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chbox/of the Moonth

찌질보컬열전 1. Tristen

장르나 앨범의 비평이 아닌 미성 보컬의 하위, 또는 세부 장르적 보컬로 얘기하고 싶은 찌질 보컬에 대해 기획처럼 글을 몇 개 써보고자 한다. 비음 섞인 짜내는 듯한 고음, 진성과 가성의 적극 채용, 중성적인 보컬 정도로 기준을 얘기하고 싶은데 따로 창법이 정립되거나 한 것도 아니어서 특징을 이렇게 개략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보컬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내 보컬이 찐따보컬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기본 목소리 자체가 굉장히 높은 톤이라 일부러 낮게 깔고 말하거나 노래를 하곤 했었는데 내 것이 아닌 느낌에 늘 불편했었다. 그런데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원래의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으로 삼아 좋은 노래를 만들어내는 뮤지션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나에게 작은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원래의 목소리, 원래대로의 모습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그것이 너만의 매력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거든. 그들에게 작은 경의를 담아, 영상과 함께 소개해본다.








찌질보컬열전 1. Tristen



Tristen은 1983년 미국 일리노이 주 랜싱(Lansing)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Tristen Gaspadarek. 음악가였던 할머니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2007년 대학 졸업 후 내쉬빌로 이주하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인디 팝과 포크 위주의 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인데 거의 빼놓지 않고 곡에 그녀의 기타가 함께 한다. Epiphone사의 Casino 기타를 사용하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사 준 것이라고 한다.


데뷔 앨범인 <Teardrops and Lollipops(2008)> 이후 총 네 장의 앨범을 발매했는데 세 번째 정규인 <C A V E S(2013)>에서 가장 그녀의 음악적 특성이 잘 결집되고, 명확히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앨범 전반적으로 펼쳐진 이색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 소스는 일종의 음악적 낯설게 하기 기법처럼 느껴지는데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보컬과 결합해 시너지가 된다. 비음이 섞인 일반 음역대에서도 그렇지만 갈라지는 쇳소리의 고음역대,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저음역대 등 하나의 보컬 안에 여러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특색 있는 보컬을 하나의 악기로써 잘 이해하고 있는데, 발음 뭉개기, 박자 엇타기, 리버브 사용 등의 기술적 활용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C A V E S> 앨범에서 그러한 그녀의 음악적 특성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트랙은 [No One's Gonna Know]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드럼으로 곡의 시작부터 긴장감을 부여하고, 이어 시작되는 곡의 첫 소절부터 보컬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그 긴장감을 연장하고 배가시킨다. 첫 소절인 'Praise the moral absentee/ Who runs a gang of violent thieves/ With power many guns retrieve/ When shooting for the kill' 부분을 들어보면, 다음 마디의 멜로디를 이전 마디의 사이로 당겨 와서 총 세 마디까지 멜로디를 연장하고 있다. 멜로디의 흐름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점에서 오는 청각적 긴장감이 그녀의 첫 번째 방식이고, 바로 다음 소절부터는 정박에 맞춰 노래하며 마디 사이를 비우는 식으로 또 다른 방식의 청각적 긴장감을 준다. 두 마디의 여백 이후 다시 멜로디를 연장하는 식으로 훅까지 이어 감으로써 밀고 당기는 완급 조절은 계속된다.

발음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긴장감을 주는 멜로디의 활용 방식(특히 첫 소절에서 선보인 것과 같은 싱코페이션)이 의도적인 발음 뭉개기와 더해져 영어가 아닌 어딘가의 다른 언어처럼 들리게 되는데, 그럼으로써 곡 자체가 가진 이색적인 소리와 더해 익숙하지 않은 음악, 낯선 음악으로써의 정체성을 확실시하게 된다.


Epiphone과의 인터뷰에서 트리스텐은 "나에게 중요한 건 굉장한 성공 같은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꾸미거나 가린 모습이 아닌 낯선 이방인으로 머무르는 것, 그리고 그런 상태로 혼자 머무르지 않고 쌍방의 소통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모습은 그녀의 목소리만큼이나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고, 너무나도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