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여중생A, ~79화

줄 지어선 집들에서 찌개 냄새와 고향 프로그램 TV 소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어그러져 흘러나온다. '이게 바로 행복한 저녁때의 가정이다.' 라는 것마냥.


눈은 절대 비비지 않는다 눈물이 흐르면 아래로 떨군다 콧물은 휴지에 스미게 둔다 이러면 안 운척 성공!


미술 준비물 사야 된다고 얘기 해야 되는데... 그냥 뭐, 맞거나 벌서거나 하면 되지, 뭐.


행복한 가정을 게임으로 배우긴 싫었다. 스위치를 내리면 그것으로 끝인.


귀는 왜 제멋대로 움직거리고 난리야….


사실은 이렇게 소개하고 싶었다. 이곳은 학교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나만의 왕국이고 너는 내가 승인한 첫번째 방문자라고.


오랜만에 말 많이 했더니 목 아프다 너무 많이 말했나 으,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허얼~~~~! 내 DB! 어쩌징~


나 뭘 잘못한 걸까 그냥 나인 게 잘못인 건가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밥은 잘 먹고, 잠은 잘 잤어? 내 생각 한 적은 있어?


문학만이 잡념에서 구원을 준다... 히이이~~~ 다 아는 내용이라구!!


'어릴때부터 외로움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왜 자식은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는가 이미 빛을 본 자식으로서 항변하는 이 문장은 한낱 투정으로 남을 뿐이다. 부모는 그 이름만으로 자식의 첫 숨과 그 삶을 손에 쥐고 농락할 권리를 가진다.'


영화 끝나기 전에 세상이 끝났음 좋겠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너무 졸려서 변명할 힘도 없어... 그런 것도 다 내 잘못이다 그래...


행복한 감정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나에겐 주제넘은 일이란걸 잊으면 안돼.


부끄럽지도 않나? 우리집이 이 지경으로 삽니다! 하고 동네방네 광고하는 거.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기분이 복잡해진다. 갖가지 징조로 날 들뜨게 하는 것이 절망감에 밀어 넣기 전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장치는 아닐까 싶어서.


이 곳엔 들키고 싶지 않은 행복한 순간을 숨겨 놓아. 꿈에서 겪은일 아닐까 싶어 뒤를 돌아봐도 실제의 네가 있다. 그동안 현실은 믿고 싶지 않아서 믿지 않았어. 내가 진실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다른 곳이라고. 그런데 이곳에 네가 있다는게, 얼마나 나에게 기묘한 일인지 너는 모를거야.


사람은 왜 생각하는 동물인걸까 나같은 사람한텐 그런거 필요없는데. 술을 겨우 건네고 남의 집 화장실 빌어 쓰듯이 벌벌 거리며 볼일을 보는 나를 생각한다. 그후로도 잠들기 전까지 이어질 폭언과 행패를 상상한다.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가 가장 괴로운 대목이다. 그렇게 계속계속 생각하고 상상한다, 그만 상상하거나, 아니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뇌를 채워야 한다. 예를 들면 이태양이라든지.


나 생각보다 괜찮은 인간인걸까?


나는 또라이... 나는 음침한 애, 나는 답답한 애. 나는 그냥 죽은듯이 살고 싶을 뿐이야. 너무 아픈 말을 뱉는 너의 눈에 띄지 않길 바랄 뿐이야.


엄마... 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자유.. 자유가 제일 싫다.


야 너 머리에 비듬있어.


어색하게 걷는다는건 무엇일까? 걷는데에서 어색함이 묻어나온다는건 심각한 정도 아닐까? 이미 인간으로서 무언가 결여되었거나 정상이 아니기때문에 그런게 걸음걸이에서 나타나는게 아닐까? 내가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는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요즘 너무 나태하게 행복을 누렸던 건 아닐까? 사실 모두들 다 알고 있던 내 비정상적인 기운들을 나만 새어나간지도 모르고 멍청하게살았던 건 아닐까? 오늘 그 말은 나에겐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듯 하다. 인간으로서 실격이라는. 그동안 집행유예였는지도. 덜 된 인간인 주제에 슬픔을 느끼다니.


내가 취해도 탈이 나지 않을 관계는 어디에 있지?


조별 수행평가를 증오한다... 게다가 방과후에 따로 모여야 한다니... 이런게 친밀도에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걸까...


하루키 책은 거의 다 있어~ 보고 싶은 책 있니?

음, <노르웨이의 숲>이라던가... <상실의 시대>로는 읽었으니까.


하루만이라도 이백합으로 살고 싶다아~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남은 일생을 박탈감으로 살고 싶어서? 오히려 나는 다 잊으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떨쳐내는건 쉽다. 현실성이 없어 금방 사라지는 허상 같은 것이라, 그녀의 글처럼.


이태양을 좋아한다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태양에게 미안해서다. 내가 그 애의 급까지 끌어내릴 것 같으니까. 그게 지금까지 잘해 준 이태양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그런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냥 지금처럼만 계속 지냈으면 좋겠어. 다른 누가 그 애 옆에 있게 된다면, 어쩌면, 많이 힘들 것 같다.


정말 나한테 고맙다면, 지금처럼 내 곁에 있어줘


널 만나기 전엔 우리가 정말 많이 닮아 있을 거라고 상상했었는데, 넌 알수록 혼란스러워져


뭐, 말할 수도 있지 내가 비밀로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렇게 가라앉게 되는 건, 내가 겨우 낸 용기가 너에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 것만 같은 자격지심 때문일까? 나의 어설픔을 두 사람이 비웃진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반, 저렇게 밝은 곳에 사는 아이들이 그런 음습한 생각을 할 리 없다는 생각이 반. 누가 뭐래도 가장 음습한 건 나 자신. 이렇게 몰래 같은 열쇠고리를 사고, 커플 아이템이라며 징그럽게 설레여 하는.


빨리 끝내서 좋은 데다가, 오늘은 재밌는 과목밖에 없었어~


왜 그러지? 내가 너무 나댔나? 이젠 좀 자중해야 겠네...


입 안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콜라가 부드럽고 짜릿하게 감싸 안는다!


나 지금 완전 정상인같다!


나 그동안 방심하고 있었나?! 갑자기 다리도 너무 두꺼운 것 같아!!


음, 불이 켜져 있고 조용한 걸 보니 엄마로군.


아무도 없는 교실은 외려 따듯한 느낌이 든다.


나 방금 내가 알던 사람 하나를 잃은 기분이었어 그래서 서글픈 마음이 들었어 위로 받고 싶어... 라는 미친 상상은 지금 왜 하게 되는 건지.


나에게 과분한 관계들이야. 지금 이 관계라도 유지해야 해


나, 지금 너만의 공간에 들어온 거니?


우린 어쩌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직 덜 피곤한거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는 거 보면.


나 오늘 새, 생일... 이니까...


"니가 태어난 것부터가 실수인데, 선물은 무슨 놈의 얼어죽을 선물이냐?"


이런 것들 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잖아.


이런 짧은 손가락과 무다리로는, 주인공은 말도 안 되고, 악녀도 못 되지. 게다가 요즘엔, 악녀가 더 예쁘더라.


내가 저 장르에 낄 사람이 아니란 건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는데도, 저런 장면을 볼 때마다 누가 때리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아픈 건 익숙해지지가 않는군.


좋아! 이렇게 연습했으니까, 그래도, 울지는 않을거야!.


그게 너의 빌어먹을 예의야? 니 여자친구 데리고 제발 좀 나가. 난 지금 서 있는 것도 고작이니까.


손 대지 마! 소름 끼쳐!


네가 쓰는 소설들 속 사람들, 다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고. 너부터가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으니까 그런거잖아!


내 성이... 내 왕국이...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헤집어 놓을 것까지는 없잖아!


이태양에게 느끼는 슬픈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다. 남자애에게 차였다거나 짝사랑이 깨졌다고 해서 슬픈 것보다 둘이(라고 생각해서) 나누엇던 감정들이 결국엔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 애가 그 애를 좋아할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혼자 망상에 빠져 헤벌레 했다는 것, 결국 그 사실만이 남았을 뿐이다.


자신의 취향을 구축해 온 사람은 아무에게나 그것을 전파하지 않는다. 내가 이태양에게 화가 나는 것도 우린 뭔가 통할 거라고 생각해서 건넨 것들 중 실상 아무것도 축적된 것은 없었고, 심지어 친구로서의 우애를 쌓아왔는지도 불분명해졌다는 점이다.


그래도 내가 유일하게 잘한 단 한 가지 일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만큼은 아끼고 아끼다가 결국엔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딱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역시 난 아무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존재.


책 내용은 이미 봐서 알지만, 내 책꽂이에 꽂는 거랑은 또 다른 거니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둘이니만큼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겠지.


사람이 오래도록 단 걸 먹지 못하다가 갑자기 접하면, 볼 옆쪽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책임지지 않을 거였다면, 그렇게 따듯하지나 말 것이지.


아이고, 나도 모르게 또 원망을 해버렸네. 미안하게시리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에 겨운 생활을 했었지, 이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건 불행 뿐이다. 지금은 베타 테스트라느니 정식이 아니라느니 거울 앞에서 했던 어이없는 다짐들이 떠오른다. 이태양은 이백합과 사귀게 되었고, 아빠에게 맞을땐 아픔을 느낀다, 이게 바로 현실이니까. 왜 지금까지 근거도 없는 이상을 꿈꾸며 아등바등 살아내려고 했는지, 내 자신이 우습게 느껴진다. 나는 더 이상 버텨내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이제 지쳤어.


둘 다 좀 꺼졌으면... 눈 앞에 있어도 날아가지도 않네


상처 받아, 네가 상처 받았으면 좋겠어


너는 왜 내 글에 반응하지 않아? 너는 왜 다른 애들처럼 날 좋아하지 않아? 왜 우리는 친구가 되지 못한거야?


끝까지 넌 네가 잘못한 것보다 네가 아픈 부분만 쓰라려 하는구나


너는 살면서 한번도 고려해 본 적 없겠지만.


이곳만이 내가 유일하게 이해 되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나는 개학식 전날까지만 살아 있기로 했다. 솔직히 스스로 끝낼 자신은 없었는데, 대신 해준다면 나야 고맙지. 사람이 마지막에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목숨과 같은 이 책들로 마지막 짐 싸기를 하는 것이다. 


뭐가 되었든, 이젠 상관없어 일이 아주 착실히 진행되는군,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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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쌈

??? 비쌈

??? 비쌈

??? 비쌈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배고프지도 않고...


저렇게 먹는 거구나... 재밌다! 뭔가 문명인이 된 것 같고 좋네


결국 이세계 사람들에게도 기만 당하고 있었던 건가 게다가 길마형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어. 내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드나 보군.


아 놀아, 놀자구! 놀아제껴 아주!


저기,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파스타집이 스파게티집이고, 테라스는 바깥에서 먹는걸 말하는 거야?


어느 날을 기점으로는, 모든 일에 감각이 둔해지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말해버려도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왜 그래, 심각하게.

그냥, 왠지 모르게 넌 불안해 보여


미지근했던 아이스 초코는 잘못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고, 차가운 우유와 따듯한 초코 부분을 섞어야 했던 것을 내가 몰랐을 뿐이다. 그런 데서 그런 것을 생전 처음 먹어보는 내가 알 리가 없지. 나중엔 맹맹하지만 차가운 우유 맛만 실컷 맛보았다. 희나랑 있으면 그런 것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스타니, 테라스니 하는 그런 것들을.


좋아 저 사자 머리랑 색안경 게다가 민소매 티셔츠... 정말 두근거렸던 마음이 싹 가시는군.


난 그렇게 생각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엔 세 가지 중에서 두 가지만 충족되면 된다구. 그 세 가지는 돈, 친구, 건강이야. 이 중에서 두 가지만 채워지면 되는 거지, 어떻게 생각해?

글쎄, 모르겠어.

(그렇게 가져본 적이 없는걸.)


학교에서 소풍 올 때에는 맨날 자리 앉는 것 때문에 긴장하잖아 내 옆에 앉게 되는 애한테도 미안하고, 혼자 앉으면 또 눈치 보이고.


자유란 좋은 거구나...! 자유 최고!!!


미안... 재미 없지?


으음... 실례되는 질문이면 어쩌나 해서...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네가 말하고 싶을 때 이야기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게, 언젠간 말할 수 있게 되면 좋겠네!


저기, 미안한데 내 뒤에 서줄래? 모르는 사람이 뒤에 서는거 싫어해서.


아아... 이제 알겠어 아이들이 왜 그렇게 소풍을 기다리는지. 소풍이란 건,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니까!


오늘 논 건 내가 다 낼게.

왜...,

(내 구질한 기억을 덮는 데에 널 이용한 거니까, 그 죗값을 치르게 해줘.)


아, 그렇지...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순정 만화같은 게 아니야 이게 맞는 거지, 이게 내가 사는 거야. 친구, 돈,건강? XX, 무슨 속 편한 소리를 하고 있어. 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내가 죽기 전까지 행복해질 수 없다. 그래, 이 정도면 많이 누렸어.


이런 상류 세계도 이젠 끝인가.


혼자만의 상념으로 영화는 배경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 때, 영화에서는 내가 모르는새 진행된 폭력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보통, 악마로 변한 사람의 광기와 고함을 견뎌내야 했던 것과는 달리 화면에서는 맞는 여자 아이의 얼굴과 비명, 흐트러진 옷 매무새, 상처들을 세밀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색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만 만나자. 그동안 나랑 놀아줘서 고마웠어, 그럼.


뭐부터 얘기해야 하지? 일단 사과는 해야 하는데... 그리고 놀아준 건 맞잖아 나는 그게 정말 고마워서...그렇지만 이젠 정말 그만 만나야 하고... 그런데 이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이야, 어떻게 말을...


집으로 오는 길 내내 그 마지막 말이 맴돌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구나


내가... 내가 또 망쳐버렸어 어쩌면 그 애는 나를 제대로 보아줄 유일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든 무기력은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내 스스로가 망쳐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관계를 유지한다 해도 무슨 소용이지? 때때로 닥쳐오는 그 행사 때마다 모든 희망이 다 사라져 버리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긋지긋한 순환... 나는 더이상 그 어떤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렇게 한발짝 떨어져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들이,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는 옴짝달싹 못하게 나를 옥죄어 든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야... 이걸 깨달았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다


뭐가 "이게 소설이야?"냐?! 그런 "소설"을 쓰지도 못하면서! 아직도 내가 자만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는 게 놀랍다...


요 며칠간은 계속 특별한 감정으로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이 느낌은... 그래. 새벽녘의 품에서 비디오와 책을 보던 그날들 그 포근했던 느낌 이태양이든 현재희든, 아니면 학교의 그 누구라도, 인간 관계에서 오는 어떤 심란함도 배제한 채 완전한 나로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역시, 문학만이 구원을 준다. 오늘밤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으로 사람 보는 건 참 편리하고 좋다. 돈도 안 들고.


일기를 안 쓴지 꽤 오래 되었구나. 하긴, 나쁜 일들은 쓰기도 지겨워졌고 좋은 일들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으니까.


블로그는 독특한 일기장이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쓰지만 이 글을 읽을 누군가를 어쩔 수 없이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토해낸 기분이 드는 건가? 내일은 또 무슨 얘길 쓰지? 나에게 내일의 계획이 있다니!


소름 돋아...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하고 저릿저릿해 칭찬 받는 게 몇년 만이지? 게임에서 들은 거 빼면 받아쓰기 100점 받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테니까!

거짓말...


거짓말쟁이들 언제나 곁에 있겠다고 했으면서...


그럼 너 언제 죽어?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은 야생의 개처럼 무서웠다. 모두가 학교에 간 이 시간대에서 무소속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혹독하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다른 조 조원들은 5명씩인데, 우리만 4명. 소수라는 죄로 나를 떠맡게 되었구나, 미안하군...


공부 잘 해서 훌륭한 사람 돼야지

내가 무슨 훌륭한 사람이 돼.

(보통이 되기도 힘든데...)


난 결혼은 안 해, 왜 하고 싶겠어?


아주 오래전부터 느껴온 불안감, 비참함, 무력감을 나는 드디어 쉬운 말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왜 틀렸지? 분명 외웠는데...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난 해도 안 되는 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싫으면 싫은거지.


이상하게 얘한텐 거절 당해도 별 생각이 안 든다


오늘같은 날이라면 난 평생 반복되어도 좋을 것 같아


"너의 그런 점도 좋아"


이런 삶이라면 살아갈 수 있어, 아니... 살고 싶어! 앞으로 살아나갈 거라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저질렀던 과오에 대해 누군가에게 사과를 해야만 한다.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生의 이면>?

그 책에서 공감하는 부분에 밑줄을 쳐보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만뒀어. 너무 많아서 팔이 아플 지경이었으니까.


저기, 다시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너는 친구가 많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마음 맞는 친구가 있다는 게 나한텐 정말... 사는 이유가 된다고 할까...

나도 같아. 나도 사람을 영화로만 만나야 했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네가 떠나려 할 때 그렇게 화가 났나 봐


아무도... 없어! 오늘 내가 도서부 일이 바빠서 계속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점심시간 전까진 분명 다들 자리에 있었는데...? 그날 밥 한번 먹은 건 그냥 우연의 일치였나?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가? 모든 게... 그래... 작은 호의에 내가 또 너무 우쭐해졌던 거야...


물어보면 되잖아.

응?

직접 물어보라고, 걔네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어차피 우린 모르잖아.

여, 역시 내가 싫은 거냐고 어떻게 물어봐... 솔직히 한 번 먹어준 것도 고마워 해야 하는 건데...

바보야, 누가 그렇게 물어보래? 이렇게 물어 봐야지. "오늘 점심 시간에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어?"


그래, 부딪친다고 해도 여기서 더 나빠질 것도 없어


넌... 못해본 적이 없구나?


글을 쓰게 해주다니? 지금 이 순간에도 쓸 수 있는게 글인데... 좋은 대학에 가면 더 좋은 글을 쓸 수있게 되는 건가?


누군가랑 사귀게 되면 그렇게 다른 면도 보게 되는 걸까? 잘은 몰라도 걔네 처음엔 서로 좋아서 사귀었을텐데. 그렇게 사귀게 된 후에는 필연적으로 끝이 있을 거라는 게 슬프다.

나는 반대로 생각하는데. 그 사람이 영원히 떠나지 않길 바래서 사귀자고 하거든.


역시 지금이 좋아 '친구'의 다른 얼굴을 보는 건 무서우니까.


애매하게 가난 한 건 쓸 데가 없네요


무플은 그 자체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야 "뭐야, 이건?" "재미없다" "휙~!" 이렇게.

...넌 그런 취급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아? 글은 내 분신과 같은 거잖아

분신? 그렇게는 생각해본 적 없는데... 글은 그냥 표현의 수단일 뿐이잖아 글은 나 자신이 아니야


...그래서 그렇게 담담할 수 있나?

그래서 그렇게 상처를 받았던 건가?


이백합의 말에도 일리는 있군 내가 쓰는 글이 나의 분신이라고 해도, 난 어차피 나에 대한 기대치가 없으니까.


나의 장래희망 없음


저기, 내가 인터넷에서 기출문제 뽑아왔거든, 볼래? 국어 문제 뿐이지만... 오늘은 시험 공부하려고 모인 거니까...

미래야, 지금 뭐하는 거니...

그런 불경한 것은 당장 집어넣어


문 틈새로 찌개 냄새가 흘러 들어왔다. 저녁 6시, 아파트 복도 밖에서 풍기던 화목의 냄새. 양선이는 나를 편견 없이 포용해 준 아이였고 친구가 위험에 처할 때는 주저 없이 나서 주었다. 이런 집에서 살면, 그렇게 될 수 있는 걸까?


이런 얘기 하는 거 너무 좋다, 더 하자!


바람처럼 불어드는 행복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항상 철저하게 불행을 예견하던 습관조차 잊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