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보케 산책

오선지 2013. 4. 21. 23:32
1. 심폐지구력과 팔 힘을 기르기 위해 오늘부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최대한 매일 나가서 오기로 했고 오늘도 방금 2시간 정도 걷거나 뛰고 팔굽혀펴기도 조금 했다. 새로 산 신발(아식스)을 신고 나갔는데 사이즈가 조금 작은 것 말고는 신발 무게도 가볍고 착화감도 좋았다.

걸으면서 손을 잡거나 자신의 옷을 상대에게 벗어주거나 하는 운동 커플을 몇 보게 됐는데 내가 기분이 좋을 때나 거울 앞에서 오래 신경쓰고 입고, 꾸미고, 신고 나가는 외출 때 느끼는 주인공 같은 기분처럼 그들도 그런 재밌고 기쁜 상황에서 자신들만이 주인공이고 내가 그런 그들의 배경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좀 불쾌해졌다. 뭐 혼자 생각한 상상인만큼 그 불쾌함이 오래 가진 않았지만

2. 안경 너머로 보는 풍경이 너무 선명하고 불편해서 돌아오는 길엔 벗고 갔는데 양 옆 차도를 지나가는 차들의 조명이나 가로등 불빛, 간판 LED등이 넓게 퍼지기 직전의 터진 폭죽처럼 반짝반짝거렸다. 보케사진처럼... 그런데 보케보다는 점점이 퍼진 빛들이 동그랗게 모인 느낌이라 그것과는 달랐다.


뭐 이런 느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사진기를 사고 사진을 대충 공부하고 찍으며 정한 나의 모토는 찍는 순간과, 그리고 내 눈으로 보는 것과 가장 흡사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가령 찍는 때가 밤이라면 플래시를 켜거나 감도를 최대한 높이지 않고 그 어두운 상황에서 내가 보는 것과 비슷한 사진이 나오도록...

근데 이렇게 안경 벗고 가만히 허공 쳐다보다가 든 생각이 정말 내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가 있나? 였다. 내가 그동안 찍은 사진도 결국 안경이란 도구로 '교정'된 왜곡된 사진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안경 벗은 것과 같은 시선으로 본 사진이라고 해도 그거 역시 진짜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란 의문도 들었다

그 의문과 함께 내가 의도적으로 배척했지만 사실은 '잘 나온' 사진이라고 생각되는, 원래 피사체의 모습과는 다르게 색감이 더 강조되고, 선명한 사진들이 과연 정말 왜곡된 것인지도 고민하게 되었고... 이거는 근데 좀 더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그럴싸하게 잘 나온 뭐 토이필터니 애니메이션 효과니 그런 거 입힌 사진은 개나소나 다 찍을 수 있는거고 그런 식으로 찍는 사진은 '속인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3. 산책가
Kid Cudi - Indicud 앨범
Kid Cudi - Solo Dolo Part 2 (Feat. Kendrick Lamar)
Autre Ne Veut - Ego Free Sex Free
Rhye - Major Minor Love
Eric Benet - Real Love
P' Skool - Brain Storming
Aloe Blacc - I'm Beautiful

Yasiin Bey - The Light Is Not Afraid Of The Dark

오고 가며 들었던 음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