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여중생A, 106~에필로그 2화

아ㅃ...



난... 화를 내는 대신 그냥 자책을 했던 것 같아 그냥 내가 다 잘못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게... 그게 편하니까... 난 비겁하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러지 말걸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도대체 난 왜 그랬던 걸까? 그냥... 나 자체가 잘못된 건가?



나는 정말로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고 싶었어 그렇잖아 내가 뭔가 잘못을 했으니까 이 정도로 맞았을 거 아냐



그러니까 우린 이대로 계속 친구 해야돼 서로의 비밀을 알잖아 하하



아직 16살이잖아요 너무 어른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아요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화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니까요...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지겨워...! 매번 매순간 내 잘못을 점검하고 자책하는거!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스스로를 심판해야 하는 거지?



요즘엔 자기 전에 아빠가 잘못되는 상상을 한다 다른 생각보다 불안증에 효과가 좋다



지금 내 속 마음을... 아빠가 알고 있다고?



사람들이 날 지켜보고 있어 내가 우는지 안 우는지를 보려는 거야



이젠 '아빠'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위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이상한 딸이니까.



난 체력이 진짜 약해서, 오래달리기를 엄청 싫어하거든 그 날은 학교 오기 싫을 정도야.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달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쓰러질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어. 그래서 아이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대했지만... 한바퀴도 못 가서 그 말은 지켜지지 않았지. 그 다음부터는 나 혼자서 남은 바퀴를 돌아야 했어. 그런데 그때 네가 남아있었던 거야.

마지막 한 바퀴를 나 혼자 달리고 있을 땐 솔직히 엄청 쓸쓸하고 울고 싶어져. 애들이 다 나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눈치 보이고. 그런데 그날은 처음으로 혼자 들어오지 않았어.


그때부터 나도 네가 좋았어 넌 좋은 애야.



누나가 하고 싶은 말은... 널 싫어하는 2명은, 네가 어떤 노력을 해도 널 좋아해주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 사람에게까지 사랑 받으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 



장노란. 나한테 사과해.



네가 왜 나한테 사과하기 싫은줄 알아? 그냥 내가 싫으니까, 나한테 지는 느낌 들어서겠지. 처음부터 그냥, 너는 내가 싫고 업신여기고 싶을 뿐인거야. 그걸 괜한 이유를 붙여서 나한테 책임전가 하지 마.



왜냐하면... 머릿속으로 수도없이 연습했던 말이거든 그래서 막힘없이 술술 나오더라고...



반친구를 사귄다는 건...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 자신과 가장 닮은 아이를 기적같은 확률로 겨우 찾아내야만, 진정한 친구로 간택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글쎄, 보통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반친구는 그냥... 1년동안 잘 지내보자, 하는 동맹같은 거야 진정한 친구같은 건 학교 밖에서 만나기도 어렵잖아



난 지금까지 무슨 착각을 하고 살았던 걸까... 그저 장노란은 말이 안통하는 악당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나는 힘없는 선량한 시민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지... 그동안 그렇게 많은 관계들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공략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나를 좋아하나? 아닌가? 그럼 내 친구가 아냐'

내가 그동안 배웠어야 할 건 그런 공략같은 게 아니라, 그저 아이들하고 잘 지내는 법이었는데... 오히려 애들한테 선을 긋고 계급을 나눈건 나였던 거야.



너의 미래에도 내가 있었구나, 하고...



동정심으로 시작된 관계면 뭐 어때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지



지금 이렇게 네 손을 잡고 있는 건 나잖아 난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상상조차 안돼. 괜한 의심으로 시간을 허비하느니 행복해 하는 시간도 아까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