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랜만에 글을 쓴다.


1. 우선 예전에 스크립 게시판에 퍼왔던 미소지니적 글과, 거기에 댓글을 달았던 사람에게 대댓글을 단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쓰고 싶다. 글은 진즉에 지웠지만, 미안함의 마음을 담은 글은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쉽게 글을 적을 수 없었다. 그 무게는 지금의 나에게 쉽게 글을 쓰게 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당시에는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몰랐고, '너도 옳구나 쟤도 옳구나 허헣' 하는 오선지식으로 일관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었다. 이제는 내 가치관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그 페미니즘이기에,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고, 반성한다. '몰랐다'라는 것을 면죄부로 삼고 싶지는 않다. 나도 모르게 차별적, 혐오적 발언과 행동을 했던 지난 날,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지니고 있을지 모를 차별적 마인드셋을 개선하기 위해 늘 나를 되짚어 볼 것이다.



2. 최근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고소 결과건에 대해서도 적고 싶은 말이 있다. 사실, 트위터에 썼다가 지웠다. 누군가와 대치되는 가치관으로 진흙탕 개싸움을 벌이기에 나는 겁이 너무 많아졌고, 피곤하다. 사람과 얽히는 것이 정말 너무 피곤해졌다.

다음은 트위터에 썼다가 지운 글이다.


불기소의견이 나왔다고, 무죄와 무혐의라고, 그래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 건 큰 문제 아님? 예컨대, 피해 사실은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무죄 판결이 나온 경우에도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하나 사례를 꼽는다면 러브 바이러스)

그리고 보다 직접적으로, 몇년 전 자신이 겪은 이들이 당시에는 몰랐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범죄였다, 라고 뒤늦게 인지한 일에 대해 정부나 기관도 아닌 한 개인이 기소의견 또는 법정 판결에서 조금이라도 유죄 요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증거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 공정한 대결구도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는데, 어떻게 위법한 사실이 없다는 게 보편윤리적으로, 또는 한 개인의 감정적 문제가 될 수 없는 거라고 둔갑할 수가 있냐?? 응?

내가 가장 혐오스러운 건 적지 않은 인간들이 이런 가치판단을 기반으로 스스로를 비호하고 무장해서 더 단단해질 거(like 단데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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