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난 장애인이야 엄마.

뇌병변 4급.
 
엄마 딸 장애인이야.
 
조금만 긴장해도.. 어느 한 곳에 집중해도..
 
표정이 일그러지고  손발이 남들보다 조금 더 휘어지는..
 
비 장애인들과 조금 다른 장애인이야.
 
왜 그랬어 엄마..
 
왜 날 비장애인으로 키웠어.....
 
왜 내가 장애인이란 사실을 단 한번도 말해주지 않았어?
 
엄마는 다 알고 있으면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내가 같은 반 급우들한테 둘러쌓여 매일 구타당한다는 걸 알았을 때
 
왜 나한테 그렇게 맞고도 가만히 있었냐고.. 니가 바보냐고 화낸거야?
 
나도 몰랐어..
 
내가 왜 남들한테 손가락질 받아야 했는지..
 
친구들이 왜 날 피했는지..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진 전혀 몰랐어..
 
고등학생 때 집에서 내 앞으로 날아 온 우편을 한장 발견했지.
 
뇌성마비 복지협회..
 
난 선천성인데 그걸 17년간 숨겼던 엄마도 참 대단해.
 
 
 
 
 
왜 그랬어?
 
왜 사촌동생들이 나한테 "언니(누나)는 왜 저래?" 라고 물어볼 때 마다
 
그 애의 입을 막으며 화제를 돌렸어?
 
왜 나한테 "언니는 장애가 있어서 보기에 조금 달라보일 수 있는데 생각하는 거나 다른 능력은 다르지 않아 " 라고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어?
 
엄마.
 
난 뇌병변 장애인이야. 그걸 17살 떄 알았어..
 
그걸 이해하고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데 4년이 걸렸어.
 
장애인은 나쁜 게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당당해 지는 데 또 5년이 걸렸어.
 
 
 
 
 
 
선천성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후천적 장애가 된 거야 난... 충격이 너무 컸어.
 
엄마 대체 왜 그랬어.....
 
 
 
 
 
 
엄마.
 
나도 이제 두 아이의 엄마야.
 
아직도 엄마를 이해할 수 없고 너무 밉지만.....
 
나도 이제 어느정도 당당해 졌으니...
 
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하거나 동정하는 사람들에게  
 
"늬들은 어디서 학교를 나오고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그따구로 자랐니? "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맞받아칠 정도로 당당해졌으니까...
 
이제 엄마도 이해해보려고 해..
 
 
 
 
힘들었지? 엄마?
 
내 자식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거....
 
내가 장애인인 것 보다 더 힘든 일이란 거.. 이제야 깨달아.
 
수고했어 엄마..
 
그리고 낳아줘서 고마워
 
세상에 태어나 엄마도 만나고.. 아빠도 만나고.. 사랑하는 친구들도..
 
보기만 해도 아까운 우리 신랑.. 우리 아가들.. 만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요.
 
 
 
 
엄마 미워하는 거.. 그만둘래 이제....
 
 
 
 
 
 
 
 
 
 
분명 이 글을 보며 우리 마누라 얘긴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릴 신랑아.
 
난 장애인이고, 장애는 나쁜 게 아니야.
 
그러니 누가 "와이프분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
 
라고 물으면.... 아니예요. 제 눈엔 그렇게 안 보여요. 라고 대답하지 말고
 
네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대화하거나 생각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습니다
 
라고 말해줘~ 빵꾸똥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