거나,잘꾸미거나,활달하고 기쎈사람 앞에만 서면
저도 모르게 비교되고 주눅들어요

지금은 좋은 친구도 있고 연애도 몇번 해봤고
다이어트도해서 말랐단소리 듣고 외모도 꾸미고 다니거든요

근데도 유독 대인관계에 대해서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요
 
겉으로는 티 안내려고 노력하는데도 인간관계에 대해선 아직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구요 ㅋ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는걸, 최근들어 심리상담 치료 받으면서 알았어요..

기억같은건 금방 잊혀져도
그 기억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는 진짜 오래가는 거 같아요
 
 
예전에 베오베에서 왕따와 구겨진 종이의 공통점을 보고 문득 생각나서 써봤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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