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다가 이걸 아주 잘 설명해놓은 에세이를 보아서 그걸 먼저 첨부할게요.
이 병을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시중에 있는 단어로는 확실히 설명이 불가한 이놈의 병은
누가 봐도 괜찮은 여자들에게서 흔히 발병한다.
누가 봐도 성실하고 열심히 살고, 궂은 일 고운 일 가리지 않고 제 밥벌이 착실히 하고,
똑똑하고 명민한데다 외모도 아주 떨어진다 소리는 절대 듣지 않을 그런대로 괜찮은 여자들.
이런 여자들이 툭하면 이 병에 걸린다.
누가 봐도 저보다 못난 남자가 아니면 성에 차질 않아서 연애를 못하는 병.
어쩌다 얻어 걸린 괜찮은 남자를 보면 이 남자가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 싶어 한없이 쪼그라들다가 끝내 놓치고
나중에 정신 차리고 보니 나보다 한참 못한 여자가 그 남자 붙잡아서 연애 잘 하고 있는 거 보면 또 내 팔자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는 병.
이 남자 아니면 남자가 없을 것 같다. 도무지 없을 것 같다.
그런데다 내 마음대로 굴 수 있는 남자, 마음대로 투정 부릴 수 있는 남자, 성질날 땐 성질내도 받아줄 수 있는 남자.
그게 이 남자 말고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누가 봐도 잘나고 괜찮은 남자에겐 이런 성질, 이런 투정 받아내게 할 자신이 차마 없는 것이다.
그런 남자에게 암담하고 음울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자신은 도무지 안생긴다.
하지만 이 병의 치유법은 예뻐지거나 날씬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예쁜 여자, 두뇌와 얼굴은 김태희에 신체 비율은 김연아인 여자가 있어도 평생 사랑받는 데 익숙한 여자,
양지만 걸어온 여자한테는 못 이긴다. 사랑받고 산 여자들은 자기가 사랑받지 못하는 순간
그것을 대단히 빠르게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신속히 그 상황을 타개한다.
그 순간을 대단히 기이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지만
우리 B급 연애 환자들은 참으로 그따위 상황을 잘 견딘다.
우리는 구박에 익숙해서,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한 건지 아닌지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사랑도 받아본 여자가 계속 받는다.
자꾸 못 받는 데 익숙해지다보면 주는 사랑도, 떠먹여줘도 못 먹게 된다. 이게 이 병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사람들과 만나고 할 때마다 느껴요. 사랑도 정말 받아본 사람이 잘 주는구나......
분명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와서 예쁘단 소리도 들어보았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저희 친언니가 딱 윗글에 나오는 사랑받고 자란 여자에요. 양지의 여자...
열등감 때문에 더 쪼그라글기만 하고......
고백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서, 나 같은 걸 좋아할 리가 없는 것 같은 거에요.
당당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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