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records

1. 혼자 울고 있을 때만큼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없다는 건 굉장히 재밌는 비극 같다.

나는 예전에 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때 죽었으면 좋겠다고 아련히 생각했었지만, 그게 바보 같은 생각이란 걸 깨닫는 것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우울이나 어떤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바로 차오르는 자살사고를 뿌리치려고 애쓰는 것이 곤란함 이상으로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주로 뛰어내리고 싶다, 는 생각을 많이 한다.

퐉 상해버린 내 마음을 나 혼자 위로하며 낭낭하게 만들기란 힘든 일이다.


2. 문득 스쳐 간 생각인데 내향성과 트라우마는 어쩌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내향성이 강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트라우마를 안고 태어나며 자라는 것이다. 항상 가슴 졸이고, 최악을 생각하고, 눈치를 보고, 각종 강박과 자괴감, 파괴충동, 정신증,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자기비하를 하고, 자책하고, 애정결핍이고, 쉽게 포기하고.

물론 좋은 점도 있고 그것들이 만든 지금의 내가 싫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걸 좋다고 할 수 있을까. 태생적 트라우마는 나를 정말 힘들게 한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우울증이 그저 '여성적인 것'으로만 쭉 치부되었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찍 삶을 마감했을까. 건강하기, 돈 많기 처럼 어떤 것은 반드시 좋은 것의 범주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거 왜 심리학 중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빅파이브 이론은 내향은 외향이 '결여된 상태'라고 정의하는 것 같더라. ㅎㅎ


3. 요즘엔 밖에서 Hippo Campus의 [Bambi]를 가장 많이 듣는다. 템포가 빨라서 걷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내가 음악을 들으며 박자에 맞춰 걷는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안다는 것은, 물론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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