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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class / Collage 4 (2017) Review




1.

결성 10주년 기념 싱글 <10>을 듣고 그들의 네 번째 컴필레이션에 대한 내 기대치는 많이 낮춰져 있었다. 7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오버클래스라는 집단 자체의 결과물이 없었기에 그들의 이미지는 옅게 흐려져 있었고, 그 시간의 갭은 뛰어난 (신생) 아티스트들이 빈틈 없이 메우고 있었다.


물론, 애당초 다루는 세부적 장르나 스타일보다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로 뭉쳤고, 살롱(SALON)의 단체 입단과 탈퇴라는 사례, 컴필레이션 앨범 자체가 보여주는 성격 등 오버클래스는 시작부터가 느슨히 체결된 프로젝트 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신만의 색깔을 더 강화하거나, 한 발짝 물러나서 다른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프로듀서의 위치에서 활동하거나, 다른 장르의 영역으로 뛰어들거나, 아예 활동이 없는 등 완전히 개별적으로 흩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일종의 관조자들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갑작스럽게 건재함과 존재감을 외치는 [10]과 [Royalty]는 자못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Havoc 프로듀싱을 앞세운 곡의 마케팅 또한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기대와 실망이라는 개념의 시작과 끝은 철저히 내가 감당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전곡을 듣기 전까지 일체의 평을 유보해두기로 했었다(여담이지만, 버벌진트의 <10년동안의오독I>과 <GO HARD Part 1: 양가치>가 나를 너무나도 전율케 한 앨범이었음에도 리뷰를 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전히 발매되지 않은 앨범은 앨범이 가진 가치를 논할 수 없기에 리뷰를 할 가치 또한 없다…는, 아무도 안 궁금할 지론.).


그리고, 그렇게 유보한 내 감정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오버클래스는 항상 앞서 나가 있으면서도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딘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 또한 견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2.

전작 <꼴라쥬 1,2,3>가 말 그대로 각자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나쁘게 말해 중구난방이었던 말 그대로의 컴필레이션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통일된 한 집단으로써의 성격이 강해졌다는 점이 가장 먼저 돋보인다. 직접적인 참여 대신 프로듀서로서 활약한 웜맨의 공이 큰 것 같다. 전반적으로 훵키한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진행되는 6번 트랙까지가 전반부, 7번 트랙 [FLASH BACK]을 기점으로 삼아 PBRNB, EDM, 칠 아웃, 트랩, 익스페리멘탈 장르 등으로 12번 [Royalty]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트랙들을 후반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마무리 트랙 [4AM]까지, 앨범의 구성과 형식을 외부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구분된 파트를 정확하게 구별하여 주도적으로 참여한 구성원으로 인해 개별 트랙 및 앨범 자체의 완결성이 극대화되었다.


동창회처럼 모인 분위기에서 개인적인 소회를 한 명씩 털어놓는 듯한 전반부 트랙들은 특히나 좋았다. 조용한 바 내부,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하게 된 나이, 소리 지르고 춤추지 않아도 넘치는 기쁨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진 사람들. 그런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앉아 눈을 반짝거리며 각자의 이야기를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듣고, 그래도 못내 아쉬워 더 듣고 싶어지는 애정을 담게 되었던 부분이다. 각자의 방법론이 같은 주제에 대해 같은 감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스웩이 돋보이는 후반부에서도 이러한 작가주의적 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그래서 더 두드러지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스웩'은 다른 래퍼들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하게 된다. 트렌드를 따르거나 만드는 게 아닌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던 그들의 장점이 건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이다.


세부적으로 이야기해보자. 특히 반가운 것은 시작점으로 돌아온 비트 메이커들의 참여인데, 버벌 진트와의 <The Good Die Young> 앨범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델리 보이와, [썸] 공동 작곡 등으로 대중가요계에서 활약하던 제피, 주목받지 못한 2015년 <Beats From The Planet> 발표 이후 별 활동이 없던, 어느샌가 크릭(Kricc)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크루시픽스 크릭(Krucifix Kricc)까지. 오버클래스에 열광하던 리스너들에게는 그들이 기억하고 있던 색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시혜적 태도 때문이 아니라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시작점에 돌아온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란 것을 알 수 있기에 더 반가운 부분이다.

이런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비트메이커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오버클래스가 늘 유지해오던 특질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자,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라고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끼는 이야기를 했고, 그것이 매력적이고 선구적이었을 뿐이었다. [10]과 [Royalty]같은 단체곡들은 새롭게 환기되어 들리게 되었고, 버벌 진트와 크릭의 콜라보는 여전히 환상적이다. 리미는 Rap Messiah로서 재림했다. 아쉬운 것은 케이준과 노도의 한결같음인데, 그들의 아마추어틱함에 대해서는 굳이 논하지 않도록 한다.


앨범의 멋을 더한 김다영, BELLE, Lil Boi, Ja Mezz, Grene Man 등의 외부 참여진도 눈여겨볼 만 하다. 검증되었던 뮤지션들과 더불어 비교적 낯선 이름의 뮤지션들도 자연스럽게 앨범 안에 녹아들었다. 특히 Lil Boi는 Kula-Vreath라는 이름을 쓰던 시절부터, 두메인(Do'main) 시절, 소리 소문 없이 공중분해된 쿠키즈 크루 입단과 긱스 결성 등의 활동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던 뮤지션인데 [Lazyboy]에서 선보인 레퍼런스 느낌이 나는 작사는 다소 실망스러우나 늘 진화하고 있는 아티스트이기에 더 멋져질 것이라 믿는다.




3.

<Collage 4>는 두 가지 패키지로 발매되었는데 CD, 배지, 엽서, 스티커, 라임 노트 등이 포함된 200장 한정 10th Anniversary Edition과 현대카드 바이닐 앤 플라스틱에서만 판매된 10장 한정 10th Anniversary Yangnom Limited Edition이 그것이다. 후자는 오버클래스 양놈 캐릭터 피겨가 포함되어 있다. 두 에디션 모두 완판되었다.


아울러 이번 앨범에는 의도치 않은 히든 트랙이 있다. 저작권 문제로 수록되지 못한 노도의 솔로곡 [확신해]인데 생각보다 꽤나 괜찮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수록되었다면 노도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더 있었을 것이다.




4. 그래서 공연은 언제 합니까?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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