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탈코르셋 관련으로 계속 말하기도 지친다 너무 당연한 건데 이렇게까지 납작한 인식 밀어붙일 일인가
지금 사회가 여성에게 ‘한정된 형태의 규범적 여성상’(순하고 맑아보이는, 생기 있고 과하지 않은 화장)만을 요구하고 있으며 / 미성년자 여성에게는 꾸밈이 금지되었던 과거와 달리, 미디어에서 제시하는 성적 대상화되는 연령이 미성년자 층까지 확대됨
그래서 사회가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요구하는 편협한 ‘여성상’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운 선택지를 만드는 것은 소중한 일입니다. 원하지 않았던 편협한 규범에서 벗어나, 짧은 머리, 화장하지 않기, 브래지어 하지 않기 같은 것들.
그런데 다양한 선택지 제시가 아니라 금욕주의/성엄숙주의/이성애중심주의에 기반해서 한 여성의 ‘규범과 유사해보이는 꾸밈’을 ‘주체적이지 못하며 뇌에 좆물차서 남자에게 잘 보이려는 짓’으로 해석하면 이런 식으로 여성혐오가 되어버립니다.
더군다나 규범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열악한 환경 속 개인도 존재합니다. 엄격한 복장규정이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 꾸밈을 요구하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 등이 그렇지요. 사람들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죄책감을 가지라”느니 말하는 것은 다양한 여성의 삶을 모르는 거죠.
또, 압력은 단일하게 작용하지도 않고(미성년자와 성인 여성에게 요구되는 규범의 차이, ‘남자만큼’ 혹은 ‘여자답게’ 하고 일하기를 원하는 회사 등) 그것에 저항하는 방법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편협한 규범을 위반하는 화장, 복장 등).
이런 다양한 방식들을 무시한 채 단일한 이상적 형태(삭발,노브라,민낯)를 제시해두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의 발언권을 박탈하는 것. 심지어 기계적으로 탈코르셋 개수에 따라 얼마나 ‘페미니스트’인지 점수 매기는 것. (여성을 외형으로 평가하지 마세요...)
이런 ‘꾸미는 여성’을 낮잡아 보고 꾸밈=무능력이라 생각하는 태도는, 중고등학교에 만연한 화장하는 여학생에 대한 혐오감과 얼마나 급진적으로 다른가?
그리고 숏컷 유지하느라 미용실에 자주 돈 쓰는 것과 그냥 미용실 안 가고 방치하는 긴 머리 사이에 무엇이 코르셋이고 덜 코르셋인지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일전에도 말했지만, 사회적 규범의 압력을 ‘코르셋’이라고 부르니 여성이 개인의 의지에 따라 단일한 코르셋을 벗기만 하면 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규범은 그렇게 단순하게 물화되지 않으며, 수많은 여성의 삶 속에서 다양한 방향의 압력으로 나타난다.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모습을 찾아가려는 시도들을 응원한다. 그러나 다양한 여성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혹은 스스로 탐구한 결과가 규범과 흡사한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여성혐오적 말을 쏟아내며 담론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올려놓으려는 시도들을 비판한다.
사회적 규범이 여성 개개인들에게 향하는 압력의 고리를 끊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야지, 다른 방향으로 압력을 주고 그것을 빌미로 여성들을 후려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이만큼 말했으면 좀 알아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