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파스타 레서피

아마추어 홈쉐프들이 집에서 라면이나 끓이는 마인드로 인터넷에 찍찍 흘리는 얘기들에 부화뇌동 하는걸 보면 우습다.. 
요리 전문 사이트가 아닌 곳에서 저런 지식들이 뭐나 되는듯 사람들 자극하는거 보면 안타깝단 얘기야. 
요리사이트도 아닌데 길게 말하는게 꺼려지지만, 짜파게티 요리사가 설치면 진짜로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또 다 죽은거 같잖아? 

업장에서 제대로 맛있게 파스타 빼는 진짜 모습을 조금 살펴보자. 
일단 불꽃이 솟아 오르는 불판부터가 2중이고 화력이 가정용 가스렌지나 인덕션 따위와 다르다. 
이빠이 불 땡기고 앞에 서 있으면 얼굴피부가 엘에이 땅표면 되는것 같지. 불꽃은 팬 밑을 달구는걸 넘어 팬 주위를 감싸며 타오른다. 
조리사들 직업병중에 안구건조증이라고 괜히 생기는게 아니거든. 
이런 불판에서 조여줘야 파스타도 소위 저들이 말하는 불맛이 난다. 불맛은 그릴에 굽는 고기, 생선 필레, 버거 패티 에서만 내는게 아니야. 
팬도 동네 파스타 업장에서라면야 가볍고 테프론으로 코팅된 팬을 쓰겠지. 
물론 그런 팬 써도 되지만, 저런 팬을 쓰는 가장 큰이유는 일단 조리와 설거지가 쉽고 팬이 가벼워서 팬돌리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코팅이 되어 있으니 잘 눌어붙지 않겠지? 그러면 조리할때도 젖가락으로 팬 긁어가며 만들 필요가 없고 
설거지 할때도 스윽 그냥 닦인다. 팬 돌릴때도 (요리학교애들 용어로 토스 라고 하지) 손목에 무리가 덜 가지. 
문제점은? 계속 쓸 경우 테프론 코팅이 떨어지면서 음식에 섞여 들어갈수 있지. 
그리고 팬을 달궜을 시에 나는 연기에서, 테프론 코팅팬에는 유독물질이 섞여나와. 코팅 안된 팬은 그런걱정이 덜하지. 
부수적으로 팬도 얇으니까 전도율 차로 인해 열조절에 문제가 생겨. 다시 말하지만 2~3류 업장에서 저런 팬을 쓴다. 
좀 좋은곳 (그 좋은곳이라는게 일마레나 프리모바치오바치, 메드포갈릭 따위가 아니라는건 확실하다) 에서 쓰는 파스타 팬은 무겁고 팬이 두껍고 코팅이 되어있지 않은 은색 그대로를 써. 

이런 상태에서 스파게티, 링귀니, 페투치니 같은 면 종류의 길다란 파스타를 쓴다 그러면 
파스타라는건 건면일 경우, 부러지지도 끊어지지도 않게 알덴테 상태로 포크와 테이블스푼을 이용해 돌돌 감으며 먹는게 일반적 
매너다. 게다가 조리가 완료된 파스타에 부스러기 면이나 자투리가 섞인 상태면, 똑같이 120~150g을 주더라도 
길이가 짧은 면은 집어서 먹기가 힘들기 때문에 접시에 남게 되게 쉽다. 이건 손님에게 주는 정량을 기만하는 거야. 
길이가 길다란 면이 온전히 들어간 접시는 다 먹고났을때 접시에 남아있는 면이 없게 된다. 이빨로 끊어가며 먹지 않는한. 
그러면 여기에 맞춰주기 위해 보조나 밑작업 하는 조리사는 삶기 전, 저 면의 포장을 뜯어서 부스러기면, 부러진 반쪽짜리면을 
죄다 골라내고 온전한 면만 따로 세팅한다. 
미리 이빠이 큰 팟에 삶아놓고 120~150g씩 포션잡아놓는, 면탕기도 없는 곳이 아닌 
손님의 주문에 따라 푹 익혀주는것, 알덴테로 삶는것 전부 맞춰 줄수 있게 옵션이 존재하는 평균 이상의 업장의 방식이야. 
우리가 라면을 먹을때도 꼬들하게 삶은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봉지에 담겨 유통되는 건면은 한번 익힌 면이기 때문에, 생면이 아닌 건면을 푹 삶아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한번 익힌것을 다시 푹 익혀서 먹을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여 설익은 알 덴테를 주문하는 것이다. 
라면 면도 기름에 튀긴 한번 이미 익혀진 거잖아? 푹익히면 금방 퍼지고 맛도 별로다. 
꼬들라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무의식중에 그래서 면이 꼬들할 때 빼는걸 추구하는 거라고 본다. 
이빨에 씹히니까 알 덴테 인 거야. 덴테. 즉 덴탈 클리닉, 덴티스트 할때의 그 의미다. 
아직도 조리사들 중에도조차 알단테 알단테 거리는 사람들 한심할 정도로 많지. 안단테 포르테 뭐 음악시간이야? 
건면도 브랜드와 가격에 따라 종류와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다. 노동자들이나 먹는 싸구려 면이 있고, 
좀 비싼값을 하는 면이 있다. 건면이 다 똑같지~ 이건 아니야. 
그러니까 이태리 가서 먹었는데도 맛없었다는 얘기가 존재 하는거다. 아태리에 가면 아무데나 들어가도 다 맛있는게 아니야. 

그 담에 팬에서 나머지를 조리 하는데 처음부터 이빠이 땡긴 불로 팬을 뜨겁게 달군다. 
파운딩한 마늘과 (자, 클래식한 스타일은 마늘을 그냥 손바닥이나 칼등으로 한번 눌러 부숴준걸 넣으면 된다. 뭘 그걸 슬라이스 챺 하고, 갈아서 올리브오일에 섞어서 숟갈로 퍼서 뿌리고 들 그러는데 뻘짓거리야.) 
양파 브루노아 챺 혹은 스몰다이스 챺을 넣고 볶다가 
그다음에 해산물을 넣지. 불판은 물론 계속 이빠이 땡긴 상태다. 
해산물의 경우 이때 조리용 화이트 와인으로 
혹은 만조가 들어가는 파스타의 경우 조리용 레드와인으로 
플럼베를 해 주는데 
이 플럼베의 의미는, 재료가 신선하지 못해서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길 때 그걸 날려버리기 위함이다. 다른거 없어. 
그래서 해산물이나 육류를 투입 한 뒤 플럼베를 하는 것이다. 후추도 마찬가지 의미야. 
하지만, 준비된 해산물이나 육류의 상태가 좋아서 향을 그대로 가지고 가고 싶다면? 
후추나 플럼베는 헛짓거리다. 무의미 한거야. 생각해봐. 해산물의 경우 
예를들어 아주 싱싱한 바지락으로 지금 봉골레를 만들려고 한다. (모시, 백합 이딴거 안넣고 정통방식의 100% 바지락 봉골레) 
봉골레 조리시 투입하는 바지락? 사람들이 그 바지락 안에 들어잇는 조개살을 먹으라고 바지락을 넣는거야? 아니야. 
봉골레의 핵심은 바지락들이 머금고 있는 그 바다냄새야. 
그거를 플럼베로 날려 버린다는게 의미가 있냐고. 해산물이라면 무조건 화이트와인부터 치고 무슨 바텐더 쇼도 아니면서 
팬위로 불 푸악~ 살려올리는 짓은 바보짓이야. 어째서 플럼베를 하는지, 이유를 안배우고 그저 기계적으로 배운 이들의 짓이다. 
만조 파스타에 넣는 소고기도(아마 대부분의 경우 채끝이겠지) 상태가 안좋고 부분부분 잿빛이 된 거라면 모를까 쉰내도 누린내도 
안 나는 싱싱한 A급을 굳이 레드와인으로 플럼베 하고 흑후추를 폼나게 페퍼밀로 드륵드륵 뿌리고 할 필요가 없어. 

그 외에 버섯이나 새우 같은걸 투여 할때는 자주 뒤집어 줄 필요가 없다. 버섯이나 해산물은 기름을 의외로 많이 먹지. 
버섯 볶아보면 알겠지만 기름 계속 먹는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익으면 버섯은 먹었던 기름을 다시 팬위로 토해낸다. 
그렇기 때문에 버섯 넣고나서 바로 촐싹대면서 들들 볶을 필요없이 한쪽을 지긋이 익혀주고, 익으면 뒤집기만 하면 된다. 
새우도 마찬가지야. 고기 굽는거랑 같아. 한면이 다 익으면 그다음 뒷면을 익히는게 정석이다. 
조개는 입을 다다다다 벌려야 되는거고. 

이렇게 볶다가 이제 스탁을 투입한다. 봉골레면 봉골레스탁, 그외에 해산물이면 뭐 백합스탁이나 피시스탁을 쓰겠지. 
육류나 닭 들어가는건 비프스탁이나 치킨스탁으로 간다. 
쌈마이같은 업장에서는 치킨스탁의 경우 그 왜 병에 든 공산품 치킨스탁 엑기스(존나 짜다. 한방울만 넣어도) 이걸 BMP라는 
소스통에 물 받고선 한두방을 떨어뜨려서 휘휘 저어 치킨스탁이라고 해 놓고 8온스나 6온스 국자로 퍼서 쓴다. 맛이 있겠어? 
제대로 닭 한두마리 아니면 닭잡뼈를 사다가 핏물을 빼주고 미르푸아를 첨가해 2~3일에 한번씩 육수를 빼야지. 
조개 스탁이야 어지간한 곳에서는 바지락으로 내지만, 모시 쓰는곳, 냉동백합으로 빼는 곳 천차만별이다. 
비프스탁이나 피시스탁도 우잡뼈나 생선잡뼈 들로 빼줘야 이것이 파스타 소스의 기본 베이스가 되어 주는거야. 
업장에서는 이러한 스탁들을, 미리 만들어놓은 소스와 함께 팬에 투입해서 조리해 낸다. 맛이 다를 수 밖에 없어. 
좋은 레스토랑 같은경우, 그랑쉐프나 오너쉐프가 이 스탁을 아예 전담 관리하는곳도 많다. 아무도 손 못대 (EX: 뉴욕의 '대니얼') 

소스로 넘어가자. 대표적인 소스가 크림소스와 토마토소스야. 
이제는 미국에서도 소스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가 메뉴에 존재하는 곳은 레드소스 레스토랑이라 그래서, 미국식 이탈리안을 하는 레스토랑에서나 선보이는, 얕잡아 보이는 파스타 조리 방식이다. 제대로 만든 파스타에는 소스가 그리 흥건 하지 않아. 
봉에보 이형준 쉐프 말마따나, 이탈리안이든 프렌치든 뭐든 요리란 고급으로 올라갈수록 드라이해 지는게 일반이다. 물기가 적어져. 
파스타도 마찬가지. 흥건한 소스에 빵도 찍어먹고 이러는건 캐주얼 패밀리 레스토랑 식이다. 
하지만 손님이 그런걸 좋아하고 원한다면 만들어는 준다. 업장에서 일하는 요리사는,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니까. 
한 3~4인분 예쁘게 만든다음 사진 찰칵 찍고 자기만족에 취하는 것과 업장에서 미친듯이 오더를 빼는것은 다르지. 맞춰준다. 

크림소스의 경우 보통은 진짜 생크림을 써 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네모난 팩에 든 휘핑크림(커피 위에 부욱 올려주는 크림 만들때 쓰는 그거) 
아니면 우리가 생크림이라고 알고있는 그 우유팩 같은데 들어있는 그런 생크림(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진짜 제대로된 생크림이 아니다) 
이거에 우유를 섞어서 크림소스를 준비하지. 
어떤 사람은 여기에다 월계수 잎이네 치즈네 이런걸 더해서 준비하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론 저렇다. 

토마토 소스는 일단 롱고바디나 디벨라 등 브랜드에서 나온 토마토 홀 캔을 써. 
제일 좋은건 저 이태리 품종의 토마토를 쓰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저런 종류의 토마토가 안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품종 프레쉬 완숙토마토나 줄기토마토 같은걸로 할 경우 맛도 맛이지만 소스에서 물이 나온다. 
캔으로 해서 오는 제품을 쓸 수밖에 없어. 
그럼 저 캔을 따서 보통은 핸드블렌더나 믹서로 갈아버린다. 갈면? 
캔제품 이라도 토마토 홀은 토마토 페이스트와는 다르다. 캔 안에는 토마토 과육과 더불어 꼬다리와 토마토 속 씨가 함께 존재해. 
씨까지 커터날에 갈려버리면 씨의 맛이 소스에 섞이면서 맛이 떨어진다. 정석은 그래서 손으로 으깨어 만들지. 
쌈마이 레스토랑은 여기다가 색을 내기위해 토마토 페이스트를 섞는다. 
먼저 큰 팟에다가 퓨어오일을 적당히 붓고 마늘과 양파만을 넣고 시머링 하는게 정석이야. 
한국식 토마토소스에는 여기다가 대파챺이니 이런걸 더 넣는다. 

그담에 준비된 토마토 홀 으깬것을 넣고 보통은 좋은 소금과 프레쉬 오레가노 정도로 양념을 하지만 
일반적인 곳에서는 드라이 오레가노가루, 뭐 드라이 바질가루, 
아니면 쓰다남은 바질 꼬다리, 맛소금, 설탕, 후추..뭐 정신없이 넣는다. 
하긴 좋은 재료가 아니라면 재료 본연의 맛 어쩌고 부르짓는 것도 하나의 쑈 이고 우스운 거니까. 뭐라 탓할 일만은 아니지. 

암튼 그리고나서 끓이는데, 토마토소스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짧게 확 끓이고 빼던가 
아니면 45분 이상 충분히 끓여야 한다. 어중간하게 끓이다 빼면 맛이 시고 좋지 않아. 
라구에는 여기에 우민찌가 플러스 된다. 

소스까지 투입한 다음에는 삶아놓은 면을 넣는데, 이것도 방식이 여러가지다. 
어떤 쉐프는 면에 스트레스를 줘서 스타치를 뽑아내야 소스가 걸쪽해 진다면서 부글부글 끓는 팬을 돌려가며 투입한 파스타면을 미친듯이 휘젓고 못살게 굴며 익히지. 
어떤 쉐프는 타이밍에 맞춰 면탕기에서 삶아 낸 면을 바로 소스까지 재료가 투입 완료된 팬안에 넣고 살짝살짝 섞은다음 바로 접시에다 담는다. 뭐가 맞는지는 난 단언할수 없지만, 난 후자의 방식을 더 고급으로 친다. 후자의 방식이 더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대화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까지 고려 해 식었을 때의 간을 상상하며 간을 한뒤 
다 만든 면을 그릇에 담을 때도 최대한 두꺼운 대젓가락을 쓴다. 면이 끊어지거나 부러지는걸 최후의 최후까지도 방지하는 거야. 
그리고 면을 쇠집게 따위로 다루면 면 겉에 쓸데없이 상처들이 난다. 드라마에서 파스타 조리할때 쇠집게 쓰는 장면이 
그래서 허접한거야. 혼자 집에서 해 먹는다면야 상관 없겠지만, 업장에서 파스타에 쇠집게를 쓰는것은 바보짓이다. 
그래야 손님이 돌돌 감아 먹고 다먹고나면 그릇에는 소스와 건더기만 있어야 한다. 
면 자투리들이 어질어질 있으면 좋지 않아. 

치즈를 뿌리고 싶다면, 쌈마이 파마산 치즈가루나 이런것 보다도 
임포텍이라든지 엔치즈, 이딸꼬레 같은 유통업체에서 받은 좋은 그라나 빠다노, 레지아노, 뻬꼬리노 같은 치즈를 
손님이 보는 앞에서 작은 그라인더로 빙빙 돌려가며 원하는 양을 바로 갈아 넣어주는 것을 지향한다. 

다시 주방으로 슬쩍 들어가보자. 파스타를 다 만들고 난 불판 주위를 보라고. 고열에서 부글대며 팬을 돌리다보면 
단 1접시를 만들어도 불판 주변은 튄 소스와 건더기들로 지저분해 져 있을거다. 
우리가 레스토랑 주방에서 파스타를 만드는게 좋은 이유는 
어차피 가정집 가스렌지라는게 화력이 약하기때문에 저렇게 불판 주위에 소스가 튈 일도 없지만 
저렇게 튀어서 지저분해지는 렌지 주변이더라도 장소가 업장의 주방이라면 청소하기도 쉽고, 저런걸 제때 안 닦으면 가정집의 경우에는 
바퀴가 꼬이고 귀찮아지지만 주방에는 한달에 한번씩 세스코가 온다. 
게다가 파스타라는건 퓨어 올리브 오일로 강한 불을 이용해 조리하기 때문에 주방처럼 강하게 빨아들이는 닥트가 필요해. 
아마 집에서 가스렘지 이빠이 땡기고 뭐 기름에 튀겨도 기름기가 지독할거야. 집 가스렌지 위의 닥트래봐야 취약하지. 
벽, 천장, 닥트주변 이런데 끼는 기름때. 집에서 해먹으면 요리는 요리대로 어중간하고 청소도 귀찮지. 집안에 걸어놓은 좋은 옷에도 음식냄새와 기름기가 배게 된다. 

이 전부가 
아무리 이탈리안이 지나치게 대중적이 되어 이젠 색다르지 않고 한물 갔다고 일부 사람들은 말해도, 
여자애들이 레스토랑에 나와서 파스타를 사먹는 이유다. 


마트에 가보면 말이야. 아주 버라이어티 하지. 안그러냐. 여자친구는 옆에서 그러더라. "음식을 할 줄 몰라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니까?ㅋㅋ" 
먹는데 그렇게 크게 비중을 안두고 대충 때운 채 다른일 신경쓰며 사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그렇게 생각 안하겠냐고. 
하지만 진짜 맛있는건 먹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