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아무말 대잔치

오선지 2017. 2. 12. 13:10

나만 생각하는 이야기.


나는 어리고 유치하다. 그래서 나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과 등가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을 내게 주어야만 내놓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는 등가는 물론이고 그 이하의 가치를 받은 적이 아예 없거나, 적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최소한 같은 값이라도 받을 수 있길 바란 적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도 이제는 없다. 그러면서, 빵 부스러기나 주면서 나를 동정하고 나에게 발 맞추길 강요하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그보다 턱없이 부족한 나에게 이루길 바랐다. 부족하지 않으면 그건 나에게 바람이 아닌 욕심으로 다가왔다. 내가 늦는 사람이란 것도 모르면서. 나는 너무 늦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 말도 '이제야' 꺼내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나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시간의 총량은 나에게 주어진 삶 이상의 시간인지도 모르는데.

그런 사람이라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가 했더라면 좋았을, 최소한 덜 아쉬웠을 말들을 떠올리곤 한다. 물론 모두가 돌이켜 보는 모든 것들에는 항상 후회가 묻어 있지만 나에게는 그게 치명적일 만큼 아프다. 때론 그렇게 떠올린 말의 장막을 걷고 그 시간을 들여다보면 사람은 물론이고 장소와 기억마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흩어버릴만큼 무너져 있다. 사실 때로가 아닌 종종이다. 나무 아래에서 들은 말을 몇년 뒤 욕실에서 생각하고나 있다. 나도 내가 소름돋는거 알아.

나에게 세상은 항상 아무말 대잔치다. 내가 보통이고 세상이 빠른 것이든 세상이 보통인데 내가 느린 것이든 따라갈 수 없는 자연법칙 안에 나는 늘 존재해 있다. 살아가는 이상 지배받을 수 밖에 없다. 아무말이나 하면서 나를 달아오르게만 하고 손잡아준 적은 없었다. 애당초 내밀었던 손은 있었는데 잡을 의지같은 것도 당시엔 생각 못 했었을수도 있었겠네. 항상 늦었으니까. 어떡하겠음? 이런 아무말 대잔치나 뒤늦게 따라해야지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