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봄맞이 옷, 시계 구매.



1. 검정 필드백, 검정 블루종, 회색 턴업 와이드 슬랙스, 챔피온 후디(S700) 검정, 챔피온 스윁셔츠(S600) 실버 그레이(오트밀), 파자마 셔츠 회색, 곤색 이렇게 샀다. 여름에야 챔피온이나 AAA 티셔츠 몇장 사면 끝이고 끽해야 반바지 정도일테니 여름 자금 걱정은 안 하고 그냥 샀다. 옷을 다 사니까 시계도 사고 싶은데, 가격대 낮은 것 찾으면서도 찾는 디자인이나 용도 등에서 계속 생각이 바뀌어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었다. 일주일 이상 고민한 것 같다. 근데 이제 그 고민을 끝낼 때가 된 것 같아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다.


2. 처음에는 디지털 시계를 사고 싶었다. 기능은 많으면 좋다고 생각했고 그 중에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건 방수 기능이었다. 손에 차는 시계인데, 손 씻을 때에도 물 튀는 걸 조심해야 하는 생활방수가 혐오스러워서… 시계를 차고 샤워를 해도 괜찮아야 한다는 신념 하에 최소 10기압은 기본으로. 다음으로는 우레탄 밴드여야 했다. 거죽이나 나토 밴드, 스틸은 오염이나 손상에 우레탄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레탄이라고 만능은 아니지만 막 차기에는 우레탄이 좋았다. 겨울에 손목에 닿는 스틸의 차가운 느낌이 싫기도 하고.

믿고 사는 카시오에서 찾아봤다. 링크(클릭) 여기는 카시오 시계 고오급검색을 하는 곳이다. 기능, 또는 모델별로 검색을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핸드폰으로 보는 모바일 크롬에선 검색이 되는데, pc버전 크롬으로 하니 검색을 눌러도 아무 결과가 안 뜬다. 검색에 걸리지 않는 모델도 있으니 직접 발품을 파는 것도 필수다. 아무튼 그렇게 검색을 해 보니 20기압 시계가 몇 종류 나왔는데 그 중 가장 끌렸던 것은



이 모델이었다. SGW-100이고, 사진상의 모델은 SGW-100-1V이다. 기본적인 디지털 시계의 기능은 물론이고, 20기압 방수, 트윈센서 탑재로 나침반과 온도 측정이 가능하다. 이런 기능의 시계를 5~6만원 선에서 구매 가능하다니 엥 이거 완전 개념 시계 아니냐? 디자인도 훌륭하고 실생활에서 별로 쓸 것 같지는 않은 기능이지만 언젠가 갑자기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을 때 이 시계로 방위를 측정하고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 성공적인 탈출을 하는 것 따위의 상상을 하며 어떻게든 사야 할 구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김없이 현타가 왔다. '내가 시계를 차고 샤워까지 할 정도로 둔감한 사람인가?'에 대한 자문을 시작으로 이 시계를 평생 차도 나침반 기능을 혼자 히히덕거리며 10분 갖고 놀다 말 거라는 현실적인 생각이 엄습하였고 본인은이 생각에 경악을금치못하였다. 나는 신체적으로'도' 예민한 편이라 절대 잘 때나, 씻을 때에조차 시계를 풀지 않고 쭉 찰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다보니 방수만을 중점적으로 최대한 저렴한 시계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AE-2000W

MRP567-28


이런 해괴한 모델까지도 구매를 염두에 두게 되었었다. 그러나 기능을 씹어먹는 극악 외관이 나를 몹시 시험에 들게 했고


W-800H


결국에는 연, 월, 일, 요일, 시간이 전부 다 표시되는 시계의 기능에 충실한 이런 모델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기능과 효율의 극단으로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여담이지만, 비슷한 가격에 파는 F-200, F-201,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F-84(=/F-91), AE-1000 등등과 비교했을 때 무적권 W-800H 제품을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특히 군인용으로… 12/24시간 변경 기능, 스누즈 기능을 포함한 알람, 시간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큰 화면 안에 직관적으로 담아냈고 10년 배터리에 10기압 방수까지. 다른 시계들은 뭔가 나사 하나씩 빠져 있는데 이 시계만큼은 완벽에 가깝게 필요한 기능만을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 그리고 이쯤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손목시계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핸드폰 때문에 사실상 시간을 보는 수단으로써의 손목시계는 의미가 없다는 점, 그래서 액세서리로써의 측면이 더 부각되고 따라서 기능보다 미적인 면이 더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 그러나 핸드폰을 꺼내 홈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보는 것보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시각을 보기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그래서 처음 생각과는 목적이 달라졌고 최소의 필요 기능과 형태, 미감을 중심으로 아날로그 시계까지도 생각을 해 보게 된다. 


4. 소위 수능 시계라 불리는 MQ-24, MW-240, MW-59 세 가지 모델이 있다. 이 중에서는 MW-59 모델이 가장 좋았다. 타 모델은 생활방수만 있고 크기가 너무 작거나(MQ-24) 너무 큰 데 반해(MW-240) MW-59의 경우 5기압 방수와 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고 날짜 표시창도 있어서 미감과 실용성을 둘 다 잡은 좋은 제품이다. 시침, 분침, 초침의 모양도 일관된 형태라서 아름답다. 24와 240 두 모델은 각양각색이고 그래서 탈락. MQ-24모델과 동일한 사항이지만(MW-240도 그런지는 귀찮아서 못 찾겠음) 7B와 7E 모델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는 7E 모델이 더 예뻤다.



글라스 부분이 살짝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이게 참 예쁘다. 사용된 폰트도 정갈하고 전체적으로 너무 괜찮음.


가죽이나 스틸 계열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괜찮은 모델들도 많다. 여차하면 시계줄 교체를 하면 되기 때문에 구애받지 않고 더 찾아봤다. MTP-1175E-7B, MTP-1183E-7B, MTP-1302L-7B, MTP-V003L-7B 정도가 예쁨. 이 중에서 내가 선택했던 것은 MTP-1302L-7B 모델이었다.



베젤이 살짝 부담스럽긴 한데, 5기압 방수에 일 표시, 야광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괜찮은 건 이 모델이다.


5. 타이멕스는 여기서 처음 언급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곁다리로 고민하고 있던 브랜드였다. 아이언맨 제품도 괜찮았고 아날로그에 이르게 되면서 위켄더 모델도 생각하게 됐는데… 예전에 한창 유행할 때라면 절대 안 샀겠지만 지금은 거품이 적당히 꺼진 것 같아서 생각은 해 두고 있었다. 특히 Indiglo 기능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놈의 '생활방수' 기능과 초침 소리가 시끄럽다는 평이 좀 있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Fairfield라는 제품군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망설임 없이 이 시계로 구매를 결정했다. MW-59나 MTP-1302로 마음이 기울어져 가면서도 찜찜했던 '심플하지 못함'에 대한 고민을 단번에 덜어주었고 디자인과 인디글로 기능이 3기압 방수와 저질 내구인 점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일단 주문은 했는데 판매자 쪽에서 품절된 걸 팔고 있는 것 같은 직감이 있어서 배송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 같은 제품을 여러 사이트를 통해 팔고 있는데,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구매하려고 하니 품절되었다길래 그 다음으로 싼 곳에서 주문했는데 바로 품절이 뜨더라. 아주 높은 확률로 제품은 이미 품절이고 내가 구매한 사이트는 판매자가 미처 판매글을 내리지 못한 상태인 것 같은데 일단 문의글은 남겨 놨다. 다른 제품도 팔고 있으니 여차하면 그걸로 보내달라고 하려고…. 배송 확정되면 바로 갈아끼워 줄 우레탄 밴드도 구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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