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4가지 명제

오선지 2012. 12. 13. 10:02
우리가 마음 깊숙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행복해질 수 있는 네 가지 명제가 있다고 합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가 진심으로 느끼지 않는 것들도 있어요.

이 명제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롯이 수용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

아요.

아니, 행복한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 같아요.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정말 멀리 있는 것 같이 보이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내 발밑에 있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책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행복이란 나비와 같아서, 잡으려고 열심히 좇아 다닐 땐 잡히지 않지만 가

만히 조용히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살며시 내 어깨 위에 와서 앉는대요.

행복이란 제겐 참 어려운 단어이긴 한데. 그래도 일단 한 번 선생님의 말씀을 써볼게요.





1.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뭐 이렇게

뻔한 걸 말해, 할지도 모르지만 정말로 내가 언젠가 죽을 거란 사실을 우리 인지하면서 살지 않잖아

요. 그걸 항상 인지하고 있으면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로 내가 언젠가 죽을 거란

거, 내가 이렇게 지구 위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거, 저 어딘가 내가 모르는

지점에 끝이 있다는 거. 그걸 진정으로 수용하는 순간,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깨

닫는 순간, 우리는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으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꾸

밀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대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사람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

고,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살지 않은 채로 죽는다.' 정확히 맞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결국 이거랑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지내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라는 거죠. 삶은. 그러니까 누군가를 미워하고, 나 자신을

미워하고, 분노와 슬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몰라요. 너무 진부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왜 계속 되풀이하는지를 생

각해 보면 진부한 건 결국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요.


2. 과거는 지나갔다.


이 명제를 확실하게 받아들이면 포기가 가능하대요. 내가 과거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든,

엄청나게 후회되는 일을 했든, 처음부터 끝까지 delete를 눌러버리고 싶은 경험을 했든. 이미 과거

는 지나갔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현재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고 과거는 내가 현재 노력한다고 해도 바꿀 수 없고 바꿔지지 않기

때문에. 과거는 이미 지나갔음을 마음 깊이 인정하고 다시금 현재에 집중하려 노력한다면,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나 자신의 마음에 집중한다면 더 나은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

해요.


3. 사람은 외롭다.



사람은 원래 외로운 거래요. 원래.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 이 세상에 혼자 왔고, 혼자 가

잖아요. 외로운 게 당연하죠. '외로운 것'이 default 값이래요. default가 둘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

가 내 옆에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혼자 있는 것이 힘들어진대요. 근데 원래 인생은 혼자 사

는 거고, 원래 외로운 거라는 걸 수용하고 나면 누군가가 내 옆에 있는 게 감사하게 느껴진대요. 그

게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연인이 되었든..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감사하게 되는 거죠. 감사하게 여기는 것, 정말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마음가짐인 것 같

아요.




4. 인생에 의미는 없다.


내 인생의 의미는 뭘까, 나는 왜 사는 걸까, 내가 이 지구상에 온 이유는? 내 인생은 뭐지? 이런 생

각 저도 진짜 진짜 많이 했거든요. 정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이잖아요. 나는 뭘까, 내 인생

은 뭘까, 나는 뭘 해야 할까. 근데 김창대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인생에 의미는 없대요. 솔직히, 우

주의 억만년의 시간에 비해 100년도 안 되는 우리 인간의 삶, 되게 짧고 별 거 아니잖아요. 우리는

그냥 태어나는 거래요. 근데, 인생에 의미는 원래 없는 건데, 내가 만들어 가는 거래요. 내 인생의

의미는 어딘가 깊숙이 숨겨진 곳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내가 창조해

나가는 거래요. 이 그림도 그렸다, 저 그림도 그렸다.. 의미는 누군가가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인생을 통해 차츰 만들어 가는 것, 완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해요.

*

전 개인적으로 마지막 명제를 듣고 약간 충격을 받았거든요. 이걸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방황의 시간

이 좀 더 짧지 않았을까, 하고요. 선생님이 자주 하셨던 말씀 중에 '너네는 모두 씨앗이다'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요. 우리는 아직 땅 속에 묻혀있는 씨앗이고, 얘네들이 어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물

도 필요하고 공기도 필요하고 양분, 햇빛, 무엇보다 시간도 필요하구요. 근데 가장 필요한 건 '자유

로움과 이상'이래요. 무언가를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데 있어 자유로운 것, 그리고 꿈 혹은 이상.

무언가를 꿈꾸는 것. 그리고 씨앗은 여러가지 열매를 맺을 수 없잖아요. 사과 씨앗에서는 사과만,

배 씨앗에서는 배만 열리죠. 그렇기 때문에 현재 씨앗인 우리가 '난 무엇으로 열릴 것인가'를 생각

했을 때, 그건 '무엇을 남기느냐'라기보다는 '무엇을 포기하느냐'의 문제래요. 45살의 내 모습이 어

땠으면 좋을지를 상상하면, 지금 버려야 할 것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대요.

그리고 또 몇 가지 좋았던 것에 대해 써볼게요. 인본주의 상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온 내용들이

에요.

* 실존적으로 우리는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

니며, 그렇기에 태어날 때부터 우리의 삶에 부여된 의미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에 의

미를 부여하려 노력하는 것 - 그 자체가 삶의 원동력이 된다.


* 각각의 유기체(인간을 유기체에 비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감으로 안다. 기준에

대한 너무 많은 생각은 오히려 느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 내가 가치롭게 느끼는 조건들은 내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내가 어떨 때 가치롭게 느끼는지, 나

는 왜 가치로운 사람인지. 이러한 조건들이 외부(사회, 부모님 등)에서 주어지면 내가 괴로워질 수

있다.


*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삶은, 결국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나'라는 사람은 지

구 상에 한 명 뿐이며,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면 남들이 보기에 그

것은 창조적인 삶이 된다.


* 우리의 삶에서 언제나 현재만이 유일한 시제이며, 지금-여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

음을 알면 삶을 더 잘 꾸려 나갈 수 있다. '내일'도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현재가 되며, '2020년'도

언젠가는 현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부터 해야지', '난 나중에 멋진 일을 하며 살거야' 라는

마음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것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그것을 실행

하는 편이 훨씬 낫다.

강의를 들으면서 상담을 공부하는 것도 재밌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의 제목은 <교육의 이해

>인데 선생님이 상담 전문이시라 그쪽으로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상담의 목적은 결국 인간을 이

해하는 거더라구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구요.

나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성취도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가 이 삶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윤곽이 정해지면, 훨씬 삶을 행복

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읽었던 책에 그런 구절이 있었거든요. 사람이 살아봤자 3만 6천일인데, 뭐가 그렇게 두렵냐

고. 맞잖아요. 그렇게 두려워할 거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 생각보다 나한테 별로 관심없고, 내가 하

고 싶은 거 하면서 산다고 굶어 죽는다거나 온 세상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한다거나 그런 거 아니니

까요. 이게 아니다 싶으면 때론 과감하게 때려칠 줄도 알고, 뭔가가 진짜 하고 싶다는 욕망이 꾸물

꾸물 기어나올 때는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잘 된 결정이었든 후회스러운 결

정이었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배울 거에요. 그게 중요한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