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미리 좀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씀드려요.
저는 올해 본과 1학년 되는 학생이구 해부학 실습 3주차 됐습니다.
좀 전 새벽 2시가 되어서야 해부학 실습이 끝났네요. (매주 금요일 마다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해부학 실습을 할 수 있고 카데바(시신)에 손을 델수 있는것은 의대생이나 몇몇 사람에
한정돼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해서, 해부학 실습에서 제가 느낀것들을 말해드릴게요.
해부학 첫날, 저희들은 10명당 한조씩 한구의 카데바를 배정 받았습니다.
교수님게 카데바를 기증해 주신 분의 나이와 성함을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은 카데바를 지칭할때 꼭 성함으로 "OOO님"과 같이 말하라고 하시더군요.
(오유에서 성함을 밝히면 안되니, 카데바라고 지칭 할게요..)
그리고 실습 시작과 끝엔 반드시 묵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습을 위한 도구 사용법을 들었는데요, 그 종류는 아래와 같습니다.
[도구종류]
메스 홀더 : 칼날을 끼우는 손잡이 같은거에요
칼날: 일회용으로, 계속 사용하다보면 뭉퉁해져서 중간중간 갈아줘야 해요.
수술 가위 (이과 있는것과 없는것, 양쪽 모두 뭉퉁한 것, 한쪽만 뭉퉁한것)
고무장갑: 라텍스 제질의 일회용 장갑입니다.
그리고 카데바를 보관소에서 꺼내 오는데요,
처음 카데바를 봤을때는 털이 쭈삣 서는거 같았어요.
솔직히 해부학 책에서 많이 보긴 했지만, 실제 사람의 시신이란게 이렇게 생생할 줄은 몰랐거든요.
저희가 받은 카데바는 할아버지 였습니다.
손과 발 바닥은 삼투압때문인지, 곰팡이때문인지 그 바위에 붙은 조개들 처럼 뭔가 다닥다닥 오돌오돌해져 있더라구요.
수염도 많이 자라 있었고, 머리도 자라있습니다. 다리나 음경 주위에도 털이 많았구요.
처음 저희가 처음 한 일은 이 털들을 자르고 미는 것이였습니다.
다들 처음에는 솔직히 주춤주춤 했습니다. 다들 저랑 비슷한 느낌이였을 거에요.
그래도 처음에는 저를 포함한 남자들이 먼저 나서서 가위를 들고 털들을 잘랐습니다.
(사람은 진짜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라, 나중에 가서는 여자고 남자고 할거 없이,
실습복이나 신발에 피부나 지방조직이 떨어지고 묻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근막을 자르고 있더라구요.)
피부는 살아있는 사람과 다르게 좀 딱딱합니다. 아마 사후 경직과 포르말린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 카데바 분은 2002년 돌아가신 분이였어요)
첫날 저희가 한것은 등쪽을 절개하고 거기있는 근육과 신경들을 보는 거였습니다.
절개를 하는 방법은 저희가 표면해부학에서 배운 "랜드마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머리 뒷통수에 있는 뼈중에 볼록 틔어나온거 느껴지세요? 그게 "occipital protuberance"라고 하는 곳인데
이런 겉에서 만져서 확인할 수 있는 인체의 구조물 들을 "랜드마크" 라고 합니다.
등을 해부하기 위해선 occipital protuberance, 7번째 cirvical vertebra, acromion 등의 랜드마크를 표지로 삼아,
메스를 이용해 절개를 시작합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피부의 dermis만 벗겨내야하죠. dermis 아래애 지방조직으로된 hypodermis가 있는데
이 두층 사이을 벗겨내는게 중요하죠. 저희조는 지방조직까지 같이 절개해서 표피 신경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ㅠ
그리고 지방을 파내고, 근막들을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등쪽 근육들을 확인할때 쯤 되면 새벽 1시가 넘더라구요.
실습을 하면서 나오는 지방조직이나 피부 조직같은것들은 따로 모아서 처리합니다.
실습 대 중앙에 구멍이 있는데 그 아래가 호수로 연결되 한 통안으로 카데바에서 나온 액체들을 따로 모읍니다.
(실습하면서 포르말린과 섞인 피같은 것이 조금씩 나옵니다.)
포르말린 냄새는 어떻냐면요, 어떤사람은 토할것같은 사과향(?) 이라고도하고... 그냥 아주 역한 냄새에요.
가까이서 한 3~5분 정도 근막같은걸 벗긴다고 얼굴 대고 있으면, 막 눈이 아프고 눈물나고, 코도 아파요.
특히나 지방조직을 팔때 지방에서 나는 냄새는 진짜 안좋았어요.
(카데바 마다 그정도는 달랐어요. 저희 카데바는 별로 안나는 편이었어요.)
그리고 카데바 마다 기형이 조금씩 있어요. 모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게 있죠.
이건 오늘 직접 보게 되었는데요. 원래 윗팔 humerus에 "cephalic vein" 이라는 중요한 정맥이 있어요.
이게 원래 deltoid muscel과 pectroralis major 사이의 deltopectoral groove에서 나오는 건데요
저희 카데바 분이 선천적으로 기형이시라 cephalic vein이 deltoid muscle을 뚫고 나온거에요.
그래서 이분은 살아계실때 팔쪽에 cehpalic vein에 압박이 가해 혈핵 순환에 조금 문제가 있으셨을거에요.
대신 이분은 다른 정맥들이 이 정맥 역할을 대신하느라 조금 굵으시더라구요.
암튼 그래서 저희는 이게 cephalic vein이 맞다 아니다 열심히 싸우다가 결국 교수님이 알려주셨죠 ㅋㅋ
다른 경우로는 정맥 주사를 장기간 오래 맞으신 분은 이 cephalic vein이 무지 굵어져 계시더라구요.
처음엔 vein이 아닌줄 알았습니다.. ㄷㄷ
암튼 이런씩으로 해부학은 진행되고, 의대마다 다르겠지만 저희학교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보통 새벽 2~3시
많게는 새벽 4시 까지 해부합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죽겠어요. 아마 저희학교가 해부실습시간 탑10 안에 들거에요.
그리고 저희가 2002년 카데바를 사용했다는 것은 저희학교에 2003~2012 사이의 카데바들이 더 보관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만큼 많다는 거죠. 될수 있는한 오래된것 부터 쓰니까요...
그리고 사실 해부나 실제 수술도 마찬가지겠지만, 눈앞에 놓여진 분을 "사람"으로 본다면 하기 힘들거에요. 아마 못하겠죠. 피부를 벗기는데 '아 저게 내 피부라면 무지 아프겠지' 등의 감정이입이라도 해보세요, 떨려서 못자르죠. 그래서 해부할때나 수술 할때 만큼은, "사람"이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생각해야 할겉 같아요..
여담이지만 저희 동기들 해부학 중간에 식사시간 1시간 정도 주는데 이때 다들 밥 맛있게 잘먹고 돌아와서 바로 또 해부 시작해요...
치킨같은거 뼈발리면서 뼈얘기 하기도 하고, 장조림 같은거 보면서 근육조직 같은거 얘기도...
카데바는 전국 41개 대학 어디에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있어요. 인터넷의 얘기들은 다 근거없는 루머들이구요.
저희학교에서 사실 저희들은 카데바 조금만 쓰고싶어서 (많은수록 힘들어요) 13명당 한구로 하자고 교수님께 말씀드렸는데, 교수님이 안된다고 10명당 한구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5명 5명 번갈아가며 해부하는데 그걸 하루종일 한다고 해보세요.. 힘들어요.. ㅠ) 그리고 카데바는 모두 그분들이 기증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연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요. 그래서 꼭 묵념과 함께 감사의 표시를 하죠.
occipital protuberunce - 뒷머리뼈에서 튀어나온 부분
cervical vertebrae - 경추, 목척추뼈
acromion - scapula(날개뼈)에서도 등에 만져보면 튀어나온 부분이 있죠.. 거기에 붙인 이름입니다. 궁금하시면 위키 찾으시면 나옴 ㅋ
피부의 Dermis - 피부의 층에 하나, 진피라고 합니다. 그 위엔 표피가 있죠. 밑엔 피하층이 있구요.
humerus - 윗팔뼈... 아래팔은 ulna, radius라는 뼈로 이루어져있는데, 윗팔은 긴뼈 하나로 되있어요. 만화에 흔히 나오는 뼈처럼 생겼어요.
Deltoid muscle - 삼각근. 어깨근육이에요, 흔히 말하는 근육자랑할 때 알통(이두박근 삼두박근) 위 쪽에 있어요.
Pectoralis major - 가슴근육인데 큰 가슴 근육이에요.
Deltopectoralis groove - 어깨근육하고 큰 가슴근육 사이에 틈이 있어요. 그 틈사이로 정맥이 지나간데요.
cephalic vein - 팔에 있는 정맥 중에 하나네요. 이분 말씀대로 정맥은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많아요. 기형이라고 하긴 그렇고 정상인데, 다르게 생겼다 정도 입니다. 동맥도 변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이 비슷하지만 정맥이 더 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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