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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토 타츠키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21년 1위 기념 인터뷰

오선지 2020. 12. 18. 23:47


체인소맨 이번년도 남자 부문 1위에 선출됐습니다. 감상이 어떠신가요?

후지모토 

엄청 기쁩니다. 이제까지 이 만화가 대단하다!의 1위로 뽑힌 만화를 읽으면 분하지만 '역시 이거 1위 맞다'라고 납득이 갔어요. 그래서 내 작품이 뽑힌 것은 역시 기쁜 반면, '나로 괜찮아?'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전 연재작 [파이어 펀치]가 2017년 남자 부문 3위에 뽑혔을 때는 '여러 종류의 만화를 읽은 사람이 재밌게 봐준 게 아닐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하자면 '매니아 취향'으로서의 자각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은 어떻습니까?

후지모토 

[파이어 펀치] 무렵에는 '알아보는 사람만 알아주면 된다'는 마음이 내 안에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은 게재 매체가 인터넷 서비스인 소년 점프+에서 주간 소년 점프로 옮겨졌기 때문에 좀 더 연령이 낮은 독자를 상정하고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고 의식했습니다. 그렇다곤 하나 그리다보면 내 취향 같은 것이 배어나오기 시작하고 '누구나'라는 의식을 방치하게 될 때도 있죠.

점프로 옮긴 경위는 무엇인가요?

편집자 

[파이어 펀치]가 끝난 타이밍에 후지모토 씨가 직접 '다음에는 소년 점프에서 연재해보고 싶다'고 희망을 밝히셨습니다. 마침 나도 부서 이동신청을 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럼 다음에는 점프에서 같이 해보죠'라고 했죠. 그렇게 [파이어 펀치]가 끝나고 점프용 연재기획을 위한 미팅을 거듭했습니다.

전작은 성이나 종교도 소재로 다루었습니다. 소년지에서 연재를 하게 되면서, 조심한 점은?

후지모토 

그점은 나는 딱히 의식 안하고 '하야시 씨(담당 편집자)가 말리면 바꾸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편집자 

점프의 경우 일단 연재만 시작하면 그후로는 편집장도 그리 쉽게 참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재회의만 돌파하면 우리 맘대로 된다'고는 생각했습니다.(웃음) 후지모토 씨한테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리게 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보다는 '알기 쉬움'이나 '대중성'을 의식해주고 계시구나 싶습니다.

점프에서 연재할 경우, 앙케이트 결과를 신경 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만...그렇지도 않나요?

후지모토 

딱히 생각 안 합니다. [바쿠만] 무렵에는 앙케이트 지상주의 같은 소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풍조도 아닌 모양입니다.

편집자 

앙케이트 뿐만이 아니라 만화의 매상이라거나 여러가지 평가축을 총합해서 평가한다는 느낌입니다. 후지모토 씨는 앙케이트 결과를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결과는 전달하지 않아요. 정말로 위험해지면 고려할 필요가 생기겠지만, 위험하지 않으니까 괜찮아요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앙케이트 결과에 좌우되어서 이야기의 전개를 바꾸는 시도는 원하지 않습니다. 후지모토 씨가 즐겁게 그리면 됩니다.

과연. [바쿠만]으로 널리 유포된 세간 일반의 점프관과는 현재 실정은 또 달라진 것이군요.

후지모토 

본심을 말하자면 인기나 독자의 반응을 신경쓸 여유가 없어요. 점프는 고사인이 떨어진 다음 연재개시까지의 기간이 짧기 때문에 연재 시작과 동시에 노도와 같은 나날이라서...다만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라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본적 없기 때문에 체력면에서의 고됨은 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전혀 없습니다.

체인소맨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착상을 얻으셨나요?

후지모토 

줄(스타터 로프)을 당겨서 '붕붕!'하고 엔진에 시동을 걸면 머리에서 체인소가 튀어나온다...는 아이디어는 [파이어 펀치]를 그리던 무렵에 떠올랐어요. 당시의 어시들한테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이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는 뭘까?'하고 고민했던 것이 시작이었죠. 지금이야 작품의 무대는 현대 일본풍이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판타지 세계였다가 설산에서 시작했다가 여러가지 포맷을 고민했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머리에서 체인소가 튀어나오기만 하면 됐지만요.

머리에서 체인소...

편집자 

나는 처음에 '주인공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했었습니다. '적으로 등장해서, 나중에 동료가 되는 캐릭터로 만들면 어떨까?'라거나. 

후지모토 

그점에 관해서는 '역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싶다'고 했죠. 하야시 씨가 하고 싶은 말도 이해는 했지만요.

그럼 스토리보다 아이디어를 우선했던 거군요.

후지모토 

그렇습니다.

싸우는 상대를 악마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후지모토 

상대가 인간이 아니면 내장을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단지 그뿐인 이유입니다.

좀비 영화도 똑같은 이유니까 말이죠.

후지모토 

상대가 인간이 아닌 자라면 고어 표현도 허락되니까요.

[파이어 펀치] 때는 1권 마다 장르를 바꾸고 싶었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후지모토 

이번에는 한편의 스토리로 스트레이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잔혹한 점은 비슷하지만 [파이어 펀치]와는 다른 걸 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의 특징 중 하나로 공포에 빠질수록 악마(나 마인)이 강해진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도 덴지의 강함의 요인 중 하나입니다.

후지모토 

맞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친근감을 가질수록 약해진다'는 뜻이고 응원받거나 기대받을수록 덴지(=마인)는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왜 이런 설정을 하신 건가요?

후지모토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체인소맨은 아주 강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개에서 엄청나게 강한 적이 등장한다고 칩시다. 그 강적과 대치했을 때, 어떻게 덴지를 약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점을 고민했습니다.

강적을 앞에 두고 주인공을 약체화시키는 예로 배틀물에서는 '필살기를 봉인한다'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습니다.

후지모토 

더 단순한 방법으로는 독을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여러 영화나 만화에서 주인공을 약하게 만드는 수단은 그려졌습니다. 다만 그런 아이디어는 각각의 작품에 맞는 것으로 [체인소맨]에서 똑같은 짓을 해도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주인공을 약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다만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많이 고민했었죠.

드래곤볼의 원기옥처럼 사람들의 기대를 짊어지면 덴지는 오히려 약해집니다.

후지모토 

기존의 점프 만화가 해왔던 일이 체인소맨한테는 대미지가 된다...는 식의 시도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

현재의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는 상황, 혹은 그 영향은 어떤가요?

후지모토 

계속 집에 틀어박혀 만화를 그리기 때문에 저는 그다지 영향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세간의 가치관이 달라졌다는 사실은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에는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는 측면이 있죠.

후지모토 

무슨 책에서 읽은 건데,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깔보거나 무서워하거나 둘 중 하나의 반응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게 너무 흥미로워요. 다들 모르는 게 더 많고, 알려고도 들지 않죠. 그럼에도 깔보거나 두려워하는 점은 만화로서 재밌게 조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파이어 펀치]는 문명이 붕괴해서 올바른 교양을 익히지 못한 세계였습니다. 5권에서 주인공의 숙적인 도마가 교양의 필요성에 대해 늘어놓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번 [체인소맨]은 현대풍 사회인데 덴지만 평균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학교도 가지 못해서, 교양없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후지모토 

저는 호러 뿐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영화 만이 아니라 TV의 뉴스 프로그램 특집 코너에서 하는 다큐도 포함해서요. 최근에 흥미롭게 본 다큐는 연금생활을 하는 할머니의 생활이었습니다. 지급액이 줄어들어서 고생한다거나, 시골에 살아서 근처에 슈퍼가 없는지라 이동형 슈퍼를 이용한다거나...다큐멘터리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인간의 인생을 보여주는 점이 좋아요.

그리고 덴지는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아이의 다큐멘터리를 참고했습니다. 예를들어 학대를 당한 아이는 보호받고, 우리들과 똑같은 인생을 보내려 해도 유소년기에 받은 학대 경험을 계속 안고가는 케이스가 많다고 합니다. 어떤 식으로 질질 끄느냐 하면 타인이 칭찬을 해줘도 감흥이 없다고 합니다.

자기긍정을 얻을 수 없는 거군요.

후지모토 

그런 감각이 덴지한테도 있는데, 아키나 파워와 왁자지껄하게 소란을 피울때도 어딘지 드라이한 느낌이 있죠.

아키가 침울에 할 때(4권 29화) '사람의 마음까지 잃어버린 건가...?'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죠.

후지모토 

덴지는 드라이한척 가장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구멍이 나있는 겁니다. 정말로 공허하겠구나 싶었죠. 작품 자체를 드라이한 테이스트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덴지의 그런 느낌이 잘 맞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드라이함은 '기쁨'과 같은 플러스한 감정 뿐만 아니라, '공포'라는 마이너스 감정에도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후지모토 

맞아요. 그래서 덴지가 적에게 공포심을 품지 않는 것은 용감해서가 아니라, 적을 두려워하는 '회로'가 없어서라는 점은 악마와의 배틀에서 좋게 작용하고 있습니다만, 원래는 멋있는 점이 아니라 불행한 일이죠.

문제는 그 '회로'가 학습을 통해 갖춰지게 될까죠.

후지모토 

...덴지는 갖춰지지 않을 겁니다.

11월에 발매된 9권에서는 드디어 총의 악마가 등장했습니다. 대사나 효과음 없이 내레이션과 그림만 보여주는 전개가 압권입니다. 그 인명 리스트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후지모토 

애니 [톱을 노려라!]의 라스트에서 최종결전이 시작된 순간 '어떤 그림을 보여줄까'하고 기대했는데 엄청나게 거룩한 음악이 흐르더니 원경으로 우주 영상에 '대파 굉침 1700척 중파 4500척 미귀환기 22800기'라거나 '버스터머신 1호 건재'와 같은 자막이 나오는데요, 그점에 전율했습니다. 그런 걸 이미지했습니다.


9권 이후로 노도의 전개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후지모토 

당초의 예정대로 템포좋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인 내가 '이렇게 읽어주세요'라고 말하면 독자는 '짜증나'라고 생각할테니 마음대로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기껏 남자 부문 1위로 선정됐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도 이번 기회에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the wj chain saw massacre

호러 영화에서 체인소 하면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나 [이블 데드2] 등이 유명한데, 후지모토 선생님에게 체인소는 어떤 존재인가요?

후지모토 

존나 촌스러운 대답밖에 할 수 없지만, 세상의 여러가지 것들을 '나는 그따위 거 인정 못해'라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서브컬처에 구원을 받고, 그렇게 좋아하게 되는 것이 체인소나 상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행본 2권 작가 코멘트에서도 [텍사스 전기톱 학살]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후지모토 

일반적으로는 라스트의 석양신이 유명하지만, 그 전에도 인상적인 장면이 잔뜩 있죠. 최초의 도입부부터 굉장해요. 차에 올라타는 남자의 이상함이나 긴박감, 느닷없이 자기 손을 직접 자른다거나, 그런 놀래키는 방법은 항상 '신선한 것'으로 계속 남지 않나 싶습니다. 잔혹하고 대중적이지 않다고 해서 B급영화로 취급하는 게 아깝습니다. 영화사에 남을 걸작입니다.

작중에서 체인소를 그릴 때 어떤 점을 의식하시나요?

후지모토 

어떻게 하면 체인소를 크게 선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체인소를 멋있게 선보일 수 있을까를 항상 의식합니다.

선생님은 체인소를 써본 적이 있나요?

후지모토 

없습니다. 하지만 고향이 아키타라서 임업을 하는 분은 봤습니다. 체인소의 원래 쓰임새는 제대로 분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물 체인소를 보더라도 호러 영화를 봤을 때처럼 멋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괜찮습니다.

선생님 작업실 책상 위에 체인소가 놓여 있기를 바랐는데요.

후지모토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the devil dead

후지모토 

호러 영화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이런 살인 방식도 있습니다'라는 식의 말하자면 살인방식 박람회처럼 되어가죠. 그건...하고 싶어요.(웃음) 하지만 아무래도 전연령의 주간소년점프에서는 너무 그로테스크한 표현은 할 수 없죠. 이 작품은 아주 자유롭게 연재하고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전부 허용받고자 생각하면 오만한 일이라서...

참고로 후지모토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하는 단행본 커버 일러스트는 타이틀이 컬러플한 5권. 화면 전체에 비스듬하게 삽입된 핑크색의 이것은...



장입니다. 내장을 그릴 때는 진짜 이미지를 참고로 삼으면 너무 그로테스크해지기 때문에, 누구나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가짜 내장을 그립니다.

이름 없는 악마의 설정

본작에 등장하는 악마는 체인소의 악마, 피의 악마, 저주의 악마, 총의 악마, 문어의 악마 등 인간이 공포심을 품는 대상을 그대로 악마로 삼고 있습니다. 신화나 민간전승에 등장하는 악마는 쓰지 않습니다.

후지모토 

신화에 등장하는 악마는 사탄이나 그런 거 말인가요? 체인소맨은 '이름의 악마'라는 제약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안 나옵니다. 나올 여지가 없다고 해야할까...실제로 등장시키는 악마의 비주얼은 좋아하는 영화 등의 작품을 보고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몇가지 복합적으로 조합한 디자인입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누덕누덕 기우는 느낌이죠.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제로에서는 절대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을 겁니다.

이 세계는 어딘지 이상하다.

체인소맨의 작품 무대는 현대일본풍인데,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와는 다른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련이 붕괴하지 않았다거나,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신간선이나 전차의 차량 형식에 위화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후지모토 

요즘 기생수를 읽더라도 낡음을 느낄 순간이 없습니다. 컷의 간격을 잘 쓰는 작품은 어느 시대에나 계속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은 너무 편리해서 이야기를 만들기 어려워지는데, 그런 현대적인 아이템이 나오지 않더라도 컷을 의식하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 작품에는 여러가지 나오지 않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신'이라는 단어는 작중에 한번도 쓰지 않았을텐데 특정한 것이나 개념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습니다. 뭐 엉터리 세계로 보시면 됩니다.

마키마 님이 보고 계셔

후지모토 

나는 중학생 시절부터 머리속에 (공상의) 잡지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몇가지 연재작품이 있어요. 그중에 하나 [별의 호흡]에서 딱 하나 체인소맨에 써먹은 캐릭터가 마키마입니다. [별의 호흡]에서는 지배를 상징하는 듯한 캐릭터입니다. 그러니까 [체인소맨]에서 제일 먼저 외견도 내면도 캐릭터가 굳혀진 것은 마키마였습니다.

저는 [유정천가족]에 나오는 벤텐을 좋아하는데, 속을 알 수 없고, 인간보다 상위의 존재이면서, 상위자 나름의 슬픔이 있고 하지만 미천한 우리들은 그 슬픔에 다가갈 수 없는...그런 점이 좋아요. 마키마도 그런 점을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체인소는 원래 나무(키)를 자르는 도구잖아요? 마키마에서 키(나무)를 잘라내면 마마가 됩니다. 덴지는 줄곧 모성적인 것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마음에 드는 신

후지모토 

액션이 서툰 것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체인소맨]은 배틀을 그리고 싶은 게 아니라서, 배틀신에 분량을 잡아먹고 싶지 않아요. 다만 어떤 액션이면 덴지가 가장 멋있게 보일까는 항상 고민합니다. 영화는 좋아하는데 영화의 카메라워크와 만화의 컷배분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참고 삼을수가 없어요.


거북해하면서도 본인이 봐도 뿌듯함을 느낀 액션신이 레제와의 배틀신. 
담당 편집자인 하야시 씨도 '카메라워크나 컷의 간격이 완벽해서 멋있다고 생각하며 입고작업 했습니다'하고 대절찬.

도와줘. 나 얘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아.

선생님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후지모토 

레제 쨩입니다. 그리면 즐거워요. '캐릭터를 움직인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냥 그림으로서. 귀여운 소녀를 그리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도 과제입니다. 실은 이 레제편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랑]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물론 그것만 참고한 것은 아니고, 그밖에도 영향을 받은 작품을 복합적으로 조합했지만, 가장 많이 의식한 것은 [인랑]입니다. 그걸 염두에 두고 레제편을 다시 읽어보면 여러 발견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또 [태풍 클럽]! 청춘영화인 척 해놓고, 한명 위험한 녀석이 있는 전개를 좋아합니다.

지옥에서 우주비행사의 발이 지면에서 솟아나는 것도 [태풍 클럽]의 영향인가요?


아, 그랬던 걸까? 그건 의식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태풍 클럽]에서 받은 영향은 '비가 내리는 한밤중의 학교'라는 시추에이션 뿐입니다.


아무도 본 적없는 지옥

후지모토 

원래부터 진부한 지옥을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진부한 지옥이라고 해야할지, 어느 종교관을 반영한 지옥. 그러면 한정된 지옥이 될 것 같아서...다만 내가 아무 생각없이 지옥을 그리면 [베르세르크]의 식 같은 이미지가 되어버립니다. 다양한 작품을 읽고 보면서 '이거 괜찮다'하는 걸 내 안에 저장하다보면, 작품을 그릴 때 그런 것들이 '이거는 피해서 그려야해로 바뀌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이 지옥은 느닷없이 의미를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날려버리고 싶었어요. '이게 뭘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앞서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야?' '뭐가 시작되는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런 점은 만화보다 음악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영화 쪽이 어울리죠. 인터스텔라나 기생충에도 무언가를 예감케 하는 음악이 흐릅니다. 그거는 감독이 '지금부터 너희들한테 엄청난 걸 보여주마'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거기서 실망시키지 않고 제대로 엄청난 장면이 짠하고 나오면 '우오 신난다!'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는 영화는 그런 순간을 보고 싶어요. 그런 감각을 만화로도 표현하고 싶습니다.

총의 악마

9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총의 악마. 마키마가 발설 금지라고 못을 박는 정보에서 판단하건대 맥거핀의 가능성도 예상했을 겁니다.

후지모토 

최근의 독자는 맥거핀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최근의 경향이 아니라 계속 그랬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래서 제대로 처리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죠. 그뒤로 '총의 악마'의 비주얼을 어떻게 할지 계속 고민했는데 총을 모티브로 삼은 악마를 그리려면 아무리 애써도 유희왕의 속사포 드래곤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렇게 안 되게끔 신경써서 디자인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