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30대 남녀 연애관

(1) 30대 여자에 대한 글 




몇 번 만난 남자가 있다. 작년 여름 우연히 만났다가 몇 번 연락이 온간 후 끊겼다가 얼마전 다시 내가 먼저 연락해서 한달전쯤부터 제대로 만나고 있는 그런 사람.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그 사람의 배경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괜찮은 집안, 괜찮은 직장. 그리고 배경이라 알고 만났다. 뿐만 아니라 몇 번 만나고 말 섞어보니 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나는 행복하지 않다 느낀다.




왜?




첫째, 그 사람과 할 말이 없다.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이 친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놔두고 난 그와 이야기하는 게 재미가 없다. 어느샌가 자꾸만 고개를 숙이거나 창밖만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둘째, 속물이 된 나를 발견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는 이 만남을 한달째 가져오고 있다. 왜? 그의 돈과 배경 때문에. 나도 남들 부러워 하는 직장이 있고, 힘들면 내가 벌어 먹여 살리면 되지!라고 얘기하곤 했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서로의 눈에서 알레프를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라고 말했던 과거의 내가 가증스럽다. 실은 그의 돈이 내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는 생각에 빠져 끌리지 않는 그를 계속 만나고 있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명품가방 따위 하나도 없는 털털한 나라고 생각했는데..그건 위선이었던거다. 




셋째, 내 상황을 인식하게 됐다. 내 나이 33. 이제 30대 중반이라 해도 좋을 듯. 솔직히 엄마가  결혼하라고 계속 구박하지만 않았으면 내가 이 남자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다. 엄마, 내가 결혼해서 이혼하면 엄마가 책임질래? 그런 일 없을꺼다 라고 엄마는 장담하지만. 잘모르겠다. 그건..이제 이만큼 나이먹고 이 정도 배경에 이정도 무난한 사람이면 되지 않을까. 다들 살아보니 별 남자 없다더라.. 




넷째, 연애가 두려워졌다. 20대의 난 남들이 당황할만큼 직설적이었고 당당했다. 그런 내가 30대가 되면서 이빨빠진 호랑이가 되버린건 세상이 녹록치 않더라는거다. 내 직장으로는 평생 집 한채 사기도 힘들더라. 내가 싫어하는 얼굴만 빤빤한 인간들이 시집잘가서 큰소리 치는거 참 보기 싫으면서도 뒤쳐지기는 싫더라. 연애를 아무리 멋있게 하고 결혼을 해도..결혼 후 삶은 생활이더라. 다시 연애를 한다고 해도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더 못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거다. 그때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슬프게도 내겐 없다. 




별 수 없이 나도 속물이었던 거다. 내가 결혼할 사람은 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리에 앓아눕게 되어서 모든 돈을 잃고 건강마저 잃는다 해도 내가 곁에 있어주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날 별 내키지도 않아하는 이 사람에게 자꾸 나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생각하고 있다. 




얼마전 스랍에서 읽었던.. 나이 많은데 눈높은 사람들은 사실 상대방의 단점을 배려해 줄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눈이 너무 높은거다. 라는 글에 공감했었다. 나 역시 무난무난한 사람이 좋아라고 말하면서 실은 그래도 나보다 높거나 비슷한 연봉, 좋은 성격에 가정적인, 외모도 무난해야 하고.. 이러면서 너무 많이 따지고 있었던거지. 이 사람은 비록 학력이 나보다 좀 모자라지만..그래도 그 정도 단점이야 맞춰줄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 노력하며 만나고 있었다.




그런데..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이런 연애라면.. 가정적이고, 매너좋고, 인간관계 좋고, 외모도 괜찮고.그래.. 누군가에게 이 남자는 설레는 남자일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아닌데.. 나는 이 남자와 만나면 20대 때의 순진했던 나를 스스로 비웃는 것 같아 자꾸 미안하다. 이 남자를 바라보는 있는 내가 속으로는 자주 만나다 보면 정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섬뜩하다.


20대의끝과함께너무많은걸알아버렸다






(이에 대한 공추 많이 받은 답글들)


(a) 또래 여자로서 말하는데요
감상에 젖지마세요


그냥 자기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말라구요
기면기고 아니면 아닌거지


나이핑계대지말고
엄마핑계도 대지마요


그냥 님은 용기가 없을 뿐이죠
혼자 늙어갈 용기도 없고
남들눈에 안차는 사람을 선택할 용기도 없고


근데 피해자인거같은 어투 불편하네요
그냥 이 모든게 님의 선택일뿐이에요
싫으면 선택안하면 그만이구요


님의 선택을 비난하는건 아닌데
님의 태도는 좀 싫네요
30대 여자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에도 일조하는듯해서




(b) 음 역시 30대 여자분들이랑은 결혼하지 말아야겠음;;;  나이 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군요...


차라리 다른 조건을 좀 포기하고 20대 여자분들 만나는게 나을듯....








(2) 30대 남자에 대한 글


특히, 서른이 넘어 만나게 되는 30대 남자는 확실히 여자가 스무살 초반에 만났던 남자와 다르다.




남자가 서른이 넘으면 여유로워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 이상 20대 초반에 용돈 받아 데이트하러 나왔던 학생처럼 일, 이만원에 초조해 하지도 않고, 사람도 좀 더 많이 만나봐서 인지 성급하지 않다. 더불어 튕기면 바로 튕겨져 나간다.. ㅠ_ㅠ



"먹을래?" "아니" "응(더 이상 권하지 않음. 끝)"



이런 것처럼, 초반에 호감이 있어 보였어도 여자가 조금 튕기는 듯한 인상을 받으면 그냥 끝이다. 


한국인의 미덕 삼세번 같은 것이 없다.. ㅠ_ㅠ


싫다고 하면 나이 먹어 귀찮게 또 들이대기도 그렇고, 이제는 잃을 것이 없던 이십대의 열혈청년이 아니라 잃을 지위와 명성, 약간의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있어 막 표현을 하기 곤란한 것인지 적극적이지가 않다.



그래서 여자 입장에서는 애가 탄다.. ㅠ_ㅠ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남자가 적극적으로 대쉬하지 않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내 경우)



동생들이 제게 "괜찮은 사람이 있는데, 그 쪽도 마음이 없어 보이지는 않거든. 연락하면 답도 하고, 만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막 적극적이지는 않고.. 좋으면 좋다고 분명히 해주면 좋은데 왜 그러는거지?" 라고 물어보는데,



보통 여자들은 생각하기를,


"나이가 먹다보면 상처받은 경험도 늘어서.. 다시 사랑하는 것에 소심해져서 그렇겠지..." 라거나,


"나이가 있으니 조심성이 커지는 거겠지.." 라고... ^^:;;


그러나 가만히 보니.. 이건 여자가 이렇게 해석하고 싶은 바람이고, 30대 남자가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30대 남자 싱글들의 경우, 연애질을 안하면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 는다.


어릴적에는 게임아이템 하나 살 때도 만원이 너무 큰 돈이라 주저했는데, 지금은 주저없이 결제해버린다. 그래서 게임을 해도 재미나고, 취미생활을 해도 입문부터 장비를 갖춰가면서 시작할수 있다.


연애질 안하고, 술 담배 안하고, 딱히 돈 쓸 사람도 없으니 지름신이 좀 강림한다고 해도 자신을 위해 이 정도쯤은 즐겨도 된다는 생각이 들기에, 즐겁다고들 한다.



이렇게 되고 보면, 진심으로 연애가 귀찮기도 하단다.


나이 한 살 두 살 먹으니 연애를 하긴 해야겠는데, 이제 와서 연애하려고 여자 비위 맞춰주고 어찌될지 모를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느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익이라는 실질적인 손익계산이... ^^:;;



그리고 30대 남자는 여자에 대해서 빨리 파악한다.


한 해 두 해 더 살면서 한 명 두 명 더 만나다 보니, 그만큼 데이터가 축적이 되어서, "대충 저런 스타일은 이럴 것이다." 라는 거친 분류가 빨라지는 거다. 그래서 어지간해서 쉬이 사람에게 완전히 빠지지를 않는다.



느물느물 해져서 "정말 미인이시네요. 아름다우십니다." "진짜 매력적이에요. 인상이 정말 좋으세요." 같은 말은 더 잘하는데, 그게 다에요. 그 이면에는 슈퍼컴이 돌아가면서, 이 여자에 대해 빠른 스캐닝과 유형분류가 끝난다.


얼굴, 몸매, 말하는 것 보니 좀 계산적인 스타일, 착한 것 같기는 한데 재미없는 스타일, 답답한 스타일, 나이 먹고 철없어 보이는 스타일 등등 어떤 스타일인지 등을 확 알아채 버린다.



남자가 여자를 거의 못 만나봤을 때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 여자" 였기에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빠져든다.


여자들이 원래 그런지, 그 여자만 특별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되었기에, 마냥 더 특별해 보였던 것이다.


마치 처음 아이폰이 나왔을 때 기기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이것이 스마트폰이면 다 되는 기능인지, 아이폰에서만 되는 기능인지 잘 모르겠으니 마냥 더 좋아보이는 면도 컸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폰이든 갤럭시든 옵티머스든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다 좋기 때문에, 성능적인 차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취향적인 면이 더 커져 버렸다.


특정 기종이 아니라 어떤 폰이든 간에 스마트폰이면 이메일, 메신저, 각종 어플 등등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다 알아버렸으니까...



마찬가지로 30대 남자는 이제 그 여자만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여자도 어느 정도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그 여자'만'의 특별함이 없으면 시큰둥해 버리는..



어찌 보면 진정으로 눈이 높아져 있는 것이다. 단순히 조건이나 외모 등이 아니라, 딱 봤을 때 괜찮은 여자로 보이고, 특별하다 느껴질 만큼 매력적이지 않으면, 남자가 애써 적극적으로 그 여자를 잡아야 될 동기부여가 안되는 것이다. ㅠ_ㅠ



여자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남자들이 20대에 여자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 30대가 되면 또 상처받을까봐.. 여자에게 쉽사리 대쉬하지 못하는거라고.. "남자들 참 바보같아. 겁쟁이야."  라고 하고싶은데...


현실은 겁쟁이여서가 아니라, 30대 남자가 움직이고 싶을만큼 여자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인 것이다..ㅠ_ㅠ







즉, 20대처럼 외모만 보지도 않고 내가 하는 얘기에 반응 잘해주고 얘기도 잘 통하고 함께 뭘해도 즐거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뿐. 굳이 상대가 반응 안보이는데 며칠씩 집앞에 기다리고 이벤트하고 그럴 맘이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30대가 되면 남자들도 단순히 예쁜 여자보다는 내 얘기에 리액션 잘해주고 공감대 형성 잘 되고,또 여자쪽에서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느낌이 팍팍 들게 표현해 주는 여자에게 마음이 가는 것이다.



간보거나 어장관리하려고 한다거나 밀땅 하려고 하는 여자들. 또 20대 초반에 워낙 떠받들여 져서 그 잔재가 남아 있는 여자들. 이제 남자들눈에 훤히 다 보이고, 그런거 맞춰 주기엔 바쁘기도 바쁘고 무엇보다 귀찮아 하는;;


귀찮고 돈 아까워서 이젠 튕기는 여자까지 상대하긴 싫고 피곤하다는 거다..ㅠ_ㅠ







따라서 20대 때까지 여자한테 적극적으로 구애하던 남자들이 30대가 되면 소극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남자들과 사귀고 결혼하고 싶으면 여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게 맞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공추 많이 받은 답글들)


(a) 여자분들 정말 보여요
이남자괜찮은데? 커피값은내가내고 개념인코스프레해야지
하는 여자랑
원래부터 밥얻어먹었으니 커피값은 내가 내는게 맞지
하는 여자랑도 분간이 가요


군대갔다오기전 취업하기전에는 몰랐거든요?
근데 이제나이차고 한사람몫을 하게되니까
여자분들이 어떤생각을 하는지 무슨 의도에서 저런 말을 던지는지
빤히 보이더라구요 마치 김서린유리창 닦아내니 바깥 풍경 보이는것처럼요




(b) 32살 남자인데 이 글의 내용에 격하게 동감. 


그런데 반대로 괜찮은 여자들도 일찍 시집가더이다. 누가 봐도 괜찮은 여자들은
그 여자들이 20대 중후반일 때,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시해서 결혼많이 했더라구요.


지급 학부생들인 후배님들은, 남자든 여자든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붙잡으세요^^
님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선점하게 됩니다.


사람 인연이 마음대로는 되지는 않겠지만....^^




(c) 분명 여자가 쓴 내용인 것 같으면서도 정확하게 분석한 듯...


직장잡고 돈벌기 시작할때쯤 엄청 결혼하고싶어지다가
이제는 여유되겠다 저렴하게 시간보낼 것들이 많이 있겠다 싶으니
연애가 귀찮아져요...


좋은사람 만나는건 좋지만 떠받들고 기분맞춰주고 하는거 생각만해도 꺼려지는...


남자 입장은 꽤나 정확한 듯. 주변 친구들도 다들 비슷한 생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