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py

절대 자식 혼자 유학보내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혼자 캐나다로 유학 온 고등학교 12학년 학생 입니다

여기 온지는 이제 곧 이년이 다 되어가요
어떻게 그 기나긴 이년을 죽지도 않고 버텼는지 한편으로는 제 자신이 대견해요
여기 한인사회가 매우 좁아서 그런지 가십이 매우 심해요
처음 왔을 때 부터 줄 곧 남자 홀리려고 온 발정난 년...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났었어요
전 막 열여덟살 됐었는데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요.
담배 피고 술 마시는 발랑 까진 애라는 소문은 처음 왔을 때 부터 당연하게 돌던 소문이고
최근에는 한국에서 술 집에서 몸 팔던 더러운 계집애라는 소문도 서슴없이 뿌리고 다니네요

처음에는 너무나도 어이없고 근거 없는 소문이길래 설마 누가 믿겠어 했는데
얼마 전 자기들 딸자식과 어울리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욕을 하며 전화가 왔어요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 하다가 울면서 끊었어요

부모님한테 얘기 하고 싶어도 이미 올해 초에 비슷한 일로 한번 난리나서 아빠께서 여기까지 오신적이 있으신지라......
최근에는 부모님끼리도 문제가 있으셔서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도 않아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요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여기서 이런 취급받고 살고 있는 것 알면 얼마나 맘 아파 하실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렇지만 실은 속으론 저를 이 곳으로 보낸 엄마 아빠를 너무도 원망하고 있어요

사실 여기 와서 친구도 얼마 못 사귀었어요
그나마 있던 친구는 어머니께서 직접 전화와서 그런소리를 하시니.....
이젠 정말 어딜 가던 혼자네요

내년 6월 말에 고등학교 졸업해요
근데 정말 그 때까지 못 참을 것 같아요
정말 한국이었으면 정신피해 고소한다고 했을텐데.... 여긴 한국도 아니고 저 사람들은 한국 국적도 아니니
제가 어쩔 수 없는 약자네요

우울증에 대인기피증까지 찾아왔어요
사람들이 조금만 저에게 웃어주고 잘해주면 전 배 꼬인 시선으로 바라봐요
도대체 나에게 뭘 원하길래 저렇게 잘해주지? 내가 저 사람한테 뭘 해줄수 있길래 저런 호의를 베푸는거지?
제 자존감은 이미 바닥을 친지 오래예요
최근에는 자제하려고 노력하지만 한 때는 칼로 내 자신을 그어서 피나게 만들었어요
죽고 싶어서 그랬다기 보단... 난 이런 취급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랬다면 이해 가나요?

하소연 할 친구도 가족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신세 한탄을 했네요
내년에도 대학은 여기서 다니려고 지원을 했고 합격까지 받아놨는데 포기하고 한국 가려고요
더 좋은 기회를 얻으려고 여기까지 나온거지만 지울 수 없는 상처만 잔뜩 지니고 가네요

얼마 전에 아메리칸 크라임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초반에 자식들을 모르는 사람한테 의심없이 맡기는 부모를 보고 어찌나 화가나고 속이 터지던지
거기 나오는 소녀가 뭔가 저 같아서 가슴을 치고 울면서 봤어요
끝에 나레이션으로 이런 말이 나왔었어요
-그녀는 자기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날 희생시켰다
제가 딱 그 역할이거든요
다른 아이들이 하는 잘못은 모두 제가 시켜서, 또는 물들여서 그렇다니.....
이젠 매번 변명하기도 귀찮아요
자포자기 한 채로, 그래 내 역할이 그건데 뭐... 내가 다 잘못했지.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되요

사실 혼자 유학가서 이런 문제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하네요
심한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혼자 유학가면 다들 겪는 일이래요
그래도 부디 오유분들은 자식들 혼자 유학 보내지 말아주세요
더 나은 기회, 이거 분명 좋긴하지만 그래도 자식들이 더 소중하잔아요
이건 정말 제 눈물 담은 부탁이예요
진짜 저한테 당장 필요한 건 가족이예요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저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게 얼마나 속상한지 아세요?

한국에 있는 애들이 저한테 유학가서 부럽다... 이렇게 말해 올 때마다 정말 진심을 다해서 쎄게 때리고 싶어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여기 떠나기 위해서 난 정말 뭐든 할 수 있는데

저는 나중에 커서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그들처럼 되는게 저에게는 있어서 가장 큰 악몽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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