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reView

뉴올 / Finder (2018) Review


음악을 감상하며 형식과 구성의 혁신을 많이 봐 왔다. 카세트 테잎, CD를 지나 음악은 구체물의 형태를 벗어난 지 오래이며 지드래곤의 USB 앨범 발매는 사실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었다. 앨범이라는 구성에서조차 그것이 가지는 유기성이라는 프레임의 탈피를 시도하는 음악은 트렌드를 넘어 아예 주류인 상황이다. '앨범을 내야 뮤지션으로서의 가치판단이 가능하다'라는 명제는 이미 그것을 비웃는 사운드 클라우드 아티스트들이 차고 넘친다. 이런 음악사(史)를 함께 하며 느낀 리스너로서 명심해야 할 태도 하나는, 더 이상 음악의 형식적 구별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뮤지션의 음악 장르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앨범 평가의 기준에서 빠지게 되었고 오히려 그것을 극복한 뮤지션을 '아티스트'로 바라보게 되었다. 하나의 음악 장르에서 파생된 하위 장르, 그리고 그 하위 장르들의 결합이 무수히 반복되는 상황에서 장르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구성적인 면에서의 이야기는 이미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뉴올이 <Finder>에서 시도한 음악적 시도와 마케팅은 일견 신선한 것처럼 보인다. 앨범인데, 한 곡밖에 없다. 그런데 피쳐링진은 무수히 많다. [동전 한 닢 Remix]에 딸린 31명의 참여진을 봤을 때 느낀 설레임과 기대를 듣기도 전에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전략이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보면 정확히 한 곡은 아니다. 개별 트랙들을 단순히 한 트랙 안에 묶어 둔 것에 불과하며, 신선하지 않다. 오히려 고전적인 앨범의 구성에 천착하고 있다. 모든 트랙의 비트가 다르며 인트로와 스킷, 브릿지를 통해 유기성을 강조한다. 심지어 개별 곡마다 부제처럼 제목을 달고 있다. 비트메이커 자신이 '음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뮤지션들에게 던져 줌으로써, 메시지의 통일성까지 확보했다며 하나의 서사를 가진 앨범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곡을 한 트랙 안에 묶은 당위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리스너의 입장에서 뉴올이 제시하는 긴 서사를 느끼기에 <Finder>에서 시도한 구성 자체가 꽤나 빈약하고, 모순적이며, 피로하다는 것이다. 모든 인스트루멘탈은 '뉴올의 음악'이라는 느낌은 있으나 애써 스킷과 브릿지를 잔뜩 넣었음에도 기조의 편차가 크다. 가령 초반에는 낮은 베이스와 둔탁한 드럼 위주의 트랩 비스무리한 사운드로 진행하다 붐뱁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중간의 현악기나 건반을 가미한 브릿지와 더불어 모든 곡이 하나의 서사로 여기기에는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뉴올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차피 사람들 타이틀곡만 듣잖아 ㅉㅉ'에 대한 가장 쉽고도 간결한 답이 여기있었다. 앨범 내 모든 곡을 한트랙으로 묶어서 만들줄이야 ㅋㅋㅋㅋ'라는 앨범 한줄평에 따봉을 누른 스크린샷을 올리며 #빙고 해시태그를 달았는데, 메이저에 진출한 음악을 제외하고 힙합에서 타이틀곡이 가지는 위상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궁금하다. 있다 치더라도, 대표곡만 듣는 리스너들을 겨냥했다는 의도 자체는 좋으나 그것은 반대로 모든 곡을 감상하는 리스너를 외면하는 처사다. '뉴올이라는 뮤지션을 듣는 청자 중 한 곡만 감상하고 지나칠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기에 그저 안타깝다. 그리고 개별 곡에 대한 애정도는 청자마다 다를 것인데 그 곡 하나를 듣기 위해서 29분의 러닝 타임을 모두 소비해야 하며, 스킵해서 넘겨 듣더라도 그 불편함과 피로감은 이 앨범에 쉽게 손이 가지 않게 하는 큰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분할 편집하여 듣는 방법도 있겠지만, 스킵해서 듣든 음원을 분할하든 그것을 왜 리스너가 해야 하나? 결론적으로 뉴올이 <Finder>에서 제시하는 음악 감상 방식은 청자에게 종용하는 일방적인 폭력에 가깝다.


또한 음악 내·외부적으로 앨범임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Finder>의 구성 방식은 오히려 앨범에 대한 개념을 곡해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모든 곡을 한 음원에 집어 넣음으로써 앨범 내에서 개별 트랙이 가지는 독립성과 완결성에 대한 가치를 창작 단계에서부터 포기했다. 게다가, 구체물로써의 형태가 없다고 해도 온라인 음원 서비스 방식 자체가 '뮤지션-음반' 카테고리의 정형을 취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서사로 엮든 뭘 하든 앨범이라는 프레임은 이미 한 차례 제공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앨범이라는 틀은 그 구성의 한계를 관찰하고 넘어서기 위해 있는 것이지 스스로를 더 묶어버리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좋게 봐 줘서 믹스셋에 가깝다고 비호해줄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뉴올이 주창하는 앨범론(論)에 대한 비판이 될 수 밖에 없고 믹스셋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간의 결합, 즉 유기성이라는 최소한의 정성조차 이 앨범에서는 느낄 수가 없다. 이런 구성을 취하고 있는 한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반쪽짜리 앨범의 구체적인 평가를 하지 않겠다. 할 수가 없다. #빙고, 라는 소리를 했는데, 내가 아는 빙고라고는 개 이름밖에 없다. 1점은 UMC와 팻두 같은 유사 힙합퍼들을 위해 남겨둔다.




2/10

'Silly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들의 섬 Isle of Dogs, 2018  (0) 2019.01.18
양우석 / 냉장보관 (2018) Review  (1) 2018.05.23
몬스터 콜 A Monster Calls, 2016  (0) 2018.02.18
그래비티 Gravity, 2013  (0) 2018.02.17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0) 201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